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남수단에서 온 편지] 정말 끝내주게 잘 노는 딩카 사람들

입력일 2015-10-21 수정일 2015-10-21 발행일 2015-10-25 제 2966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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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콤보니데이를 맞아 요 며칠 동안 마을은 축제분위기에 들떠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아프리카로 건너와 수단을 비롯한 중앙아프리카 지역에서 한평생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파하시다가 수단의 수도 카르툼에서 돌아가신 다니엘 콤보니 성인을 기리는 날인 콤보니데이는 남수단에서 큰 축제입니다.

천주교 신자들뿐 아니라 모든 주민들이 이날은 함께 모여서 소를 잡고 음식을 나누어 먹고 춤을 추며 하루를 보냅니다.

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먹을 잔치에 쓸 소와 음식은 본당신부가 지원해주는 것이 오랜(?) 전통이며, 마을 사람들은 대신 잘 차려진 잔치에 와서 즐기기 위해 자신들의 옷과 신발을 준비합니다.

마을 청년들의 축구·배구 경기, 그리고 디스코 파티로 이루어지는 이날 일정의 시작은 성인 추모 미사였습니다. 야외미사를 준비하는 저에게 마을 청년들이 다가와 오늘 발전기를 사용할 지를 묻습니다.

“미사 걱정은 하지마. 내가 성능 좋은 충전용 마이크와 스피커를 준비해뒀어.”

요즘 정부군과 반군사이에 계속되고 있는 분쟁으로 연료를 구하기가 힘들어서 특별한 일이 아니면 거의 발전기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여준 작은 스피커를 보더니 이내 그들의 얼굴이 시무룩해집니다.

“아니, 저희 파티할 때 써야 하는데…. 더 큰 스피커 준비해 주세요.”

“이 녀석들아, 아무리 축제라지만 콤보니 성인 돌아가신 날을 기념하는데 너희는 디스코파티 걱정뿐이냐?”

한심한 마음이 들지만, 그래도 이런 그들을 위해 한평생을 바치다가 돌아가신 성인의 사랑을 생각하면 저도 오늘만큼은 너그러워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아, 미사 후에 발전기를 사용하게 해줄 테니까, 오늘 밤 10시까지만 사용하고 늦지 않게 반납해라.”

이날 하루종일 제너레이터 돌아가는 소리와 아프리카 댄스음악, 그리고 딩카남자들이 마이크를 잡고 떠드는 소리로 온 마을이 시끄러웠습니다.

한국사람들은 마이크를 잡으면 노래하는 것을 즐기지만, 딩카남자들은 즉흥 연설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하나같이 열변을 토해내는 그들의 연설은 언뜻 들으면 마치 농성투쟁을 하고 있는 것처럼 과격하게 들리지만 결코 심각하지 않은, 단지 축제의 흥을 돋우기 위한 행사의 일부로 여겨집니다.

해가 저물고 디스코파티가 시작되었습니다. 희미한 달빛 아래 공터에서 100명은 족히 넘는 수의 청년들과 아이들이 한데 모여 발로 땅을 비비고 엉덩이를 들썩대며 춤을 춰댑니다.

어찌나 따닥따닥 서로 붙어서 몸을 흔들어대는지 그 주변에만 다가가도 그들의 후끈한 체온과 땀의 끈적함이 느껴집니다.

저는 언제 이 행사를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까 시계를 들여다보고 있는데, 이들은 마치 이 순간에 취해서 모든 것을 잊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역시나 약속했던 밤 10시가 훌쩍 넘어도 도무지 디스코파티가 끝날 기미가 안보여서, 제가 직접 공터로 찾아가 제너레이터 전원스위치를 내려버렸습니다. 여기저기서 꽥꽥 불평하는 소리가 들리고 저를 원망하는 눈초리도 느껴졌지만, 개의치 않고 제너레이터와 스피커를 거둬갔습니다.

그리고 방에 들어가 불을 끄고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음악을 틀 수 있는 스피커가 없으니 저들도 이제 그만 해산하고 집으로 돌아가겠지?”

그러나 그들은 오랜 세월동안 전기 없이도 노는 문화에 최적화 되어 있었습니다. 곧 북소리가 두둥두둥 들리더니 달밤의 파티가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주일이었던 그 다음날 새벽까지 계속되었던 이들의 축제는 이틀이 지난 지금, 이 글을 쓰는 이 시간까지도 끝나지 않고 계속되고 있습니다.

매일 북치고 노는 문화에 살면서도 특별한 날은 더욱 열심히 노는 딩카족 사람들을 보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표현이 있습니다. “정말 띵가띵가 잘 논다.”

알려드립니다.

본 연재글의 지난 9월 6일자 글(‘컨테이너에 담긴 유통기한 지난 의약품들’) 중 사실과 다른 표현이 있어 독자 여러분에게 정정 내용을 말씀드립니다. ‘기증받은 약품들은 거의 모두가 유효기간이 지난 약품들’이라는 것은 명백히 사실과 다른 내용이며, 한국에서 기증해 주신 모든 의약품은 유통기간을 넘기지 않은 정상 제품이었습니다. 해당 표현은 운송 과정 등에서의 문제로 빚어진 오해에서 비롯됐습니다.

수원교구 해외선교지에 의약품을 기증해 주신 제약회사 및 단체를 비롯한 모든 후원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 후원계좌 612501-01-370421 국민, 1005-801-315879 우리, 1076-01-012387 농협, 03227-12-004926 신협, 100-030-732807 신한

(예금주 (재)천주교수원교구유지재단)

※ 수원교구 해외선교후원회 http://cafe.daum.net/casuwonsudan

※ 선교사제들과 함께할 다음과 같은 봉사자를 찾습니다.

- 사회복지, 의료분야, 영어교육, 태권도교육 등

※ 문의 031-548-0581(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

다니엘 콤보니 성인을 기리는 날인 콤보니데이를 맞아 춤을 추며 즐기고 있는 남수단 주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