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TH

[조재연 신부의 청사진] (73) 한국에서의 WYD(세계청소년대회)를 위한 제안 ⑨

조재연 신부
입력일 2015-10-07 수정일 2015-10-07 발행일 2015-10-11 제 2964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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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 대회(DID)가 주는 은총의 열매
지난 WYD에서의 교구 대회 체험들을 돌아보면, 공동체의 따스한 환대, 깊이 있는 기도 시간과 봉사 활동의 기억들이 인상 깊게 떠오른다. 또한 2002년 캐나다 토론토 WYD 교구 대회 때, 그 지역 장로교회에서 WYD 참여자들을 초대하여 함께 축제의 시간을 보냈던 것도 교단의 차이를 넘어 우정을 나눌 수 있었던 소중한 체험이었다. 특히 유럽에서 WYD가 개최될 경우의 교구 대회는 오랜 역사 안에 이어져 온 신앙의 숨결을 직접 만나는 기회이기도 했다. 2012년 스페인 WYD 교구 대회 때 코르도바 지역에 머물렀던 한 청년은, 나이 지긋한 어른들이 WYD에 참가한 젊은이들을 환영하며 사랑스럽게 바라봐주던 눈빛을 감사히 기억하고 있었다. 가톨릭의 오랜 전통은 문화로 남아있지만, 그것을 살아나갈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고 노인들만 남은 유럽의 작은 교구 신자들에게 WYD 참여자들이 젊음의 활기와 희망을 전해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와 같이 교구 대회는 본대회와는 다른 특성을 통해 WYD가 지닌 사목적 효과를 드러낸다. WYD에 참여한 젊은이들은 전 세계에서 온 수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는 본대회에서 가톨릭교회의 하나됨을 느낄 뿐만 아니라, 교구 대회에서 만난 사람들과 우정 어린 관계를 맺음으로써 그 ‘신앙 안에서의 일치’를 보다 더 구체적, 실질적으로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WYD 이후에도 그들과 계속 교류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해 나감으로써 가톨릭 정신을 일상 안에서 지속적으로 실천할 수 있게 된다.

주님께서 교구 대회를 통해 선물해 주시는 은총의 열매는 이처럼 WYD에 참여한 젊은이들의 삶 안에 맺어지기도 하지만, 사실 무엇보다도 그 교구 대회를 직접 준비하여 치른 교구와 각 개별 본당 공동체 안에서 더욱 풍요롭게 맺어진다. WYD 참여자들과 마찬가지로 교구 대회에 참여한 신자들 또한 다양한 배경의 젊은이들과 직접 만나는 가운데 가톨릭교회의 보편성을 피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교구 내 신자들이 자기 본당만을 바라보는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보다 더 큰 교회에 대한 시선을 갖춘 가톨릭신자로서 ‘보편 교회’에 대해 개방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 WYD 교구 대회를 치른 교구가 받는 첫 번째 열매라 하겠다.

더불어 교구 내 신자들은 교구 대회 전례를 통해 WYD 참여자들이 나누어주는 전 세계 곳곳의 다양한 전례를 만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교류는 다양성 안에 공통된 전례의 본질이 무엇인지 발견할 수 있게 도와줌은 물론, 전례의 외적 형식을 지나치게 중시하여 경직되거나 혹은 변화 없는 반복으로 정체되어 있는 전례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어 줄 수 있다. 다양한 그룹의 참여와 창의적인 시도를 통해 활기가 넘치면서도 그 본질을 잃지 않는 전례가 교구 안에 계속 이어진다면, 교구와 각 본당 공동체의 신앙생활 또한 더욱 윤택해질 수 있다. 이것이 교구 대회의 두 번째 열매라고 할 수 있다.

교구 대회를 통해 맺어지는 세 번째 열매는 바로, 교구와 각 개별 본당 공동체가 WYD 참여자들을 환대하는 과정을 통해 ‘교회가 어떻게 젊은이들을 초대하고, 배려하며 함께 어울릴 수 있는지’를 체험으로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WYD를 개최했던 유럽 교회들처럼 한국 교회 또한 청소년·청년들의 참여가 계속 줄어드는 가운데, 교구 및 본당의 주축인 성인 공동체는 젊은이들과 어떻게 어울려야 하는지 잘 모르고 어색해하는 경우가 많다. 마찬가지로 교구의 주교님, 본당 주임 사제, 수도자들도 나이가 들수록 젊은이들과의 만남을 어렵게 느끼기 쉽다. 이 때 교구 대회를 통해 외국의 젊은이들을 맞아들여 함께 생활하는 체험은 여러 세대가 한 교회 공동체로서 어우러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다.

또한 토론토 WYD의 사례에서처럼, 교구 대회는 지역 내 이웃 종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기도 한다. 교구 공동체가 지역 내의 다른 종교 혹은 다른 교단과의 대화와 교류를 체험하면서, 현대 사회에 열려 있는 가톨릭교회 정신을 실천할 수 있다는 부분도 교구 대회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열매라 할 수 있겠다.

(다음 호에 계속)

조재연 신부는 서울 면목동본당 주임으로 사목하고 있으며, 햇살청소년사목센터 소장,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 청소년사목위원회 전문위원, 한국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조재연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