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이슈토론] 미사 중 ‘파워포인트 사용’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입력일 2015-07-14 수정일 2015-07-14 발행일 2015-07-19 제 2953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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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파워포인트’를 미사 중에 활용하는 본당들이 있습니다. 능동적인 미사 참례를 돕는다는 긍정적인 반응과 함께 요란한 효과나 배경사진 등으로 인해 분심이 든다는 신자들이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찬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 찬성합니다

장비 갖춰졌다면 적극 사용을

7~8년 전, 본당에 한 어르신이 젊은이들을 위해서 써달라며 기금을 내셨습니다. 본당은 고민 끝에 성전과 강당에 빔 프로젝터와 스크린을 설치했습니다. 지금은 저렴하면서도 훌륭한 품질의 제품들이 많이 나오지만, 그때는 큰돈을 썼어야 했습니다. 이를 두고 ‘젊은이들을 위한 일이다, 아니다’ 말도 많았지만, 지금은 본당의 젊은이들이 아주 잘 쓰고 있습니다. 간혹 교중미사나 다른 미사 중에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본당 사목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이웃 본당을 방문하거나 젊은이 미사를 참례하며 ‘파워포인트 잘만 쓴다면 효과적이겠다’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숫자로만 표시되는 성가 번호 표시기가 아쉬울 때가 있었고, 미리 말씀을 읽지 못하고 성당에 간 날은 화면으로나마 안내되는 화답송이나 복음 구절이 미사 참례를 도울 때가 있었습니다.

‘거룩한 미사에 정신 사납게(?) 요상한 화면을 비춘다’, ‘주례 사제보다 스크린에 정신이 팔린다’ 등 반대하는 의견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쁘게만 보지 않았으면 합니다. 전례력에 따른 해당 주일 안내, 성가번호, 화답송 악보, 익숙하지 않은 기도문 등 말로 설명하기보다 화면으로 신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안내할 수 있습니다. 또 공지사항을 요약해서 화면으로 비춰준다면 효율적일 것입니다. 가장 큰 것은 수동적으로 미사에 참례하는 신자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이끌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파워포인트(PPT)를 사용하는 본당이 많지는 않습니다. 다소 부족한 본당 형편에 고가의 장비를 구입하고, 설치하는 것 자체가 부담인 공동체도 있을 것입니다. 또 본당 여건 상 고려는 해봤으나, 실천에 못 옮긴 본당도 있을 것입니다. 만약 장비가 설치되어 있거나 구비되어 있다면, 젊은이들의 전유물이라 생각하지 말고, 공동체가 함께 나서서 미사 중에 시청각 장비를 최대한 활용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김영숙(안젤라·대구대교구)

능동적인 미사 전례 위해 필요

미사 중 파워포인트 활용은 신자들의 능동적인 전례 참여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미사는 사제 혼자서만 드리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하는 것인 만큼, 신자들이 화답하는 부분도 많고, 또 풍성한 전례를 위해 노래로 이뤄지는 부분도 많습니다.

파워포인트를 통해 미사 각 부분이나 노래 가사 등을 큰 화면으로 보여주면 저마다 찾느라 책을 뒤적거릴 필요가 없기에 미사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봅니다. 또 어르신들은 책을 보더라도 글씨가 작아 알아보기 힘든 경우도 많고, 찾다보면 이미 지나가 버리기도 일쑤입니다. 예비신자나 새 영세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잘 모르기 때문에 미사 내내 책만 뒤적거리거나 꿀먹은 벙어리마냥 멍하게 서 있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파워포인트를 활용해서 크게 보여준다면 이런 문제점이 사라질테고, 오히려 미사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처럼 미사 전례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미사 중에 파워포인트를 활용하는 것에 찬성합니다.

kyung0175@nate.com

■ 반대합니다

미사 중 시선, 온전히 제대 향해야

미사 중 파워포인트 사용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미사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을 재현하고 성체성사를 이루는 공동체의 제사이며 공적 예배입니다. 미사의 핵심은 ‘말씀의 식탁’과 ‘빵의 식탁’이며, 따라서 제단 및 제대가 그 중심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성당의 중심 역시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제대인 것으로 압니다. 또한 미사 중에는 다양한 전례 동작들이 있습니다. 예컨대 앉거나 서는 자세, 손을 모으거나 벌리는 자세, 무릎을 꿇거나 허리를 굽히는 자세 등 각각의 동작마다 깊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당연히 미사 중에 우리의 시선과 마음은 온전히 제대를 향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파워포인트를 사용하게 되면, 제대가 아닌 스크린으로 시선을 빼앗기게 되고 그만큼 전례에 집중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무엇보다 미사의 많은 부분이 대화 구조로 되어 있는데, 대화 당사자가 아닌 스크린을 보고 대화를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말씀의 전례에서는 하느님 말씀이 독서자와 사제의 입을 통해 그 자리에서 선포되는 것이기에 그 말씀을 귀 기울여 ‘듣는’ 것이 중요한데, 독서나 복음의 내용까지 스크린으로 보여주는 것은 전례 정신에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신자들의 화답 부분이나 성가 가사 등을 보여줌으로써 편의를 높여준다는 긍정적 측면도 간과할 수는 없겠지만, 이는 굳이 파워포인트가 아니라도 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대부분 본당에 성가책이 구비되어 있고, 또 설령 그렇지 않아 개인이 챙겨야 한다 해도, 능동적인 미사 참례를 위한 준비의 일환이라고 보면 기꺼이 감수할 수 있는 불편이라 여겨집니다.

공동체가 함께하는 미사, 편의성보다는 미사 각 부분과 동작들이 지니는 의미를 제대로 알고 온전히 참여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김 유스티나

편리하지만, 미사 집중할 수 없어

저는 미사 중 파워포인트 사용에 반대합니다.

미사는 기본적으로 기도를 하는 봉헌의 시간입니다. 기도는 나와 하느님 사이에 1:1로 대화를 나누는 소중한 순간이기에 그 어느 때보다 집중하고 내면의 소리에 귀를 여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파워포인트는 그러한 집중과 몰입을 방해합니다.

파워포인트를 사용하면 물론 편리합니다. 성가책을 들고 오지 않아도 화면에 악보가 뜨고 해설자의 목소리를 못 들었다하더라도 화면만 보면 모든 미사 흐름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편리’가 미사에 필요한 것일까요. 화면을 멍하니 보다보면 신부님보다 화면에 눈이 가고 곡을 찾는 수고조차 하지 않으니 순간순간 수동적으로 앉아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됩니다. 마치 TV를 보듯이 미사를 관람하는 기분이라고나 할까요.

제가 고지식한 지는 모르겠지만 각자에게 맞는 기도와 미사 참례 방법이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단지 ‘편리’를 이유로 모든 신자를 파워포인트 화면 앞으로 몰아넣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규태(안셀모·경북 칠곡군)

■ 네티즌 생각

·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간결하게 파워포인트를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화면에 글자가 너무 많을 때는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습니다. (이경민)

· 전례 시기에 어울리는 배경 이미지가 있다면 좋겠어요. 교구나 주교회의 등 교회 자체에서 좋은 배경이미지를 제공해 주실 수는 없는지요. (gelo05@hanmail.net)

· 전 파워포인트 화면 때문에 오히려 집중이 더 잘 됩니다. 기도문도 쉽게 따라할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구 스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