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전교 주일 기획 좌담] ‘내가 바로 선교사’… 삶의 자리에서 선교 소명 실천해야

주정아 (stella@catimes.kr),사진 이지연
입력일 2015-10-13 수정일 2015-10-13 발행일 2015-10-18 제 2965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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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선교, 교회 풍성하게 하는 일
사제도 선교사… 선교의식 필수
평신도 양성 전문 지원도 필요
선교사는 해외-한국 잇는 ‘다리’
세례자 수 등 외형적 결과보다
‘함께 사는 것’ 본질로 여겨야
전교 주일 기획 좌담 ‘선교, 삶의 대화’를 위해 해외선교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김성현 신부, 변승식 신부, 정신철 주교, 강승원 신부(왼쪽부터).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사람들은 ‘선교사’이다.

하지만 일반 신자들에게 선교, 특히 해외선교는 여전히 멀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교황청 전교기구 한국지부(지부장 변승식 신부)는 해외선교사들은 물론 신자 누구나 각자 삶의 자리에서 선교 소명을 실천할 수 있도록 영적·물적 연대의 다리가 되어주고 있다. 또 지난해부터는 전교 주일(전교의 달) 기획좌담을 통해, 한국교회 신자들이 해외선교에 관해 올바로 인식하고 선교사로서의 역할을 공유하도록 돕고 있다.

올해 좌담에서는 해외선교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선교, 삶의 대화’를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좌담에서는 이웃을 찾아가 그들과 같은 문화·환경 안에서 살아가는 해외선교사 삶의 가치와 그에 관한 성찰, 선교사의 삶을 보다 폭넓게 나누어야 할 필요성, 해외선교 활성화를 위해 실천할 과제 등에 관한 다양한 제언이 이어졌다.

패널로는 정신철 주교(주교회의 해외선교·교포사목위원회 위원장), 변승식 신부(교황청 전교기구 한국지부장), 김성현 신부(전 몽골 피데이도눔 선교사), 강승원 신부(한국가톨릭해외선교사교육협의회 회장)가 참가했으며, 진행은 주정아 기자가 맡았다.

이번 좌담은 전교 주일에 앞서 지난달 8일 인천교구청에서 마련됐다.

주교회의 해외선교·교포사목위 위원장
교황청 전교기구 한국지부장
전 몽골 피데이도눔 선교사
한국가톨릭해외선교사교육협 회장

▲ 사회 - 선교사의 열정은 복음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도 올해 전교주일 담화에서 바오로 성인의 말을 인용해 “복음은 모든 인간의 기쁨과 해방과 구원의 원천이며, 교회는 이 선물을 인식하고 있기에 지치지 않고 모든 이에게 끊임없이 선포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특별히 다른 나라 즉, 역사와 문화, 언어 등이 다른 민족들을 찾아가 하느님 말씀을 전하는 ‘해외선교’를 어떻게 인식해야 하는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김성현 신부(이하 김 신부) - 사제는 언제나 세상을 향해 열린 존재이기에, 해외선교사로서의 부르심에도 응답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저는 몽골에서 선교사로 살아왔는데요, 처음엔 세상 끝까지 나아가 하느님 말씀을 전한다는 생각으로 파견을 받았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 모두 각자가 서 있는 곳이 바로 하느님 아버지께서 우리가 있기를 바라시는 곳, 선교지라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지금 바로 옆에 있는 이웃이 세상 끝에서 만나는 복음 선포의 대상이지요.

변승식 신부(이하 변 신부) - 해외선교는 내가 그들 공동체와 그들 삶의 자리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사제가 각 본당에 파견될 때에도 다양한 문화적·생활환경적 차이를 겪게 되는데요. 항상 그 현실에 맞춰 살아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만약 도시본당에서 사목하던 사제가 시골본당에 갔을 때 수준 차이가 난다는 둥, 신자들이 말을 못 알아듣는다는 둥, 내 생각만을 고집하며 일방적으로 다가가는 것은 그릇된 행동입니다. 해외선교에서는 더욱 극심한 문화와 환경 차이를 겪는데요. 게다가 내가 생각하는 것을 실천하겠다는, 현지인들이 나를 따라와야 한다는 생각 등을 지니고 해외선교에 나서서는 어려움이 클 것입니다.

강승원 신부(이하 강 신부) - 한땐 해외선교는 외국인들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지요. 이제는 예수 그리스도의 육화된 삶을 따라, 다른 문화 안에 들어가 다른 민족 형제들과 함께 어우러져 사는 것이 더 이상 낯설지만은 않습니다. 해외선교사로서의 기쁨은 어려운 환경을 잘 버텨내고 많은 이들에게 세례를 줬다는 등의 단편적인 결과가 아니라, 선교사 자신이 그들과 얼마나 ‘함께’ 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렇게 살아본 선교사들은 한국에 돌아와도 신자들의 마음을 읽고 대하는 태도가 권위주의적이거나 일방적이지 않고, 하느님 안에서 한 형제로 더불어 살아가는 모범을 보여주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해외선교는 우리 교회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 또 하나의 선물이 됩니다.

정신철 주교(이하 정 주교) - 그런데 우리는 왜 해외선교를 우리 자신의 일처럼 생각하지 않을까요? 선교를 학문적으로만 배웠고, 나 자신이 바로 주인공이라는 의식을 미처 키우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지요. 무엇보다 중요하게 성찰해 볼 부분은 한국교회가 선교의식을 잃어버렸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한국교회 사제들부터 스스로가 선교사라는 의식이 부족합니다. 한 사제가 어떤 본당에 파견된다는 것은 그 지역사회 선교사로 파견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선교를 하는데 그 지역에서 본당공동체의 책임을 맡게 됐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그 지역 복음화를 위해 어떤 선교 역량을 펼칠 것인가를 최우선적으로 고민하고 준비해야 하지요.

하지만 현실을 보면, 많은 사제들이 스스로는 선교사라는 의식을 잃어버리고 선교는 신자나 다른 선교사들이 하는 것으로 인식하곤 합니다. 사제는 선교 자체가 아니라 그 운영과 행정적인 뒷받침 등을 해야 한다는 오류를 범하는 모습입니다.

▲ 해외선교사로서의 삶에서 어떤 본질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지 부연 설명이 필요할 듯 합니다. 먼 곳의 이웃을 찾아갔을 때는 그들 곁에서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근본인데, 한국교회의 선교활동은 물질적 지원과 외적 활동에 너무 치우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정 주교 - 하느님 중심인가, 일 중심인가. 선교사들과 대화할 때면 늘 반문하며 강조하는 부분인데요. 많은 선교사들이 낙후된 지역 등을 찾아갔을 때 ‘여기서 선교라는 것은 복음말씀을 나누는 것이냐 건축을 하는 것이냐’라는 갈등도 종종 하게 됩니다. 사실 한국교회도 다른 교회의 지원을 통해 외적 면모를 갖추고 성장해온 부분이 있습니다. 다양한 선교 역사 안에서 선교지 사람들을 물질적으로 지원하고, 지역개발에 나서는 등의 일들은 종종 갈등과 고민을 불러왔습니다. 하지만 가난한 이들을 찾아갔을 때 그들과 똑같이 오로지 가난하게 사는 것도 어렵고, 그들에게 당장 시급한 물질적 지원을 하지 않는 것도 어렵습니다. 한국교회의 물질적 지원을 현지에서 대신해주는 상황이다 보니 선교사들도 본의 아니게 우월의식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딜레마를 안고 있지만 계속 올바른 성찰과 식별을 이어가며 하느님 뜻대로 판단하도록 힘쓰는 것 또한 선교 여정입니다.

김 신부 - 가난한 이웃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필수적입니다. 그러다보면 ‘빵’을 안 줄 수는 없습니다. 나만 빵을 갖고 또 먹으면서 이웃에게 안준다는 것은 안 될 일이지요. 자연스럽게 내가 가진 빵을 나누니 기쁘고, 그러다 보니 또 빵을 얻어다 나누게 되고…. 그렇게 한국과 몽골을 오가면서 한국 신자들을 대상으로 모금을 하고, 모금한 것을 현지인들과 나누는 일이 반복되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 모금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저는 매우 교만한 선교사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현지에서 저는 늘 베푸는 사람, 이른바 ‘왕’과 같은 입장이지요. 반면 한국에 오면 저는 신자들 앞에서 ‘거지’가 됩니다. 낮아지는 체험이지요. 뿐만 아니라 한국 신자들의 정성 어린 나눔에 감동을 받아 저의 굳은 마음을 치유하고, 제가 무엇을 하는 존재인지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얼마를 모금해서 얼마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누군가의 좋은 마음이 잘 쓰일 수 있도록 그들과 또 다른 이웃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존재감을 느끼는 것이지요.

▲ 국내선교와 해외선교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아, 해외선교를 활성화하면 국내선교의 내·외적 활동도 힘을 얻을 수 있지요. 하지만 실제 각 본당 사목현장 등에서는 해외선교 현황을 듣고 선교사들의 삶을 접할 기회를 만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변 신부 - 특히 교구 사제들은 해외선교사로서의 삶에 대해 고민하고 나눌 수 있는 장을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개인적으로만 고민하게 둘 것이 아니라 해외선교를 나갈 예정이거나 다녀온 이들과 만나서 대화하고 내외적으로 해외선교사로서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구조가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해외선교사들의 경험과 의식을 일부 선교사들만이 아니라 보다 많은 신자들과 나누는 장이 마련되길 바랍니다. 일반 신자들도 단순히 가난하고 어렵게 사는 이들을 도와주자는 생각에서 벗어나 선교사로서의 소명을 되새길 수 있는 기회를 필요로 합니다.

강 신부 - 특별히 평신도들은 선교지 사람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 같은 눈높이에서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여지가 많습니다. 사제·수도자들은 할 수 없거나 이해도 부족한 부분을 같은 평신도들로서 보다 쉽게 나눌 수 있지요. 현지 평신도들도 평신도 선교사들에게 더욱 편안하게 다가가는 면이 있고요. 앞으로 평신도들이 해외선교 역량을 보다 폭넓게 펼칠 수 있도록 전문적인 양성을 지원하고, 그들의 경험을 공유하는 장이 다채롭게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

▲ 선교가 우리 삶 안에 구체적으로 뿌리내리고 특별히 해외선교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 시대 해외선교사가 꼭 갖춰야할 의식, 태도, 역량 등에 관해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김 신부 - 해외선교사들이 구체적인 활동에 나서기 전에 현지어를 익히고 현지인들의 문화와 관습을 이해하는데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길 바랍니다. 선교사가 현지에 파견된다는 것은 곧 그 선교사가 새로 탄생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지요. 머리 큰 어린이로 살기보다는 머리도 마음도 언어능력 등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 현지인들을 사랑하기 위한 가장 우선적인 마음자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강 신부 - 네, 무엇보다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준비가 필수적입니다. 특별히 본인 내면에 잠재된 능력을 더욱 잘 발휘하자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해외선교를 나가게 되면 본인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자기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동시에 잠재력도 발견할 수 있는데요. 힘겨운 상황을 겪어내며 현지 문화에 적응하는 등의 과정에서 그러한 잠재력은 더욱 큰 힘이 됩니다.

변 신부 - 하느님께서 우리 일을 도와주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하느님의 일을 돕고 하느님의 일을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해주신다는, 하느님의 자비에 대해 확신하는 마음을 더욱 단단히 가지길 바랍니다. 또한 교황청 전교기구 한국지부에서도 신자들이 해외선교사들의 활동에 관해 더욱 잘 알고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서로 만나고 경험 등을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더욱 다채롭게 마련할 수 있도록 힘쓸 계획입니다.

정 주교 - 우리 스스로가 먼저 복음화돼야 합니다. 설사 해외선교에 나서지 않더라도, 어떤 소명을 실천하더라도 근본적으로 ‘내가 바로 선교사’라는 의식이 부족하면 올바로 활동할 수 없습니다. 특히 한국교회 사제들의 선교의식을 보다 확고히 해야할 때입니다. 선교사로서의 소명을 되새기고 먼저 복음화되어 사목을 실천할 때, 어디에서든 기쁘게 사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주정아 (stella@catimes.kr),사진 이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