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가톨릭신문-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특별기획] 가정사목과 복음화 10. 동성 결합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5-07-15 수정일 2015-07-15 발행일 2015-07-19 제 2953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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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교회 입장은… 
타고난 성향은 인정하지만 법적 혼인은 절대 반대
지난해 10월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 시노드) 제3차 임시총회 최종 보고서는 2개 항목에서 ‘동성애적 경향을 지닌 이들에 대한 사목적 관심’을 표명했다. 웬지 좀 쓰다 만 것 같은 이 두 항목에서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동성애적인 결합과 혼인과 가정에 관한 하느님의 계획 사이에는 이들을 동화시키거나 먼 유비라도 설정할 근거가 전혀 없습니다.’라는 교회의 가르침을 기준으로 하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어떤 사목적 관심이 적절할 것인가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그렇지만, 동성애적 경향을 지닌 남녀는 존경과 섬세함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그들과 관련하여, 부당한 차별의 낙인을 찍는 것은 모두 피해야 할 것입니다.’(신앙교리성, 동성애자 결합의 합법화 제안에 관한 고찰, 4).”(보고서 55항)

이러한 분위기의 서술은 사실상 지난해 주교 시노드의 준비와 진행 과정에서 나타났던 자유롭고 거침없는 토론과 혁신적인 분위기와는 조금 동떨어진 듯하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최종 보고서는 지난해 10월 18일 시노드 참석자들의 투표를 통해 확정된 것인데, 닷새 전인 13일 작성됐던 초안과 달라졌다.

초안은 투표를 거치면서 세 군데가 달라졌다. 전체적으로는 개방성과 혁신의 기조가 유지됐지만, 이혼 후 재혼한 신자들에 대한 영성체 허용 문제와 함께 동성애에 관한 항목에서 세 군데가 3분의 2, 즉 123표 이상의 지지를 얻지 못해 삭제되고 재작성됐다.

세간의 관심을 끈 부분은 ‘동성애자들에 대한 환대’라는 제목의 항목으로 118명 찬성에 62명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 동성애 결합이 ‘파트너의 삶에 있어서 귀중한 지지가 될 것’이라는 진술 또한 삭제됐다. 대신에 ‘동성애적 경향을 지닌 사람들에 대한 사목적 관심’이라는 제목의 항목이 삽입됐다.

초안은 동성애자들에 대해서, 교회 공동체가 과연 동성애자들을 환대하는 자세를 갖추고 있는지, 그리고 이들에게 ‘형제적 공간’을 제공하고 있는지를 성찰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최종 문서는 그 대신에 교황청 신앙교리성의 동성애 결합에 대한 기존의 규범들을 다시 한 번 진술하게 된 것이다.

작년 주교 시노드서도 논의

이와 관련 주교 시노드에 참석하고 돌아온 당시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제주교구장)는 이렇게 말했다.

“초안에서는 동성애를 환영했다가 나중에 바꿨다고 하는데 초안에도 그런 내용은 없었습니다. 동성애를 환영한 게 아니라 동성애자들을 교회 안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지 논의하자는 것이었어요.”

강 주교는 이어 시노드에서의 모든 논의를 이렇게 요약했다.

“동성애자들에 대한 교회의 기본 입장은 타고난 성향 자체를 뭐라 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이성애적 성향을 가진 사람과 똑같은 인간이고 교회가 감당해야 할 하느님 백성의 일원이라는 거죠. 그들을 차별하거나 단죄해선 안되며 교회 식구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노드 보고서 초안과 최종본의 차이를 두고, 많은 이들은 다양한 분석을 했다. 보수의 승리이지만 진보의 승리이기도 하다는 분석 역시 틀리지 않다. 혁신적인 제목과 진술이 삭제되고 전통적 규정이 삽입됐다는 점에서 변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초안의 혁신적 진술이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했다고 해도 압도적 다수를 차지했다는 점은 동성애와 이혼 등의 문제에 대한 토론이 이제 막 시작됐음을 알려준다.

 

변화하는 사회적 인식

동성애와 관련된 논의에서 반드시 짚고 가야 할 점이 있다. 동성애적 경향과 이러한 경향을 지닌 이들간의 동성 결합의 문제는 분명히 다르다는 것이다. 동성 결합을 사회적으로 용인하는 문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교회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현재 동성 결합을 허용하는 나라는 6월 26일 대법원 판결을 통해 합법화가 이뤄진 미국을 포함해 모두 21개국이다. 가장 먼저 네덜란드가 2001년 동성결혼을 허용한데 이어 주로 유럽과 아메리카를 중심으로 합법화가 이뤄졌다. 전통적 가톨릭 국가인 스페인과 프랑스도 각각 2006년과 2013년 동성 결합을 합법화했다. 이에 반해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동성 결합은 태형과 사형까지 선고될 정도로 절대적으로 금지된다.

교회의 동성애에 대한 입장은 크게 두 가지이다. 동성 결합에 대한 양보할 수 없는 입장이 하나이고, 동성애적 경향을 지닌 이들에 대한 존중과 사목적 배려의 필요성이 두 번째이다.

한국사회에서 불과 십수년 전만 해도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부도덕, 사회 문제와 결부됐다. 동성애자를 에이즈 확산의 주범으로 보는 편견이 그 상징적 태도이다. 지금은 일부 보수적 개신교단을 중심으로 이러한 주장을 하는데 그치지만, 과거에는 그런 식의 선입견이 보편적이었다.

하지만 동성애에 대한 인식은 큰 변화를 보였다. ‘성 소수자’로서의 동성애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정이 추세이고, 특히 젊은 층은 절대 다수가 동성애를 인정한다.

 

한국교회 사목 정책은

더욱이, 동성애는 교회 밖의 문제가 아니다. 2003년 사회적 차별을 비관한 한 10대 동성애자의 자살 사건을 통해 성적 소수자의 인권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등장했다. 특히 그가 천주교 신자로 묵주와 성모상을 좋아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동성애 문제가 교회 밖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과 함께 이들에 대한 사목적 배려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일었다.

하지만 사실상 한국교회 안에서 이에 대한 구체적인 사목 방향과 정책은 전무하다. 지난해 주교대의원회의 임시총회에 앞서 교황청에 보낸 한국교회의 답변서는 이와 관련해 이렇게 말한다.

“최근 들어서 동성 결합을 법적 혼인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다. 소수자의 차별 금지와 인권 옹호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서 법적 인정을 국가에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여론의 큰 흐름은 동성혼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이어 “동성 결합 문제가 최근에 본격적으로 사회 이슈화됐기 때문에 교회 차원에서 동성결합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지는 않았다”면서 “한국사회에서도 동성 결합 현상이 부각되는 것을 우려하면서 이에 대한 보편교회의 입장을 분명히 견지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동성애자들과 이들 가정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사목적 배려, 그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촉구해왔다”고 덧붙였다.

자비와 연민에 근거한 사목적 배려

동성애에 대한 교회 입장은 뚜렷하다. 추후로도 근본적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동성애 현상을 전체적으로 적대시하는 평가가 잘못인 것과 마찬가지로 이를 전체적으로 관대하게 보는 평가도 같은 잘못이다.

즉 동성애자들이 당하는 불의와 심각한 불행에 대해 무감각한 태도와, 역으로 동성애가 마치 윤리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성적 취향의 문제라는 등의 태도는 마찬가지로 잘못으로 볼 수 있다.

다만, 프란치스코 교황, 그리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 계속되는 주교 시노드에서의 동성애에 대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제시하고 있듯이 자비와 연민에 바탕을 둔 사목적 배려가 최우선적인 관심사로 보인다.

현재 보편교회의 강조점은 철저한 사목 현장의 현실에 대한 솔직한 관찰, 교회의 전통적 가르침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시대적 요청에 대한 적절한 응답에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강우일 주교가 시노드에서 돌아온 뒤 가톨릭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밝혔듯이, “도전받는 가정 현실을 직시하고, 복음적 전망에서 아량과 자비와 연민의 시선으로 백성들을 감싸안으며 과감한 사목적 배려를 추진해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해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동성애와 동성 결합에 대한 토론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