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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목 현장을 가다] 동명부대 레바논 파병미사

김근영 기자
입력일 2015-04-07 수정일 2015-04-07 발행일 2015-04-12 제 2939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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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주민 섬기는 ‘평화 지킴이’ 다짐
UN 평화유지군 소속 활동
‘군사외교관’으로서 봉사 기대
장병들에게 팔찌묵주 선물
군종교구장 유수일 주교와 사제단이 장병들과 함께 동명부대 파병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세계평화의 지킴이라는 목적의식으로 레바논 평화를 위해 기여하시기 바랍니다. 민족과 종교를 초월해 섬김의 자세로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현지 주민들을 감동시키고, 예수님까지 감동시켜주시기 바랍니다.”

3월 25일 오후 인천 계양구 국제평화지원단. 군종교구장 유수일 주교는 4월 7, 15일 2개 제대로 나뉘어 레바논에 파병되는 유현상 신부(육군 승진본당 주임)와 장병 70여 명과 함께 ‘레바논 파병미사’를 봉헌했다. 교구 사제단도 이날 미사에 함께했다.

‘중동의 화약고’라 불리는 레바논에 우리나라 부대가 파병된 것은 2007년부터다. 유엔(UN)은 2006년 안보리결의안 제1701호를 통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즉각적 휴전과 더불어 유엔 레바논 평화유지활동에 대한 병력증강과 회원국의 기여를 촉구한 바 있다. 이듬해 우리나라는 ‘동쪽에서 온 밝은 빛’이란 뜻을 가진 동명부대를 레바논에 파병시켰다. 동명부대는 유엔 레바논 평화유지군(UNIFIL, United Nations Interim Force in Lebanon) 예하부대로 편성돼 임무를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록수부대에 이어 두 번째로 파병된 평화유지군 부대였다. 교구 총대리 서상범 신부가 지난 1999년 동티모르에 파견된 상록수부대 출신이기도 하다.

동명부대는 레바논 남부 티레(Tyre) 지역 내 불법무기와 무장세력 유입에 대한 감시정찰작전, 개인·부대방호태세를 유지하는 등 성공적인 파병활동으로 현지 주민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 현지인들은 동명부대에 대해 ‘신이 내린 선물’, ‘친숙한 이웃’이라는 찬사를 보내기도 한다. 이 때문에 2011년과 2013년 동명부대를 사목방문한 유수일 주교는 “작은 규모의 부대가 레바논 국민들에게 평화를 심고 군사외교관 역할을 훌륭히 하고 있어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유 주교는 오는 9월에도 레바논 현지에서 동명부대 장병들을 위해 세례·견진성사를 집전할 예정이다.

유 주교는 파병미사 강론에서 장병들에게 현지 상황을 설명하는 한편 사랑으로 동료와 현지 주민들을 섬기며 책임 있는 활동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파병활동을 통해 영적으로 많이 성장하고, 평화의 지킴이가 되어 달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유 주교는 317명 파병장병과 8개월 간 지내며 영적지도를 해나갈 유현상 신부에게 장병들이 꾸준히 신앙생활을 해나가도록 격려했다. 동명부대에는 가톨릭 신부와 개신교 목사, 불교 법사들이 군종장교 자격으로 번갈아가며 파견되고 있다.

미사 후 유 주교와 교구 사제단은 장병들에게 군종교구 배지와 팔찌묵주를 선물하며 건강하게 돌아오기를 기원했다.

레바논 파병되는 유현상 신부

“라면·초코파이도 잔뜩 준비했죠”

8개월간 장병들과 동고동락

“종교 초월해 장병들 위로할 것”

“파병이라기보다 원조에요.” (웃음)

4월 중순부터 레바논 유엔 평화유지활동을 위해 동명부대 교대병력 16진으로 파병되는 유현상 신부(육군 5군단 승진본당 주임)는 현지 사목전략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유 신부는 이번 파병을 앞두고 라면과 초코파이 등 먹거리를 잔뜩 준비했다. 약 8개월 동안 레바논에 머무는 장병들에게 한국 먹거리를 제공해주고, 기운을 북돋아줌으로써 평화유지에 기여하려는 것이 유 신부의 전략이다.

서울대교구에서 사목하다 2006년 7월 임관한 유 신부는 2009년 김상현 신부(육군 수도방위사령부 방패본당 주임), 2011년 손정혁 신부(인천교구), 2012년 이정희 신부(육군 17사단 소성본당 주임)에 이어 네 번째로 파병된다. 동명부대에는 가톨릭과 개신교, 불교 군종장교들이 번갈아가며 파병되고 있다. 유 신부는 영적 아버지로서 다른 종교를 가진 장병들도 격려하고 위로할 예정이다.

성격이 부드럽고 밝으며 옆에서 아무리 귀찮게 해도 화내지 않는 유 신부. 평소 말이 없고 조용한 성격이라 유 신부의 어머니도 파병소식을 뒤늦게야 알았다고 한다. 180cm의 큰 키에 우람한 풍채를 자랑하지만, 내면에 가득 찬 평화가 흘러넘쳐 주변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있었다. 부활시기에 파병되는 유 신부는 올해 대림시기에 귀국할 예정이다.

“아무 사고 없이 다녀올 수 있도록 신자분들의 많은 기도 부탁드립니다. 저도 잘 지내고 무사히 돌아오겠습니다.”

김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