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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아이를 위한 돈보스코 상담실]Q. 틈만 나면 싸우던 부모님이 이혼을 준비 중입니다. 폭력을 쓰는 아빠도 밉지만, 엄마한테서 버림 받는 것 같아서 화가 납니다.

윤명희 수녀(살레시오 수녀회)
입력일 2015-07-22 수정일 2015-07-22 발행일 2015-07-26 제 2954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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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틈만 나면 싸우던 부모님이 이혼을 준비 중입니다. 폭력을 쓰는 아빠도 밉지만, 엄마한테서 버림 받는 것 같아서 화가 납니다.

저한테는 왜 이렇게 좋지 않은 일이 계속 생길까요? 부모님께서는 틈만 나면 소리를 지르고 싸우시더니 이제는 이혼을 하려고 준비 중이십니다. 술만 드시면 엄마와 싸우시고 우리를 가끔 때리시는 아빠도 밉지만, 그렇다고 우리를 두고 이혼을 하시려는 엄마는 더욱더 밉습니다. 성경에도 이혼하지 말라는 구절이 있는데, 우리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으시고 버림받는 것 같아 화가 납니다.(데레사·중3)

A. 엄마는 이때까지 데레사를 위해서 참고만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엄마를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기도하면서, 솔직한 대화를 나눠보세요.

데레사가 무척이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네요. 부모님이 싸우시는 것도 힘든데, 이혼을 준비하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마음이 얼마나 힘이 들까요? 버림받았다는 느낌을 받는 데레사의 마음이 이해됩니다. 그러나 부모님이 이혼하는 것과 데레사를 사랑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부모님이 이혼을 한다고 해서 데레사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랍니다. 분명 엄마는 엄마 인생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계실 거예요. 그동안 힘든 생활의 돌파구를 찾고 있는 거지요? 엄마와 아빠도 행복할 권리가 있으니까요. 아마도 엄마는 지금까지 데레사를 위해 참으셨을수도 있어요. 엄마를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기도하면서 솔직한 대화를 나눠보세요. 데레사가 얼마나 힘든지를 말씀드리고, 엄마의 이야기도 들어본다면 지금 이 어려운 시간을 이겨내고, 앞으로 엄마 없이 보낼 수도 있는 시간을 준비하는 데도 도움이 될 거예요.

데레사 말대로 “하느님이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됩니다”라는 대목이 성경에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말씀으로 엄마를 판단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그건 다음에 엄마가 하느님 앞에 가서 해결할 문제고, 우리는 엄마의 마음을 헤아려 보려는 노력이 더 중요할 것 같습니다. 결혼한 부부가 이혼하지 않고 잘 살면 더없이 좋겠지요. 그런데 사람의 일이란 때로 예측하기 어려운 일들이 생기기도 합니다. 부모님이 많이 고민하시고 더 나은 선택을 하실 수 있도록 데레사가 기도해 드리세요.

지금의 어려움이 데레사의 삶을 좌절시키지 않길 바랍니다. 인생을 멀리, 넓게 보세요. 삶을 살아가는 데는 ‘꼭 이렇게 살아야 한다’라는 정답이 있는 건 아니랍니다. 지금 겪는 많은 어려움들이 데레사를 힘들게 하지만, 이 어려움들을 잘 돌보면 좋은 약이 된답니다. 얼마 전 ‘홀딩파이브 도와줘!’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김성빈이라는 19살 대학생 언니가 청소년들을 위한 고민상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 이야기이지요. 이런 멋진 일을 해낸 언니는 사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왕따로 지옥 같은 학생시절을 보냈다고 합니다. 눈앞으로 가위가 날아오는 신변의 위험도 겪기도 하고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로 힘든 시기였지만, 언니는 그 어둡고 힘든 시기를 극복하고, 자신처럼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청소년들을 돕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어려움이 삶에 좋은 약이 된 거지요.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생기는 모든 일들이 서로 작용해서 좋은 결과를 이루도록 도우신답니다.

어쩔 수 없이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그동안은 부모님에게 의존해 삶을 꾸려왔지만 이제부터는 ‘혼자서도 잘 할 수 있다’는 용기를 가지고 삶을 계획해보기 바랍니다. 우리는 마음먹기에 따라 많은 것을 할 수 있답니다.

윤명희 수녀(살레시오 수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