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2015 앗 리미나 특집- 인터뷰, 앗 리미나 의미를 듣다

이탈리아 로마 주정아
입력일 2015-03-19 수정일 2015-03-19 발행일 2015-03-22 제 2936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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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대화, 이해, 공감, 일치, 유대, 형제애…. 2015년 한국 주교단 앗 리미나 기간 중, 시종일관 오간 화두였다. 주교들은 앗 리미나를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랑과 배려, 권고를 보다 직접적으로 체험, 그 모범을 따라 각 지역교회 안에서도 신자들과 성직·수도자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갈 뜻을 밝혔다. 특히 주교들은 이번 앗 리미나의 열매를 보다 풍성히 나누고자, 3월 14일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국제선교촉진센터 현지에서 예정에 없던 특별 간담회를 열어 개개인의 체험과 앞으로 실천할 바 등을 공유하기도 했다.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와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의 인터뷰를 통해, 2015년 앗 리미나의 의미와 지역교회에 적용할 실천 방향 등을 짚어본다.

“안락함 추구하는 신앙생활 경계… 교황 가르침 따라 쇄신하는 기회로”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이번 앗 리미나를 계기로, 한국교회가 편안함과 안락함을 추구하는 나태한 모습에서 벗어나는데 적극적인 힘을 기울여야할 것입니다.”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광주대교구장)는 2015년 앗 리미나 공식 일정이 끝난 직후 가진 인터뷰를 통해 “예를 들어 주기적인 피정과 단식기도 등을 통해 일상의 편안함에서 벗어나 희생과 불편함을 체험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성찰하며, 신앙의 여정을 이어나가는 노력을 확대하자”고 권고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앗 리미나 기간 중 주교들과 신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신앙생활에서도 편안함과 안락함을 추구하는 모습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 ‘부드러워진다는 것은 사실 약해지는 것이고, 향기로운 모습으로 다가가는 듯한 유혹은 결국 신앙을 무너뜨린다’고 일침을 가했다. 김 대주교는 이러한 교황의 말을 환기하고, “교황님의 권고를 한국 신자 개개인이 모두 실천할 수 있도록, 각 지역교회 안에서 확산하고 적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우선 앗 리미나 기간 중 교황과 교황청 각 부서에서 권고한 바를 정리하고 공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앗 리미나가 한국교회를 위해 보다 사목적이고 교회사적인 의미를 밝히는 여정이 될 수 있도록, 영적 생활에 적용하는 노력도 중요하다는 말이다.

“앗 리미나는 지역교회의 사정을 최고의 목자이신 교황님께 말씀드려 격려와 가르침을 받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궁극적으로 그 가르침에 따라 더욱 쇄신되고 변화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교들이 먼저 “안정된 세속적 공간이나 지위를 누리는 정체된 존재가 아닌 ‘하느님의 사람’으로, 사랑을 위해 투신하는 ‘생동감 넘치는 존재’로 복음의 기쁨을 살아갈” 뜻도 밝혔다.

특히 김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인류복음화성 장관 페르난도 필로니 추기경이 앗 리미나 기간 중 전해준 조언을 되짚으며, “평신도들의 역량과 역할을 보다 적극적으로 존중하고 격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 대주교는 “저를 포함해 성직자들이 신자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기본적인 정신과 마음을 더욱 키워나가길 기대한다”며 “무엇보다 평신도들이 복음적 가치를 체험하고 자발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야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성직·수도자들뿐 아니라 평신도들도 맹목적으로 순명하거나 또는 대안 없는 비판을 나열한다면 공동체는 분열되고 만다”고 지적하고 “교회 내 문제점들에 대해서도 건설적인 비판과 대안을 공유할 때 내적 성장을 이루는 밑거름이 쌓여간다”고 조언했다.

“시계가 정확한 시간을 가리키기 위해서는 아무리 작은 부속이라도 빠지면 안 되는 것처럼, 교회 공동체 구성원 모두는 다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분들입니다. ‘그리스도 십자가의 힘을 믿고’ 사도좌와 일치해, ‘복음의 기쁨’을 세상 밖에 알리는 적극적인 발걸음을 이어갑시다.”

“교황청, 지역교회와 사목경험 적극 공유”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보편교회와의 만남은 친교와 일치뿐 아니라 지역교회 사목 현안에 관해 구체적인 도움을 주고받는 여정이기도 합니다.”

염수정 추기경(서울대교구장)은 특별히 지역교회와 교황청 각 부서의 유대를 강조했다. 특히 염 추기경은 이번 앗 리미나 기간 중 각 성과 평의회를 방문하면서 “오랜 사목적 경험 등을 모아 각 지역교회들과 적극적으로 나누고자 하는 교황청의 의지를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반면 사목적으로 시급한 사안을 두고도, 각 부서에 대한 선입견 등으로 인해 협력과 실천에 나서는데 소극적이었던 한국교회의 관행을 지적했다.

“교황청 내 각 부서 방문은 일차적으로 지역교회와 보편교회의 관계를 재확인하는 풍요로운 시간입니다. 나아가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과정에서 지역교회의 관심사와 현안을 푸는데 필요한 대안 등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앗 리미나를 통해 “우리의 신앙은 개인만의 것이 아니라, 보편적 일치를 이루고 세상 밖으로 열정적으로 실천하는 것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는 소감도 전했다. 앗 리미나 이후 실천사항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를 폭넓게 알리고 삶의 자리에서 실천하는 노력에 지속적인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아울러 염 추기경은 “신앙생활을 삶의 구색을 맞추는 것, 하나의 액세서리쯤으로 여기는 경향이 늘면서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이 교회 안에서 더욱 소외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며 “앗 리미나 기간 중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강조하신 말씀들을 기억하고, 신앙도 하나의 소비 가치로 인식하는 의식부터 개선하도록 힘써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황과 깊이있는 대화, 공감대 넓혀”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

“주교들이 교황을 만나 더욱 깊은 친교와 일치를 나눈 것처럼, 만나고 대화함으로써 서로를 더 잘 알게 되고 이해와 공감을 넓히는 노력을 주교와 사제, 사제와 신자 등의 관계에서도 적극 실천해야할 것입니다.”

조환길 대주교(대구대교구장)는 이번 앗 리미나 여정에서는 같은 눈높이에서 쌍방향 소통을 적극 배려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습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처음으로 그룹별 만남을 가진 터라 부족함도 있었지만, 꾸밈없이 이어진 소통의 시간을 “이렇게 풍요로운 만남의 자리가 다시 마련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도 주교 개개인도 서로가 솔직한 말을 하고 또 들었던 시간들은 각 지역교회에 돌아가서도 적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본당 사제와 신자들과의 만남에서도 굳이 장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태도로 소통하느냐가 관건입니다.”

대화를 통해 친교와 공감대를 이루다보면, 교회를 위해 해야 할 일을 보다 적극적으로 나누고 함께 실천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조 대주교는 “‘앗 리미나가’ 공식적으로는 5년에 한 번씩 이뤄져 일반신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용어일 수도 있지만, 그 안에서 이뤄지는 일치와 형제애의 나눔은 그리스도인 모두가 실천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조 대주교는 “전 세계 교회를 위해 애쓰시는 교황님과 그분의 지향을 위해 함께 기도하고 공동 실천에 힘쓰는 것이 바로 교회를 위한 것, 하느님께 더욱 가까이 다가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로마 주정아 기자(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