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건강하게 삽시다] 9. 사랑받고 싶은여인

입력일 2015-04-06 수정일 2015-04-06 발행일 1985-03-17 제 1447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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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많은 사랑요구에 심한 좌절 느껴
능력 이상으로 주위 사람들에 봉사
30대 주부의 이야기이다. 온몸에 기운이 갑자기 빠지고、심장마비로 죽을 것 같고、가슴이 두근거리며 숨을 헐떡거린다고 호소하면서 계속 숨을 몰아 쉬었다. 마치 공기가 부족하여 들이마셔 대는 양상이다. 불안하고 초조하여 안절부절 못하고 금방 죽을 것 같은 모습을 보였다. 시어머니가 몇년전에 중풍으로 인해 사지를 마음대로 자유롭게 쓸수가 없어 고생중인데 시어머님께서 이 부인과 같이 지내기를 원하여 지금 현재 같이 살고 있다고 한다. 시어머니는 며느리인 이 부인만 보면 병원에 데려가달라、약을 달라하면서 매일 보챈다고 하며 항상 담배를 피워대니 집에 있을 수가 없다고 하였다. 부인은 집에 들어가기가 두렵고、편안하게 잠을 잘수가 없다고 하였다. 시어머니는 잠을 자지않고 이방 저방을 서성거리기 때문에 부인 역시 같이 잠을 잘수가 없다고 하였다.

부인의 남편은 5남매의 둘째아들로서 부인과 같이 장사를 하고 있어 부인은 낮에 시어머니를 돌봐줄 수가 없는 형편이라고 하였다. 부인은 시어머니를 돌보기가 싫어서 보다는 같이 있을 수가 없을뿐 아니라 더우기 화가 나는 것은 다른 시형제들은 자기 어머니를 돌봐드릴려고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과거에도 시어머니가 시골에 계실때는 매달 돈을 부쳐주고 시어머님이 불편하지 않도록 많은 신경을 써왔다고한다. 부인은 자신이 할수 있는 성의를 다 해왔다고 한다. 그러나 시동생、큰형님은 전연 돌보려고 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시어머니한테 부쳐준 돈까지도 자기네들의 용돈으로 사용할 정도라고 했다. 형제들끼리 서로 협조하여 부모를 보살펴야 될텐데、부인한테만 떠맡기는 다른 형제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고 호소하면서 숨을 헐떡거렸다.

더우기 친정부모들도 부인이 어렸을 때 이혼하여 현재 서로 각자 다른 가정을 가지고 살고 있는데도 돈이 필요하면 이 부인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요청한다고 하였다. 부인은 아무에게도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눈물을 흘렸다. 어릴 때는 자식을 버려놓고 이제와서는 자기네들 자식이라고 찾아오는 비인간적인 친정부모들의 태도를 이해할수 없다고 흐느꼈다. 그러나 부인은 친정부모들에게도 도움을 주었으며 자식으로서 할 도리를 하려고 무척 노력을 해왔다고 한다.

이처럼 부인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인간적인 도리를 열심히 하려고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시동생、시어머니、친정부모들로부터 싫은 소리는 다 듣고 살고있으니 어찌된 일인가 모르겠다고 몹시 억울해했고、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면담하는 과정에서 부인은 자신이 할 수있는 능력 이상으로、주위사람들에게 친절과 성의를 다해온 것이 확인되었다.

자신이 불행했던 과거를 남을 도와주고 남에게 봉사하는 마음으로 극복하려 하였으나 오히려 주위사람들은 부인에게 더큰 사랑과 관심을 요구해 왔던것이다. 부인이 주위사람들에게 성의를 다한 것은 부인 마음속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부모에 대한 사랑을 되찾고자 하는 무의식적인 바람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반대로 오히려 주위사람들은 더많은 관심과 사랑을 요구해 오는데 심한 좌절과 절망감 속에 빠졌던 것이다.

공기가 모자라듯 헐떡거리는 숨소리는 나에게 사랑을 달라는 애절한 어린애의 울음소리와도 같은 느낌을 주었다. 모든 인간은 너무나도 사랑에 굶주려서 기회만 있으면 장소ㆍ때ㆍ사회질서와도 관계없이 사랑받기를 원하는 어리석은 동물들인가 싶다. 이 부인은 사랑을 받기위해 자기노력을 했는데도 왜 사랑을 못받았을까요?

최수호<가톨릭외대 외래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