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펀펀(FunFun) 교리] (43) 죄와 악 ②

교리 지도 주요한 신부(오천고 교목실장),정리 우세민·이나영 기자
입력일 2015-11-03 수정일 2015-11-03 발행일 2015-11-08 제 2968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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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은 실존 대상 아닌 ‘선’ 결핍된 상태

신앙인 최종 목표 하늘나라
늘 하느님 곁에 머물러야
세라 : 하느님이 악인을 만드시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과 멀어진 사람들이 자유의지로 스스로 죄를 짓는다는 것, 알 것 같아요. 그런데, 신부님.

주땡 : 네, 세라 자매님.

세라 : 문득 자연재해는 왜 벌어지는 것인지 궁금해졌어요. 아무런 죄도 짓지 않은 사람들이 태풍, 홍수 등으로 엄청난 고통을 당하잖아요.

주땡 : 그렇죠. 자연재해를 하느님이 주신 벌처럼 생각하는 분들도 많죠. 하지만 하느님은 자연 역시 ‘자연법칙’에 따라 자발적으로 움직이도록 만들어 두셨을 뿐이랍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자연악은 자연법칙들의 부조화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지요.

민이 : 아…, 이 땅에서 일어나는 모든 악(惡)들을 하느님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주땡 :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빛과 어둠을 예로 들어 ‘악’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어요. 전구, 횃불 등 세상에는 빛을 만들어내는 도구들이 많죠? 그럼 어둠을 만들어내는 도구를 본 적이 있나요?

삽화 김요한 신부

세라 : 어둠을 만들어내는 도구요? 빛을 가리면 어둠이 되는데 굳이 그런 것을 만들 이유가 있을까요?

주땡 : 우와, 세라 자매님. 정확히 말씀하셨어요. 빛은 이 세상에 실제 존재하는 것이기에 우리가 만들어낼 수 있어요. 하지만 어둠은 빛이 차단된 상태일 뿐 실존하는 것이 아니랍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세상에 존재하는 악 역시 어둠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어요. 빛을 가려 어둠이 되듯, 선 그 자체이신 하느님에게서 멀어지면 악한 상태가 된다는 것이죠. 결국 악이란 실존하는 대상이 아니라 선이 결핍된 상태인거죠.

세라 : 선이 충만한 태초의 모습을 지키려면 늘 하느님 곁에 머물러야겠군요.

주땡 : 죄와 악, 이 문제들을 이야기하다 보면 올바른 삶에 대해 고민하게 되죠. 우리에게 생명을 주신 하느님 뜻을 따라 사는 것이 당연한데도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고요.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앞으로 내 삶이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면…?

민이 : 어휴, 신부님. 왜 그렇게 극단적인 말씀을 하세요.

주땡 : 하하. 우리는 결국 언젠가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죽어서 하늘나라로, 하느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이죠. 당장 한 달 후에 죽는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결국 마지막으로 돌아가야 할 곳은 하늘나라이고 하늘나라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그렇게 생각해보면 하느님 뜻을 따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깨닫게 되지요. 11월은 위령성월이니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역설적이게도 더 잘 살기 위해서는 죽음을 잘 묵상해야 하는 것이죠.

교리 지도 주요한 신부(오천고 교목실장),정리 우세민·이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