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2015 앗 리미나 특집- 교황청 부서 방문 이모저모

이탈리아 로마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5-03-18 수정일 2015-03-18 발행일 2015-03-22 제 2936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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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성성 찾아 124위 시복 감사인사… 한국 순교자 정보 나눠
한국 주교단이 3월 12일 이탈리아 로마 교황청 클레멘스홀에서 교황을 만난 후, 교황궁 마당을 지나가고 있다.

한국 주교단은 이번 앗 리미나 기간 중 교황청 내 다양한 부서를 방문, 분야별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체계를 다지는데 발 빠른 행보를 이어갔다. 앗 리미나는 교회 안에서 친교를 촉진하는 대표적인 장이다. 구체적으로 이 기간 중 주교들은 보편교회와 사목적 의견을 교환하는데 보다 적극적인 힘을 실어왔다.

한국 주교들도 교황청 각 성과 평의회 관계자들과의 만남은 보편교회와 지역교회의 유대를 다지는 직접적인 통로로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각자 관심을 두고 있는 전문 분야에 관해 의견을 나누고 지역교회 사목적 현안에 관한 정보를 습득하는 데에도 효율적인 기회라고 평가했다.

교황청 부서 방문의 첫 자리는 이탈리아 현지 시간으로 3월 10일 오전 인류복음화성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한국 주교단과 인류복음화성 장관과의 만남이었다. 이 자리에는 한국 주교단 전원이 참석했다. 이어 주교들은 앗 리미나 공식 일정이 끝나는 17일까지 동방교회성을 제외한 8개 성(省)과 각 분야별 평의회 의장 및 관계자들을 자발적으로 찾아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각 부서 관계자들도 주교들을 환대하고 한국교회에 대한 깊은 이해를 드러내며, 형제적 유대를 확인시켜줬다.

3월 10일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방문 후, 전주교구장 이병호 주교(왼쪽)가 인류복음화성 장관 페르난도 필로니 추기경(오른쪽), 차관 사비오 혼 타이 파이 대주교와 담소를 나누고 있다.

◎… 교황청 부서 방문 시작에서부터 한국 주교들의 선입견을 깨는 행보가 이어졌다. 인류복음화성 장관 페르난도 필로니 추기경은 만남의 장에 들어서자마자 의자를 추가로 준비해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와 염수정 추기경이 자신과 나란히 앉을 수 있도록 초대했다. 다른 주교들에게는 회의실의 특성상 나란히 앉지 못하는 것에 대한 양해를 구하기도. 연이어 김 대주교는 모든 주교들이 필로니 추기경과 보다 원활한 소통을 이어갈 수 있도록 즉석에서 유흥식 주교에게 통역을 부탁, 보다 열띤 소통의 장을 만들었다.

◎… 인류복음화성에서 한국교회와 관련해 가장 관심 있는 사안으로 제시한 것은 평신도 역할의 중요성이었다. 특히 필로니 추기경은 “한국교회는 평신도들이 먼저 복음을 받아들인 중요한 역사를 갖고 있다”며 “평신도들의 활동을 통해 실질적인 복음화 효과를 드러낼 수 있고, 평신도들의 활동을 존중하는 것이 선교활동을 촉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3월 10일 교황청 교회법평의회를 방문한 한국 주교단이 평의회 의장 프란체스코 코코팔메리오 추기경 등과 기념촬영을 했다.

◎… 반면 필로니 추기경은 한국교회 내 성직자 중심주의를 지적, “한국에서 성직자의 위상이 특별히 돋보이는 것은 뿌리 깊은 유교적 문화의 영향으로도 짐작된다”고 말하기도. 이어 성직자들의 권위주의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가난하고 무시당하는 이들에게 발언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 교황님이 권고한 ‘복음의 기쁨’을 가장 먼저 인식하고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권했다.

◎… 아울러 필로니 추기경은 “한국교회는 전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선교교회가 되고 있다”고 강조하고 “한국교회 안에서도 선교가 이뤄져야 하지만, 전 세계 어디에서나 여러분들이 현존하는 곳에서는 하느님을 위한 선교가 계속되고 있다”고 격려했다. 아시아 복음화와 관련해서는 “한국교회는 성장의 과정을 거쳐 어른 수준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며 “선교는 바로 교회 간의 교류로서, 각국 교회 각 교구 등이 자매결연을 맺고 작은 일에서부터 협력하는 나눔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북한선교의 중요성도 강조한 필로니 추기경은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꾸준히 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이러한 과정이 문제 해결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3월 14일 교황청 시성성을 방문한 한국 주교단이 시성성 장관 안젤로 아마토 추기경 등 관계자들과 최양업 신부 시복 청원건에 관해 대화하고 있다.

시성성 장관 안젤로 아마토 추기경과 인사 나누고 있는 장봉훈 주교(오른쪽)와 안명옥 주교.

◎… 시성성 방문은 한국 주교들이 가장 관심을 보인 일정이기도 했다. 염수정 추기경을 비롯해 14일 시성성을 방문했던 주교들은, 124위 시복에 관한 감사인사를 전하고 최양업 신부 등 한국 순교자들의 시복시성 과정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공유했다.

이에 앞서 한국 순교자들의 시복시성과 관련해 로마 청원인으로 활동 중인 김종수 신부(로마 한인신학원장)는 최양업 신부의 삶과 영성을 영문으로 소개한 리플릿을 곳곳에 배포, 교황청 및 전 세계 신자들에게 최양업 신부를 알리는 노력을 이어왔다.

시성성 장관 안젤로 아마토 추기경은 “신학자들은 글로써 영성이나 덕행을 설명하지만, 성인들은 그 시대 문화 안에서 실제 거룩하게 사신 분”이라며 “시복시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대인들이 그 순교자를 공경하는지가 관건이 된다”고 전했다. 또 “시복시성 절차는 단순히 행정적인 절차가 아니라 영성적인 여정”이라고 설명하고 “시복시성 관련 모든 절차에서 신자들이 함께 기도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조환길 대주교(왼쪽)와 강우일 주교가 3월 17일 가정평의회 의장 빈첸초 팔리아 대주교와 한국 사회 가정 관련 현안과 대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 가정평의회 방문은 평의회 의장 빈첸초 팔리아 대주교와 제14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 한국대표인 강우일 주교, 한국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 위원장인 조환길 대주교의 간담회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는 가정 관련 문제가 급속도로 늘고 있는 한국사회 현실을 공유하고, 보다 적극적인 교회의 대처 방안에 관한 논의가 이어졌다. 팔리아 대주교는 특히 “가정교회를 중심으로 한 전례는 그리스도교 신앙을 유지하는 큰 힘”이라고 설명하고 “자본주의를 넘어 초자본주의로 향하는 세속화와 개인주의 등을 타파하기 위해서라도 현대사회 가정사목은 반드시 필요한 과제”라고 역설했다.

3월 17일 교황청 평신도평의회 의장 스타니스와프 리우코 추기경을 비롯해 관계자들과 한국 교회 평신도 사도직 활동에 관해 대화하는 한국 주교단.

◎… 평신도평의회 의장 스타니스와프 리우코 추기경은 평의회를 방문한 주교들에게 “교회가 발전하려면 뿌리와 날개가 함께 필요한데, 그 뿌리는 전통이고 날개는 바로 젊은이들”이라고 설명하고, 젊은이 사목의 중요성을 전했다. 또 “한국 사회에 남아있는 유교적 문화 안에서 여성의 역량이 평가절하되는 모습이 여전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여성 사도직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중요한 활동”이라고 강조했다.

◎… 이주사목평의회 의장 안토니오 마리아 벨리오 추기경은 한국의 해양사목과 공항사목 현황에 큰 관심을 표현했다. 이어 해외교포가 한국에 다시 돌아오는 역 이민자들에 대한 사목적 배려도 적극 준비하길 권했다. 특히 “한국인 해외 성지순례객들이 급증함에 따라, 성지순례가 단순한 관광이 아닌 영적 체험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독려했다.

이탈리아 로마 주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