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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신도 주일 기획] 평신도 중심 사목 펼치는 본당들

우세민 기자
입력일 2015-11-10 수정일 2015-11-10 발행일 2015-11-15 제 2969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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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과 우리는 사목 동반자”
부산 용호본당(주임 윤용선 신부)과 대구 평리본당(주임 김영호 신부)의 평신도 중심 사목활동이 화제가 되고 있다. 평신도가 본당 사목 전반에 걸쳐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공통적인 특징이다. 그 이면에 권위를 내려놓고 섬김의 자세로 신자들과 함께하는 사제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평신도 주일을 맞아 두 본당의 특별한 활동을 소개한다.

‘섬김의 영성’ 실천, 부산 용호본당

용호본당은 올 한 해 사목계획을 ‘사랑으로 서로 섬기십시오’(갈라 5,13)로 정하고, 그에 대한 실천사항을 발표했다. 그 가운데 사제, 수도자가 먼저 ‘섬김의 영성’과 ‘평신도 중심주의’를 지향하고 제안, 경청, 의논의 자세를 실천하겠다고 다짐한 것이 눈에 띈다. 평신도 중심 사목 의지는 본당 조직도를 개편하면서 가시적으로 드러냈다. 타 본당과 달리 맨 윗줄부터 본당 평신도 회장 등 신자 대표들을 적고, 맨 아래에 담당 사제를 표시하며 ‘본당의 주인은 평신도’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신자들 의견을 본당사목에 적극 반영하기 위해 상설 건의함을 만들고, 2주에 한 번씩 화요일 오후 5시 ‘가족회의’를 개최한다. 누구나 참석할 수 있는 이 회의를 통해 본당은 신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접수, 개선방안을 모색하고 실천한다.

주임-보좌 관계를 넘어 ‘동반자’로서 서로를 존중하는 윤용선 주임신부와 차광준 보좌신부 모습도 이채롭다. 호칭도 ‘담당신부’라 부른다. 두 사제의 솔선수범이 신자들에게는 존중과 배려의 실천으로 이어진다.

옥경인(율리아나) 본당 사목부회장은 “늘 수평적인 모습을 추구하는 신부님들 덕분에 신자들도 본당에서 중요한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용호본당 사목협의회 조직도. 사목회장 등 평신도 대표들을 표기하고, 담당사제는 맨 아래에 적었다.

사목계획 직접 결정, 평리본당

평리본당은 신자들이 사제와 함께 ‘공동사목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사목계획 결정 체계부터 재정비했다. 신자들은 2014년 본당 사목계획부터 ‘평가와 계획’ 과정을 통해 스스로 본당 일들을 결정하고 있다. 연말이 되면 위원회별로 한 해를 평가하고, 교구장 사목지침을 기준으로 내년을 계획할 수 있도록 신자들 의견을 수렴한다. 새해가 시작되면 모인 의견을 토대로 본당 대표들이 1박2일 연수를 진행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한 해 동안의 본당 사목계획과 사명선언문을 채택한다. 신자들은 스스로 정한 주제에 따라 한 해를 살기에 실천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주임신부는 신자들 결정이 교회정신에 위배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며 신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배려한다.

권기윤(미카엘) 본당 평협회장은 “본당 주인은 신자들이라는 생각으로 지금처럼 활동한다면 앞으로 어떻게 환경이 바뀌든 상관없이 신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평리본당 신자 대표들이 본당 사목지침과 사명선언문 채택을 위해 마련한 연수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구 평리본당 제공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