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남수단에서 온 편지] 나무로 지은 움막 공소에서의 미사

입력일 2015-12-01 수정일 2015-12-01 발행일 2015-12-06 제 2972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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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우욜’이라는 마을에 도착하니 염소를 치던 꼬맹이들이 손에 쥔 막대기를 휘두르며 달려와 제가 타고 온 차를 에워쌉니다. 막대기로 차를 두드리는 것도 차에 매달리는 것도 다 저를 반긴다는 표현입니다. “위험한데….” 경적을 빵빵 울려대며 아이들을 쫓아 보려 해도 좀처럼 물러나질 않습니다. 할 수 없이 마을 입구에서 차를 세우고 내려서 공소건물까지 걸어갑니다.

공소는 사실 그냥 움막입니다. 어른 20명이 겨우 들어가 앉을 수 있는 움막입니다. 나무로 기둥과 뼈대를 만들어 세우고 그 위에 갈대로 지붕을 얹어 만든 작고 허름한 공소 안으로 허리를 굽혀 들어가자 놀랍게도 어림잡아 70명 이상 되는 아이들이 빽빽이 앉아 있었습니다.

저를 보고는 모두 일어나서 환영의 노래를 불러줍니다. 북을 치면서 목청껏 노래를 부르며 저를 맞이해주는 아이들을 보면서 마음이 행복해짐을 느낍니다.

오늘은 21명 아이들이 세례를 받고, 6명 아이들이 첫 영성체를 하기로 예정돼 있었습니다. 대상자들을 나무 그늘 밑으로 따로 불러 주요 기도문과 교리에 대해 잘 알고 있는지 테스트를 했습니다. 딩카 아이들은 영세를 받기 위해 그리고 첫 영성체를 하기 위해 교리문답을 정말 달달 외웁니다. 그것도 책을 보고 외우는 것이 아니라 교리교사가 읊어주는 교리문답을 마치 천자문을 외듯이 그대로 외우는 것입니다.

이 마을 교리교사가 비교적 성실히 아이들을 가르친 덕택에 21명 모두 영세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첫영성체는 6명의 아이들 중에서 단 한 명만 시험에 통과하여 첫 영성체를 할 수 있는 영광의 자격을 얻었습니다.

공소에서 아이들과 함께 미사를 드리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미사 중에 신자들은 응답해야 할 부분에서도 대답하지 않고 사제만 멀뚱멀뚱 쳐다보기가 일쑤입니다. 그것은 그들이 평소에 미사에 참여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기껏해야 일 년에 한두 번 사제가 마을을 방문할 때에만 미사를 드릴 수 있으니 미사경문을 모르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렇다고 교리교사들에게 섣불리 미사 드리는 방법을 신자들한테 가르치라고 하는 것도 망설여집니다. 이것도 일종의 신뢰 문제이겠지만, 여기 사람들은 실제와 가상을 쉽게 혼동하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한번은 교리교사들에게 마을로 가서 미사를 드리는 방법을 신자들에게 가르쳐주라고 했더니, 일주일 뒤에 단체로 돌아와서는 제가 입는 것과 똑같은 옷(제의)을 자기들에게도 지급해 달라고 요구했고, 제가 거절했더니 “그럼 어떻게 미사를 드리란 말이냐?”며 반문한 적도 있었습니다.

마치 혼자서 미사경본을 외우는 듯한 미사를 드리고 나면, 과연 내가 미사를 제대로 드린 것인지 혼란스러울 때도 많습니다. 차라리 한국말로 미사를 드리면 정성된 마음으로 미사에 집중할 수 있을 텐데, 딩카사람들의 말로 된 미사경문을 주문 외우듯이 읽고 나면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곤 합니다.

이곳사람들에게 저는 매우 환영받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저에게서 새로운 무언가를 얻고 배우기를 기대합니다. 그런데 과연 저는 무엇을 준비해서 그들에게 가져다주고 있는 것일까요? 딩카아이들에게 물어보면 아이들은 주저하지 않고 자신들이 외운 대로 답합니다.

“예수님이 선포하신 복음이요~.”

※ 후원계좌 612501-01-370421 국민, 1005-801-315879 우리, 1076-01-012387 농협, 03227-12-004926 신협, 100-030-732807 신한

(예금주 (재)천주교수원교구유지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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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교사제들과 함께할 다음과 같은 봉사자를 찾습니다.

- 사회복지, 의료분야, 영어교육, 태권도교육 등

※ 문의 031-548-0581(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

움막 공소에 모인 현지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