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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주일 특집] 유기농 사과 농사짓는 남원식씨

오혜민 기자
입력일 2015-07-15 수정일 2015-07-15 발행일 2015-07-19 제 2953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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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사과 한 알, 농약 유혹 뿌리쳤죠”
유기농 사과 농사를 실천하고 있는 농부 남원식씨가 병충해를 막기 위해 사과마다 종이봉지를 씌우고 있다.
태풍 몇 개

대지 1만1900㎡, 사과나무 1200여 그루, 품종은 아오리와 부사. 남씨의 농장과 농사 규모다. 충북 단양군 영춘면 하리에 위치한 그의 농장 앞에는 남한강이 굽이 흐르고 온달산성이 마주 보인다. 평화롭게만 보이는 이 농장에서 14년간 유기농 사과를 만들기 위해 그는 많은 눈물을 흘려야했다.

“사과는 보통 연 20회 농약을 살포합니다. 농약의 유해함을 줄이기 위해 될 수 있으면 안 뿌리려다가 마지못해 뿌린 것이 연 7회에요. 그렇게 저농약 4년, 무농약 4년 농사를 짓고 이후 유기농 사과를 짓고 있어요. 유기농 사과로 가는 길이 얼마나 험난한지요.”

유기농으로 전환한 후 3년간은 결실이 없어 폐농에 가까운 상황이었다. 몇 년 동안 한 상자도 못 팔아봤다. 유기농 사과를 만들겠다는 말에 사람들은 혀를 찼다. ‘그게 되겠냐’는 말을 듣고도 묵묵히 땅을 일궜다. 유기농 농사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던 때라 정보를 얻기 위해서라면 전국을 돌아다녔다.

농약 대신 한약재를 썼다. 백두홍 할미꽃 뿌리부터 투구꽃 뿌리, 천남성, 고삼, 관중 등 한약재를 달여가며 벌레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피하도록 했다. 화학비료 대신에는 축분퇴비를 사용했다. 퇴비도 항생제 사료를 먹은 동물은 안 된다. 무항생제 축사로 인증된 곳의 퇴비만을 쓴다.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으니 과수 사이의 비좁은 곳에 일일이 들어가 사람 손으로 풀을 뽑고, 병충해를 막으려고 사과 한 알마다 일일이 봉지를 씌워야 재배가 가능했다. 미생물이 살아있는 토양을 만들기 위해서는 8년이 걸렸다. 토착 미생물을 배양해 밭에 넣어주고, 퇴비를 뿌려가며 농약으로 죽은 토양이 살아나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3년 전 큰 태풍이 왔어요. 사과가 다 떨어져버렸어요. 많이 낙담했지요. 탄저병도 정말 무섭습니다. 탄저병에 약한 품종은 유기농사 짓기가 너무 어려워 한 상자도 못 팔고 다음에 모두 부사로 교체했지요.”

얼마 전 사과에 봉지를 씌우는 작업을 하다 벌에 안구를 쏘여 실명될 뻔도 했다. 농약과 살충제에 가장 약한 벌이 다른 사과밭에는 모두 죽고 없는데, 그의 사과밭에는 벌들이 많이 산다.

초승달 몇 날

그래도 죽으란 법은 없었다. 굳은 의지로 친환경 농업인들과 교류하고 배우면서 마늘액을 이용하거나 목초액, 청양고추 등을 이용한 다양한 실험 끝에 몇 해 전 유기농 사과의 결실을 맛봤다.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와도 연결돼 가구당 500만원씩을 지원받는 ‘가족농 사랑기금’도 받고 우리농 직매장에 사과도 납품한다.

그는 농약이 소비자뿐 아니라 생산자에게도 해롭다고 말했다. 그런 농약을 사람이 먹는다는 것은 끔찍한 이야기다.

원주교구 단양본당 영춘공소 회장으로 오래 일하며 양심만은 지키려고 애썼다. 하느님이 세상을 창조하신 이유와 생명에 관한 복음을 떠올리면 아무리 힘들어도 유기농 사과 농사를 멈출 수는 없다.

“사실 이렇게 노력했어도 저농약 사과 대비 유기농 사과 생산량은 30% 수준입니다. 농약 뿌린 사과에 비하면 모양도 예쁘지 않고 광택도 잘 나질 않아요. 그래도 더 연구하고 노력해 건강하고 보기에도 좋은 ‘생명사과’를 생산할 거예요.”

오혜민 기자 (oh0311@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