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신수련의 둘째 주간 안에서 관상을 통해 봐야 할 부분은 많이 있습니다. 앞에서 질병 치유와 관련지어 봤습니다만 그 외에도, 악령을 쫓아내시고 풍랑을 잠재우시고 오천 명을 먹이시고 죽은 이를 살려 내시고 산상 수훈의 가르침을 베푸시는 등 여러 장면을 봐야 합니다. 이 자리에서 그런 것들 하나하나를 다 짚어 보고 정리해 나갈 수는 없겠습니다. 복음 사건에 대한 관상 기도를 통해 각자 구체적으로 알아듣고 열매를 거둬들이는 것은 여러분들의 몫으로 남겨 놓아야 하겠습니다. 여기서는 다만 그 모든 복음 사건들 전체를 관통하는 맥 같은 것을 짚어 보며 공생애의 관상 기도 전체를 마무리할까 합니다.
그 맥이란 다름 아닌 영적 차원입니다. 영적 세계에 눈 뜨고 영적 차원을 맛보고 영적 존재가 되어 영적 열매를 맺으며 영적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런저런 문맥을 통해 앞에서도 이와 비슷한 점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만, 이 영적 차원 내지 영적 존재가 된다는 것은 우리 신앙 생활에 있어 사활이 걸린 중요한 문제라고 하겠습니다.
이런 영적 차원을 알아듣고 살아 내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예수님이 베푸신 여러 가지 기적을 통해 뚜렷이 드러나는 영적 차원을 그저 단순한 호기심으로만 바라보거나, 아니면 우리와는 상관없는 하느님이신 예수님에게만 해당되는 일이라고 치부해 버리지 말아야 합니다. 예수님이 보여 주신 모든 일들은 바로 우리 자신들의 일이 되어야 하고 우리도 그런 일을 해낼 수 있어야 합니다. 복음서 어떤 곳에서는, 예수님 당신이 하신 일보다 더 큰일도 우리가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시기도 합니다.
이렇게 두려움 없이 영의 차원에 들어가 영의 삶을 살아 내기 위해서는 육의 차원을 뛰어넘어야 합니다. 이 육의 차원이 바로 우리 일상의 삶이고 그저 고만고만한 생각과 느낌을 바탕으로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이 모습은 그저 단조롭고 지루한 삶이 이어질 뿐 우리 영혼을 뛰놀게 하는 감동과 생명의 물결이 없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젖어 살아온 이 세상의 모습만이 실재가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육의 차원에서 쉬 이해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세상보다 더 참된 실재의 차원이 있음을 알아듣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예수님이 당신 공생애를 통해 계속 보여 주시며 가르치려고 하셨던 것이 바로 이 영적 차원의 실재였습니다.
예수님은 바로 영의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말은 예수님은 온전한 깨달음을 얻으신 분이라는 말입니다. 우리가 감각 차원에서 보고 들으며 알아듣고 있는 세상이 참된 실재의 세상이 아니며, 아버지와 하나되어 있는 가운데 알아듣고 있는 세상이 참된 세상임을 완전히 깨달아 아신 것입니다. 그 앎으로 인해 우리 세상의 눈으로 보기엔 놀랍기만 한 온갖 기적들을 태연히 행하신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당신의 모습을 당신 홀로만 갖길 원하지 않으시고 우리 모두가 당신처럼 되길 원하셨습니다.
그러면서 포도나무와 가지 이야기를 하십니다. 예수님의 포도나무에 우리가 가지로서 붙어 있기만 하면 많은 열매를 맺을 것이라고 하십니다. 예수님이 영적 차원에 머무시는지라 우리도 영의 차원에서 포도나무에 붙어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영으로 붙어 있기 위해서는 평소 일상적으로 하고 있는 다양한 생각들과 느낌들을 넘어서야 합니다. 깊은 침묵과 관조 속에 머무는 가운데 영적 감각을 익히고 그 리듬을 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무슨 공식 같은 법칙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관점들을 염두에 두고 맑게 깨어 있는 가운데 집중해서 오랫동안 자주 머무는 수밖에 없습니다.
예수님 공생애의 복음관상 기도를 통해 짚는 것이 이것입니다. 영이 육 안에서 어떻게 움직이시는지를 알아듣는 것. 온전한 깨달음을 얻으신 분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어떻게 움직이시는지를 알아듣는 것. 그러면서 내 영의 차원을 깊게 해 나가는 것입니다.
유시찬 신부(예수회)
1997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수원 말씀의 집 원장, 서강대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순천 예수회영성센터 피정지도 사제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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