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펀펀(FunFun) 교리] (44) 기도 ①

교리 지도 주요한 신부(오천고 교목실장),정리 우세민·이나영 기자
입력일 2015-11-10 수정일 2015-11-10 발행일 2015-11-15 제 2969호 17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하느님께 세속적 복을 달라고 조르나요?

“기도 안 들어주신다” 원망하는 이들
 물질적 풍요와 치유 청하기 전에
 하느님과의 관계부터 바로 세워야
세라 : 신부님, 민이 형제님. 죄송해요. 제가 좀 늦었죠?

주땡 : 하하. 괜찮아요. 세라 자매님이 웬일로 늦게 와서 걱정하고 있었어요. 무슨 일 있었어요?

세라 : 할머니 댁 근처에 절이 하나 있는데 거기에 소원을 이뤄준다는 돌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매년 수학능력시험 무렵마다 사람이 몰리는데 오늘은 차가 엄청 막히더라고요.

주땡 : 그 절 이야기는 저도 들은 적 있어요. 소원을 들어주는 돌을 향해 절하는 사람 중에 묵주반지 낀 신자들이 그렇게 많다던데요.

세라 : 엄청나게 많은 차들을 보고 있자니 부처님이든 돌이든 무언가가 소원을 이뤄주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던데요.

주땡 : 음, 그럼 그 절에 간 신자들은 하느님께서 안 들어주시는 소원을 부처님께 부탁드리러 간 걸까요?

민이 : 신부님. 얘기 나누다보니 진짜 궁금해지네요. 오죽 간절하면 신자들이 돌 앞에서 절까지 할까요. 그만큼 간절한 기도인데 사람을 사랑하신다 거듭 말씀하신 하느님은 왜 그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는 걸까요?

주땡 : 음, 형제님, 자매님. 그럼 저도 여쭤볼게요. 부자가 되게 해 달라거나 병을 낫게 해 달라거나 그런 것을 빌기 위해서 성당에 가시나요?

삽화 김요한 신부

민이 : 에이, 그건 아니죠. 하느님을 믿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주땡 : 그럼 마음에 평화를 주신 하느님께 왜 세속적인 것들을 부탁하고 이후에는 또 안 들어주신다고 원망하고 그렇게 되는 걸까요?

세라 : 음…. 제 신앙이 부족한 탓이겠지만, 기도를 하게 되면 저도 모르게 하느님께 바라는 것을 말하게 되는 건 사실이에요. ‘하느님, 이것 좀 해주세요, 저것 좀 도와주세요’ 하면서요.

주땡 : 전지전능하신 하느님께 매달리는 것을 잘못됐다고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죠. 하지만 문제는 영적인 복을 주시려는 하느님께 세속적인 것을 달라고 조르고 있다는 겁니다. 성경은 영적인 것이든 세속적인 것이든 인간이 복을 받으려면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하죠.

민이 : 올바른 관계요?

주땡 : 네, 하느님이 원하시는 그대로 살아가면 당연히 하느님과의 관계도 좋겠지요. 영적으로 올바른 상태에 이른 후에야 세속적인 복을 생각할 수 있다는 말이죠. 그래서 예수님은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라. 그러면 이 모든 것을 하느님께서 주실 것이다.”(마태 6,33)라고 하신 것이죠.

교리 지도 주요한 신부(오천고 교목실장),정리 우세민·이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