특집

[남수단에서 온 편지] 모두에게 기쁜 성탄절

입력일 2016-01-06 수정일 2016-01-06 발행일 2016-01-10 제 2977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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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빛으로 이 세상에 오신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기념하는 성탄절이 천주교 신자들에게만 기쁨이 될 수는 없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지 않는 이들에게도 우리의 기쁨과 그분의 따뜻한 사랑이 전해질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올 한 해 동안 남수단 사람들은 끊임없는 내전상황과 아직 틀도 갖추지 못한 경제, 그리고 가뭄으로 인한 식량부족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내년에는 이 상황이 나아질 거라고 낙관적인 기대를 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지금 힘든 것도 문제이지만 앞으로는 더 힘들어질 거라는 비관적인 생각이 사람들로 하여금 ‘나부터 살고 보자’라는 생각을 심어주고 있는 것은 더 큰 문제입니다.

대림시기 동안 본당 신자들은 미사 강론을 통해서 ‘나눔’에 대해 교육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가진 것이 없으니 도움을 받아야 해’, ‘내 이웃은 다른 누군가가 도와주겠지’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서 최소한의 필요가 충족되었다면, 그 나머지 것들은 이웃과 나누는 것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자고 하였습니다.

사실, 신자들에게 이 말을 하면서 마음이 불편한 사람은 제 자신이었습니다. 이곳에서 저만큼 가진 것이 많고, 풍족하게 먹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제가 이곳에서 살기 위해 갖추고 있는 모든 것들과 앞으로의 생활을 위해 보관해야 하는 모든 것들을 이곳 사람들과 나누기는 힘들다고 생각하는 제 자신을 잘 알기에 불편한 마음이 들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소심하게도 말을 조금 바꿔서 사람들에게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가 될 수 있는 사람이 되자’라고 했습니다. 무엇이든 부족한 상황에 살면서 서로 다투며 뺏고 뺏기는 관계가 아니라 부족한 상황 안에서도 서로 돕고 나누는 관계가 되면 좋겠다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성탄 선물을 받고 즐거워하는 마을 아이들.

“누추한 마구간에서 태어나신 아기 예수님은 보호와 도움이 절실했습니다. 부모님의 보호와 이웃사람들의 도움이 없었던들 예수님이 이 세상에 탄생하실 수 있었을까요? 우리는 예수님의 탄생에서 또 다른 희망을 발견해 봅니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그리고 영육 모두 건강하게 사랑을 느끼면서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은 희망의 빛을 잃지 않으려는 우리 모두의 노력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탄생을 통해 비추신 희망의 빛을 이 세상 곳곳에서 볼 수 있기를 원합니다.”

제가 한 말을 실천으로 옮기기 위해, 이번에는 조금은 이벤트 같지만 몇 가지 성탄절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이불과 옷가지들을 마을사람들에게 선물로 나누어주고 그동안 가보지 못했던 마을에도 찾아가서 아이들에게 작은 선물을 나누어주고 왔습니다. 그리고 결핵환자들이 있는 NGO 시설에 찾아가 성탄절 다음날 잔치를 열고 미사를 드렸습니다.

사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번에 본당에서 준비한 성탄 선물을 나누어 받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300명? 400명? 하지만 결코 많은 숫자는 아닙니다. 비록 모든 사람들에게 선물을 줄 수는 없었어도, 성탄의 기쁨을 모두가 함께 나누길 원하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마음이 전해졌길 바랄 뿐입니다.

{{img3}}※후원계좌: 국민 612501-01-370421, 우리 1005-801-315879, 농협 1076-01-012387, 신협 03227-12-004926, 신한 100-030-732807 (예금주 (재)천주교수원교구유지재단)

※해외선교사제와 선교지 신자를 위한 기도 후원을 접수 받습니다.

- 해외선교사제와 선교지 신자들을 위해 지향을 두고 묵주기도, 주모경 등을 바치고 해외선교후원회 카페(cafe.daum.net/casuwonsudan), 전자우편(stjacob@casuwon.or.kr), 전화(031-548-0581) 등을 통해 접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