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펀펀(FunFun) 교리] (45) 기도 ②

교리 지도 주요한 신부(오천고 교목실장),정리 우세민·이나영 기자
입력일 2015-11-17 수정일 2015-11-17 발행일 2015-11-22 제 2970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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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뜻대로 하소서’ 하느님 뜻 들으려는 자세 중요

‘보시기에 좋을 때’ 뜻 이뤄져
과정을 통한 내적 성장 ‘의미’
“청하기 보다 받아들이는 것”
세라 : 신부님, 세속적 소원들을 이뤄달라고 하기 전에 영적으로 올바른 상태가 되어야 한다는 말씀은 알겠어요. 하지만….

주땡 : 무엇이 궁금하신가요, 세라 자매님?

세라 : 세상에 저렇게 좋은 사람이 있나 싶고 오로지 하느님께만 의지하고 살아가는 사람인 것 같은데 현실적으로 크나큰 고통을 겪는 분들 본 적 없으세요? ‘저런 분의 기도도 안 들어주시면 하느님은 과연 누구의 기도를 이뤄주시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어요.

주땡 : 세라 자매님은 아마 그 착한 분의 병이 낫거나 또 조금 더 풍족해지거나 하는 그런 것들을 바라고 계시겠죠? 그럼 그분이 그렇게 되는 것은 하느님 뜻일까요?

민이 : 하느님의 뜻을 저희가 정확히 알 수 없는 게 문제죠.

주땡 : ‘하느님의 뜻’은 기도에서 무척 중요해요.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것이라면 세속적인 복이라도 충분히 주실 것이고, 하느님 보시기에 좋지 않은 것이라면 들어주지 않으시지요.

세라 : 그러면 기도를 할 필요가 있을까요? 기도를 하든 안하든 어차피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이뤄 가실 텐데요.

삽화 김요한 신부

주땡 : 음…, 어떤 사람이 사업을 시작하면서 성공하게 해달라고 매일 기도를 했다고 생각해 보죠. 기도만 한 것이 아니라 정말 열심히 노력까지 했어요. 이 사람이 성공했다면 그건 누구 덕분일까요?

민이 : 아무리 노력했다 해도 하느님께서 기도를 들어주신 것이니 하느님께서 이루신 것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요?

주땡 : 그럼 이 사람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기도만 했어도 사업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요?

세라 : 가만히 앉아서 기도만 했다면 성공하기는 어려웠을 것 같아요.

주땡 : 제 생각도 그래요. ‘기도’라는 과정을 통해 이 사람은 성장한 것이라 생각해요. 하느님께 바람을 전하면서 목표를 향해 마음을 기울이고 현실적 방법들을 고민했겠죠. 스스로를 돌아보기도 하고요. 이런 시간들이 쌓이면서 그는 하느님을 더 믿고 의지하는 ‘받기에 적합한 사람’이 된 것입니다. ‘받기에 적합한 사람’이 된 이에게 하느님은 자신의 뜻을 내비쳐 보이시고, 그들이 바라는 것을 주시지요. 결국 기도는 이러한 하느님의 뜻을 알고 받아들이기 위해 하는 것이죠.

민이 : 어휴…, ‘제 소원을 들어주세요’라는 말이 아닌 ‘당신 뜻대로 하소서’라는 기도를 하려면 얼마나 마음을 다듬어야 하는 걸까요.

주땡 : 키에르 케고르는 “사람이 기도할 때 처음에는 기도가 말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점점 더 깊은 경지에 다다르면 기도란 결국 듣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고 해요. 기도라는 것은 하느님의 뜻을 듣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고, 하느님은 우리들이 당신 뜻에 합당하게 성장할 때까지, 당신이 하시는 말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 될 때까지 기다리고 계시는 것이지요.

교리 지도 주요한 신부(오천고 교목실장),정리 우세민·이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