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평신도 주일 특집] 일신매화 지역아동센터 설립·후원 김현조 회장

방준식 기자
입력일 2015-11-10 수정일 2015-11-10 발행일 2015-11-15 제 2969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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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고 사랑하며 아이들에게 ‘희망’ 심어줍니다
평신도 소명 실천 위해 어려운 아동 꾸준히 후원
큰 비용 들지만 깨끗한 교육환경 제공하고자 노력
청소년 지원사업도 준비 중… “나눔 덕택에 행복”
김현조 회장은 나눔을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평신도의 의무는 교회 뿐만 아니라 세상 속에서 자신의 사명을 실천하는 것이다. 교회가 선포하는 가르침에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소외된 이들을 사랑으로 환대하고 사목적 보살핌을 펼치라는 것이 그리스도의 가르침이기 때문이다.

여기 한 평신도의 지극한 후원으로 어린이들이 더 큰 자신감과 꿈을 갖고 생활하는 한 지역아동센터가 있다. 그리스도의 사랑을 세상에 실천하기 위한 노력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이 덕택으로 어린 학생들은 사랑을 받고, 사랑을 배우며, 사랑을 세상에 돌려주고 있다.

11월 6일 오후 경기도 시흥시 매화동 매화초등학교 앞 ‘일신매화 지역아동센터’(센터장 소리나). 기자와 함께 이곳을 찾은 센터 후원자 김현조(스테파노·73) 한국가톨릭성령쇄신봉사자협의회 회장은 “이 곳에 오면 일상의 괴로움도 잊을 수 있지요. 마음이 편하고 아이들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쁘기만 합니다”라며 연신 웃어보였다.

일신매화 지역아동센터는 사회복지법인 천주교 수원교구 사회복지회가 운영하고 있다. 거창한 간판은 없다. 연면적 245㎡의 3층 짜리 건물은 벽돌 무늬로 아담하고 깔끔하게 지어져 있었고 입구 쪽의 조그만 나무 패널에 ‘꿈터’라고 쓰여 있을 뿐이다.

김 회장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공부방에 있던 아이들 20여 명이 “할아버지 오셨다”라며 누구랄 것 없이 먼저 뛰어나왔다. 이 지역 초등학생이 대부분인 아이들은 연신 반가워하며 마치 친할아버지를 대하듯 그에게 안기고 팔을 부여잡았다. “와,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오신다고 해서 몇 시간 전부터 기다렸어요. 보고 싶었어요. 잘 지내셨나요?”

“잘 있었니? 할아버지 보고 싶었어? 요새 공부 잘하고 있지? 아픈 데는 없고?” 웃음 띤 얼굴의 김 회장은 아이들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해 가며 근황을 묻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손을 잡아주기에 바빴다.

김 회장은 지역 중소기업인 ㈜일신밸브 대표이기도 하다. 그와 일신매화 지역아동센터와의 인연은 지난 2007년부터다. 그리스도 정신을 실천하기 위한 방법으로 ‘나눔’을 선택한 그는 지역 아동을 위해 아동센터를 설립하고 매년 후원에 나섰다.

그는 ‘나눔’의 의미에 대해 강조한다.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고 교회 내에서도 잘 알려진 그에게도 ‘나눔’의 행위는 처음부터 쉬운 것이 절대 아니었다.

1982년 회사를 처음 세웠을 때, 유망 중소기업으로 손꼽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위기를 맞았다. 살던 집마저 압류되고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10년간 피땀 흘려 빚을 갚았지만 IMF 구제금융 사태가 들이닥쳤다.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이 더 걸렸다.

사업이 안정되기 시작하자 김 회장은 평소 마음 속에 항상 품고 있었던 ‘나눔’을 실현하기로 마음 먹었다. 수원교구 업무감사를 가게 됐을 때 그곳에서 나눔, 특히 ‘제도적인 나눔’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 제도적인 나눔이란 ‘나눔을 제도적으로 마련해 지속적으로 시행하는 것’을 말한다.

“그냥 나눔을 실행하게 되면 책임감이 줄어들기 때문에 끝이 흐려집니다. 스스로 제도화시켜서 계속 책임감을 느끼고 실천하는 방법이 제도적인 나눔이지요.”

기업을 운영하는 대표답게 기업의 사회 환원에 대한 가치관도 확고하다. “기업이 돈을 쫓기만 한다면 그 때부터 그 기업은 끝납니다. 기업가의 정도를 걸어야 합니다. 기업 스스로 ‘나눔의 모델’을 만들어가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김 회장은 일신매화 지역아동센터를 설립 후원하면서 나눔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겼다. 보기에는 쉬워 보이지만 나눔의 길은 그만큼의 노력을 요구하는 일이다.

막대한 설립비용 이외에도 지속적인 후원을 위해 연간 6000만~7000만 원에 이르는 유지비용도 대고 있다. 외부 경제 상황에 따라 여건이 판이하게 달라지는 중소기업으로서는 적잖은 부담일 수 있지만 그는 주어진 소명이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결심을 실천해오고 있다.

“사업을 하고 있든, 회사에 다니고 있든, 가정주부이든, 자신의 위치가 어디에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특히 가톨릭 평신도라면 항상 나눔을 생각하며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려는 노력부터 해야 되는 것 아닐까요.”

요즘 그는 새로운 나눔도 꿈꾸고 있다. 아동 뿐만 아니라 청소년을 위한 지원 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이 역시 쉽지는 않다. 법인 설립 단계에서부터 각종 예산과 세금 문제가 버티고 있다. 그래도 그는 요즘 행복하다.

“하느님의 도움만을 요청할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이 하느님을 사랑할 수 있도록 해야죠. 나눔을 꿈 꿀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저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경기도 시흥시 매화동에 위치한 일신매화 지역아동센터 전경. 지난 4월 독립건물을 신축해 이전 개소했다.

김 회장의 이런 노력으로, 별도의 건물 없이 매화동 인근 3층짜리 건물 중 1층을 사용하던 센터는 지난 4월 현재의 독립 건물을 신축해 이전 개소했다. 아동센터는 한눈에 보기에도 깔끔하고 현대적인 시설이 갖춰져 있다. 밝은 조명 아래 최신식 의자와 책상이 구비된 공부방에서는 아이들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선생님과 책을 함께 보며 공부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따뜻한 분위기로 잘 갖춰진 놀이방은 아이들이 서로 뛰놀며 우정을 쌓기에 충분했다.

소리나 센터장은 “우리 센터는 ‘꿈터’로 통하고, 직원들은 아이들을 ‘꿈열매’라고 부른다”며 “꿈열매들이 깨끗하고 좋은 환경 속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보면 힘이 절로 난다”고 말했다.

현재 일신매화 지역아동센터에는 20여 명의 초등부와 중등부 학생들이 학습지도와 예절교육 등을 받고 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되는 센터는 다른 지역 센터와 비교해 든든한 후원이 있는데다 교육환경도 좋아 이곳에 아이들을 맡긴 학부모들도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

센터 공부방에서 아이들이 지도 교사로부터 학습 지도교육을 받고 있다.

반면 대부분의 타 지역 아동센터들의 사정은 매우 열악하다. 경기 여파로 후원금을 따로 받지 못하는 센터의 경우 정부로부터 나오는 약간의 보조금만으로 시설운영비와 인건비를 감당해야 하는데 턱없이 모자란 형편이다. 건물 임대료에 대한 별다른 지원도 없어서 센터장의 개인 급여로 이를 보충하는 곳도 있다.

소리나 센터장은 “다른 아동센터들 가운데 상대적으로 후원이 든든한 우리 아동센터에 대해 부럽다고 하는 곳들이 너무나 많다”며 “일시적인 후원 물품 제공도 있기는 하지만 정말 일시적일 뿐, 장기적인 대책은 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보육에 대한 열정만으로는 현실적인 여건을 감당하기 힘든 것이다.

일신매화 지역아동센터를 거쳐간 아이들에게는 사랑이 넘친다. 처음에는 풀이 죽은 듯 자신감이 없고 무표정한 얼굴에서 따뜻한 웃음이 묻어나는 얼굴로 변한다.

센터를 졸업하고 이제 고등학교 3학년이 된 한 여학생은 센터에 자주 연락을 해오면서 “꿈터가 내 인생의 멘토가 되어 줬다는 생각에 너무나도 고마운 마음”이라며 “인생 진로 선택에도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취재를 마치고 나서는 길, 아이들이 복도로 또 쏟아져 나왔다. “할아버지, 안녕히 가세요. 또 언제 봬요? 꼭 빨리 다시 오세요. 제가 배운 거 설명해드릴게요.” 순진무구한 아이들의 표정에는 세상의 사랑에 대한 간절함, 믿음, 희망이 그대로 묻어났다.

※ 후원 문의 031-315-9123 일신매화 지역아동센터

방준식 기자 (bj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