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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포커스 테라피’ 알리는 정신분석가 권혜경 박사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5-08-11 수정일 2015-08-11 발행일 2015-08-16 제 2957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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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외상 누적된 한국인… 치료 돕고 싶어”
대형참사 겪고도 돌봄 받지 못한 세월호 유가족 치료차 활동 시작
“트라우마, 정신·심리 조각난 상태  종교지도자들도 관심 가져주길”
17~18일 서울 성모병원서 세미나
‘트라우마 포커스 테라피’ 전파에 앞장서고 있는 권혜경 박사.
“정신적 외상인 트라우마는 정신과 심리가 산산조각난 상태와 같습니다. 일반적인 심리치료를 적용하기 전 응급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지요.”

권혜경(마리아·44) 박사는 특히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 완벽한 치료법은 없다”면서 “국내 정신건강 전문가들도 다양한 치료방법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적극 활용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대 외래교수 등으로 활동 중인 권 박사는 국내에 ‘트라우마 포커스 테라피’를 알리기 위해 오는 8월 17~18일 서울 성모병원에서 통합적 트라우마 세미나를 연다. ‘트라우마 포커스 테라피’는 뇌과학과 대상관계·대인관계 이론 등에 근거, 환자의 상황과 특성에 따라 보다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치료를 제공하는 방법이다. 대개 심리 치료가 생각과 감정을 바꿔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내려고 하는 반면, ‘트라우마 포커스 테라피는 몸을 먼저 변화시킨 후 감정과 생각을 변화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이미 아메리카와 유럽 등지에서는 널리 활용하고 있는 치료법이지만, 국내에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다.

권 박사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 등을 겪은 한국인들을 보면서 “신앙인으로서 내가 먼저 배운 지식을 보다 많은 이들과 나누고 어려운 이들을 도와야 한다”는 소명의식으로 한국을 찾았다. 세월호 유가족 등 피해자들이 실질적인 치료 혜택을 못 받고 있는 모습에 안타까움이 들어 시작된 발걸음이었다. 누군가의 초청이나 후원도 없었지만, 세미나 심화과정까지 제공하고 올해 또 새로운 과정을 마련했다.

권 박사는 이번 세미나에서 ‘트라우마 포커스 테라피’ 이론을 설명할 뿐 아니라, 구체적인 임상 사례들을 아낌없이 쏟아낼 예정이다. 심리치료사와 정신과 의사는 물론 간호사, 한의사, 예술치료사, 상담가, 사회복지사, 종교지도자 등이 각자 업무에 실질적으로 적용하거나, 내외적으로 폭넓게 정보를 나눌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권 박사는 특히 “종교지도자들이 심리·정신 치료에 관한 지식을 좀 더 갖춰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전문가들에게 올바로 안내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많은 경우 어려움을 호소하고 해결하기 위해 교회 등의 문을 두드렸다가 실망감과 배신감, 분노까지 느껴 신앙을 잃는 사례까지 쉽게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권 박사는 게다가 “한국은 트라우마를 겪기 쉬운 나라”라고 말한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국민들의 정신건강을 체계적으로 돌보는 사회안전망도 취약한 형편이다.

권 박사는 “한국인들은 일제 침략과 6·25 한국전쟁, 5·18 광주항쟁, 가깝게는 세월호 참사와 같이 대형 사건들을 감내해야 했지만 올바른 돌봄은 제공받지 못했기에 트라우마가 누적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한이 많은 민족’이라는 말도 트라우마의 또 다른 표현으로 인식될 수 있어, 더 이상 상처가 누적되고 부작용이 생겨나지 않도록 돌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사회적으로 큰 사건이 일어났을 때 피해자들의 입을 막지 않고 진실을 올바로 전하는 언론의 역할도 트라우마 해결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한다.

“심리치료와 정신질환치료에 가장 효과적인 약은 바로 ‘사람’입니다. 누구든 큰 사건을 겪을 때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고 나 혼자 감당한다고 생각하면 트라우마와 같은 아픔을 겪게 됩니다. 우리 사회도 상처받은 이들이 사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더불어 살 수 있도록 보다 전문적이고 폭넓은 도움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