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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성매매여성’ 족쇄 찬 그녀들의 인권은…

방준식 기자
입력일 2015-12-01 수정일 2015-12-01 발행일 2015-12-06 제 2972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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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자립 돕기 앞서
우리 편견부터 걷어내야
“여성에 대한 모든 폭력은 종식돼야 하며, 사회는 폭력의 희생자들에게 온전한 치유책과 사회로의 복귀를 보장해주어야 한다”(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여성들에게 보내는 교서」 중).

가톨릭의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여전히 고통 받는 이들이 있다. 성매매피해여성들은 사회의 천대와 멸시 속에 스스로를 포기하고 있다. 성매매의 수렁 속에서 빠져나와 자활을 위해 노력하지만 세상의 시선과 법적 지원 부족이라는 ‘산’을 넘어야 한다. 인권주일(12월 6일)을 맞아 이들의 실태를 살펴봤다.

“죽을 각오를 하고 업소에서 빠져 나왔지만 항상 주눅이 들었죠. 결국엔 다시 들어왔어요. 세상 밖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거든요.”

서울시 동대문구 속칭 ‘청량리 588’ 집창촌 성매매종사자인 20대 여성 A씨. 기자의 질문에 어렵사리 이야기를 꺼냈다. 그녀는 ‘탈업’(집창촌에서 벗어나는 것)과 ‘재유입’(집창촌으로 다시 들어오는 것)을 지난 5년간 3차례나 경험했다.

먹고 살 길이 막막했고 ‘색안경’을 쓴 남들의 시선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지원 받아서 직장을 얻어도 사실 돈이 안 돼요. 인턴으로 한 달 100만원도 안되는데 집세 내고 가족까지 먹여 살릴 수가 없잖아요. 사람들도 수군거리거든요. 쟤는 창녀였다고. 할 수 있나요, 다시 들어오는 거죠.”

여성가족부의 실태조사(2010년)에 따르면 국내의 성매매 알선 사업체는 4만 여개를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업체에 종사하는 여성은 14만 명이 넘는다.

2004년 9월,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성매매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기본적인 대책이 마련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성매매특별법이 당초의 취지를 잘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임시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확실한 주거지원 대책 등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관의 도움으로 탈업한 성매매피해여성들은 지원센터 등에서 직업 훈련을 받거나 취업을 하게 된다. 하지만 주로 공동작업장 또는 업체 인턴직에 종사하며 월 최대 90만원 선의 급여를 받는데 그친다.

심리적인 문제에 대한 지원도 부족하다. 성매매피해여성들은 자살을 여러 차례 시도하는 등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그러나 전문적인 심리치료를 받을 만한 곳도 마땅치 않다. 교회의 성매매피해여성에 대한 지원 활동은 서울의 경우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를 통해 이뤄진다. 교회에서는 인도적인 차원에서 성매매피해여성의 고충을 상담하고 자활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가톨릭 교리는 성매매피해여성의 인권과 관련해 기본적인 ‘딜레마’를 안고 있다. 부부 간의 성행위 이외의 모든 성행위는 큰 죄악으로 여겨지고, 낙태와 피임 또한 금기시되기 때문이다. 교회에서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유다.

여성인권상담소 ‘소냐의 집’ 소장 심선진 수녀는 “성매매피해여성 대부분은 빚이나 가정 환경 등 어쩔 수 없는 환경에 의한 것”이라며 “그리스도인들이 사회의 편견을 없애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방준식 기자 (bj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