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일상문화 속 교회 이야기] 크리스마스트리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5-12-15 수정일 2015-12-15 발행일 2015-12-20 제 2974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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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트리 대부분 우리나라에서 유래된‘구상나무’ 사용해
예수성탄대축일이 다가온다. 거리에 세워진 트리 앞에서는 종교를 불문하고 많은 이들이 기념사진을 찍으며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를 한껏 즐긴다.

언제부터 대림·성탄시기에 나무를 장식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16세기 경 독일 남서부지역의 기록에서 초기 크리스마스트리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 당시 이 지방에서는 성탄을 맞아 성당 앞 정원 등에서 낙원극(樂園劇)을 공연했다. 연극 중에는 에덴동산의 ‘생명의 나무’(창세 1,9)를 상징하는 상록수에 과자를 달고 나무 주위에 촛불을 켰다고 한다.

1700년대에 들어서 개신교 신자들이 나무에 촛불을 장식하면서 성탄을 맞았고, 19세기에 들어서 크리스마스트리는 천주교, 개신교를 떠나 독일 성탄절의 가장 주요한 풍속 중 하나가 됐다. 전 유럽으로 퍼진 크리스마스트리 풍속은 미국에도 영향을 줘 1891년에 처음으로 워싱턴 백악관에도 크리스마스트리가 전시됐다.

크리스마스트리는 사철나무 중에서도 주로 전나무가 사용됐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세계 크리스마스트리의 95%가 우리나라에서 유래한 ‘구상나무’를 사용한다. 구상나무는 우리나라의 한라산과 지리산 등지에 서식하던 한국 고유의 나무로 서양에서는 ‘한국 전나무’(Korean Fir)라고 불린다. 구상나무가 성탄마다 세계인의 사랑을 받게 된 계기도 교회와 관련이 있다. 바로 이 나무를 세상에 알린 것이 우리나라에서 선교하던 에밀 타케(Emile Taquet) 신부이기 때문이다.

1898년 한국을 찾아 1952년 선종하기까지 경상도, 제주도 일대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 헌신하던 그는 현재 대구대교구 성직자묘지에 묻혀 있다. 식물학에 관심이 많던 타케 신부는 1907년 채집한 구상나무표본을 미국 하버드대 아놀드식물원에 보냈다. 이것이 뒤늦게 연구되면서 1920년 구상나무가 신종으로 발표된 것이다. 구상나무는 재질이 뛰어나 가구 제작과 건축에 사용됐고, 고급 조경수로, 특히 크리스마스트리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