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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주일 기획] 웹 2.0시대 사목은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5-05-12 수정일 2015-05-12 발행일 2015-05-17 제 2944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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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와 호흡… 수평적 네트워크 이뤄야
‘공유 참여 개방’ 웹 정신
SNS 등 복음 선포에 활용
사목 패러다임 변화 요청돼
웹의 진화에 따라 가톨릭교회의 사목이 ‘공유, 참여, 개방’이라는 웹의 근본 정신에 적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웹 2.0의 ‘시대정신’은, 현대 세계에 대한 적응을 모토로 열렸던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친교의 교회론’, 교회 밖 세상을 향한 개방의 정신과 상통한다는 점에서 교회 운영과 사목에 깊은 시사점을 제시한다. 웹 2.0은 정보의 소유자나 독점자 없이 누구나 데이터를 생산, 공유하는 사용자 참여 중심 인터넷 환경이다.

새 기술에 대한 교회의 관심은 생각보다 진보적이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2010년 홍보주일에 “사제는 최신 시청각 자원(사진, 비디오, 애니메이션, 블로그, 웹사이트 등)을 활용해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주교회의는 웹 2.0을 상징하는 SNS에 대한 지침에서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디지털 문화 속에서의 커뮤니케이션 ‘패러다임의 변화’를 지적하며, “인쇄 기술과 전자 통신의 발명 만큼이나 중요한 발전”이라고 강조했다.

교회는 새 미디어들에 대한 공식 지지선언에도 불구하고, 우려를 표명하는 딜레마에 처했다. 누구나 정보와 의견을 생산하고 공유하는 웹 2.0의 정신이, 일방적 정보 흐름과 고정된 제도의 틀로 운영되는 가톨릭교회에 도전이기 때문이다.

미국 LA 교구장 로널드 P. 헤르조그 주교는 2010년 주교회의 총회에서 정보통신기술과 문화, 수평적 네트워크가 교회의 중앙집중적이고 일방적인 관행들에 도전을 제기하고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한다며, “오늘날 교회의 가장 큰 문화적 도전은 ‘평등주의’(egalitarianism)”라고 말했다. 그는 SNS를 염두에 두고 교회가 매스미디어와는 다른 이 새 문화에 소홀할 때, “종교개혁과 같은 큰 도전에 다시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교회 역시 공유와 참여, 개방이라는 웹2.0의 시대정신에 주목해야 한다.

박문수 박사(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부원장)는 한국교회가 선교나 사목에 있어서, 직접적인 웹 활용을 통해 큰 성과를 거뒀지만, 이 성과들은 웹의 정신에는 부합되지 않았고 결국 “교회의 인터넷은 웹 1.0의 한계에 갇히게 됐다”고 말한다. 한국교회는 첨단 미디어와 기술을 활용한 선교 사목적 시도들을 꾸준하게 하고 있지만 웹의 정신을 성공적으로 구현하는지는 의문이다.

새로운 시대정신에 젖은, 매스미디어 시대에 수동적 소비자였던 평신도들은 이제 교회 지도층의 결정과 행위에 대한 비판자이다. 그들은 교회내 의사 결정 과정, 종교적 지식과 정보의 생산과 유통에 참여하는 것을 자기 권리로 인식한다. 침묵하는 대중이 아니라 네트워크로 연결돼 집단적 의견을 표명하는 참여자가 되기를 원한다.

미디어가 인간과 사회를 규정한다는 것은 기술결정론적 독단이다. 어떤 면에서는 인간이 기술을 선택적으로 발전시킨다. 어느 쪽이든 공유와 개방, 참여의 정신은 오늘날 교회에게도 요구되는 시대정신인 것은 분명하다. 특히 그것이 공의회 정신과 상통한다는 점에서 오늘날 한국 교회 역시 도구주의적 관심을 넘어서 참된 개방과 공유, 참여의 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사목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구된다. 이는 가장 근본적이면서도 교회 정보화에서 가장 소홀하게 취급되어온 성찰이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