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 3. 가난에서 멀어진 교회- 기고 / 박문수 박사

박문수 박사(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부원장)
입력일 2015-04-15 수정일 2015-04-15 발행일 2015-04-19 제 2940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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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저히 약화된 교회의 예언직무 수행
1980년대 중산층 대거 입교하면서
성당 수·규모 등 외적 성장 이뤘지만
질적 성숙 부족… 쇄신 목소리 대두
교회 중산층화 담론의 출현

가톨릭신문사 창간 60주년 기념 사회조사 보고서 ‘가톨릭 신자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1988)에서 필자들이 조사 응답자들의 사회·경제학적 정보들을 토대로 “한국 가톨릭교회가 점차 중산층 중심의 종교로 변화되고 있다”(11쪽)고 해석하면서 ‘중산층’이라는 단어가 처음 교회에 등장했다.

‘중산층화’라는 단어는 중산층에 대한 논의를 확대 재생산하는 과정에서 등장했다고 볼 수 있다. 중산층화는 상기 조사보고서가 촉발한 ‘중산층’ 논의를 가톨릭 신앙을 가진 종교사회학자들이 1990년대 초에 확대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들은 당시 한국교회의 예언직무 수행이 1980년대 말을 기점으로 급격히 위축되는 양상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변화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가 신자 계층구성의 변화며, 이 현상의 의미를 ‘중산층화’라는 용어가 잘 설명해 준다고 이해하고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이 용어는 1980년대 이후 한국교회의 변화 양상을 설명하는 주요 개념 가운데 하나로 학계에 자리잡게 된다.

‘중산층화 담론’의 출현 배경

‘중산층화’는 말 그대로 계층적으로 중산층 이상에 속한 신자들이 교회 안에 다수를 차지하게 된 현상을 가리킨다. 그러면 신자들 가운데 다수를 차지한다는 것이 대체 어느 정도 비율을 가리키는지 궁금할 터이다. 다수라면 이 신자 층이 70% 이상은 되지 않을까 생각하겠지만 실상은 40~50% 수준이다. 이 층 위에 상류층이 5% 이내 존재하니 대략 45%~55% 정도가 중산층 이상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럼 이 층이 신자의 절반 밖에 안 되는데 과도하게 호들갑을 떤 게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실제 그런 면이 있다. 그러나 이 현상은 그 이전과 비교할 때라야 의미가 분명해진다. 다들 알고 있지만 한국교회는 1980년대 이전까지 가난한 이들의 종교였다. 박해의 후유증을 오래 앓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1980년대 접어들면서 젊고 교육수준이 높으며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신자들이 대거 입교하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입교한 이들은 196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한국 천주교회가 보여준 역동적인 모습에 영향을 받았다. 이 흐름은 1990년대 말까지 계속됐다. 이로 인해 교회 안에 중산층 출신 신자의 규모가 급격히 커졌다. 아마도 이전에 비해 서너 배 정도 커지지 않았을까 추정된다.

중산층화 담론의 논의 구조

‘중산층화 담론’은 이 층이 대거 입교하면서 일으킨 변화들에 관심을 갖는다. 특히 교회 정신에 비춰 볼 때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 실제로 중산층 출신 신자의 증가는 교회 안팎의 모습을 많이 바꿔 놓았다. 우선 외적으로 성당 숫자에서부터 성당 건물의 크기, 건축 재료의 고급화, 사회 복지 규모, 성지 개발 등에 이르기까지 교회의 외양을 크게 변화시켜 놓은 것이 사실이다.

교회 안에서는 시간과 돈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신자들이 교회 운영, 활동에서 다수를 차지하게 됐다. 실제로 이 층의 신자들이 미사 참석도 더 많이, 자주 했다. 마침내는 이들이 교적 숫자에서는 절반에 불과했지만 교회 활동 참가율과 미사 참석률에서는 다수를 차지했다. 반면 예언직무 수행은 이전 시대에 비하여 현저하게 약화됐다. 과거 천주교회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구교우 문화’도 급속히 쇠퇴했다.

한국교회가 숫자나 양은 크게 늘었는데, 이에 질적 성숙이 따르지 못하면서 교회 쇄신을 요청하는 목소리도 그에 따라 나타난 셈이다. 이렇게 ‘교회 중산층화 담론’은 급격히 변화한 한국교회의 모습을 설명하고, 쇄신의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등장했다고 봐야 한다.

박문수 박사는 서강대학교 대학원에서 실천신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부원장을 맡고 있으며 서강대 신학대학원에서 강의하고 있다.

박문수 박사(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