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천주가사 하느님을 노래하다] (12) 사말추론가

강영애 교수(데레사·한양대)
입력일 2015-03-03 수정일 2015-03-03 발행일 2015-03-08 제 2934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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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심판 날 떠올리며 부른 참회의 노래

‘사말추론가’는 1930년대 박제원(바오로)이 지은 가사이다. 박제원은 경상도 거창에서 출생한 후 교리강사와 전교활동을 활발히 하였고, 노년에 눈이 멀어 필기를 못하게 되자 78세에 ‘소경자탄가’, ‘통회사’, ‘사말추론가’ 등을 입으로 불러 대필하게 하였다.(김영수, 2000)

사말추론가는 죽음, 심판, 천당, 지옥의 4편으로 구분되었으며, 4편 모두 신앙의 죄를 참회하는 공통된 주제로 이루어졌다.(하성래, 1985) 죽음은 4·4조 4음보 50구로 되어있고, 심판은 51구, 천당은 60구, 지옥은 67구로 되어, 총 4·4조 4음보 228구로 된 장편가사이다.

박제원이 지은 천주가사 ‘사말추론가’는 죽음, 심판, 천당, 지옥 4편으로 구분돼 있고, 신앙의 죄를 참회하는 공통된 주제로 이뤄져 있다.

가창자 박엄정은 앞부분의 죽음편을 5구까지 낭송조로 불렀으며, 가창자 서선이는 천당편 중 성모찬송에 대한 부분을 4구까지 부르고 있다. 4편의 앞부분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一. 죽음

죽음이여 죽음이여 어떤것이 죽음인고 / 혼이있다 없어지면 이가진실 죽음이라

초목에도 죽음있고 금수에도 죽음있고 / 어별에도 죽음있고 곤충에도 죽음있다

二. 심판

심판이여 심판이여 심판말이 무섭도다 / 이심판을 누가하나 천주엄히 집행하니

망자영혼 홀로끌어 두가지로 판결된다 / 공잇는이 상을받고 죄잇는이 벌받는다

三. 천당

천당이야 천당이야 항상믿고 발앴더니 / 용약하는 네영혼이 천당복지 들어왔다

삼구전쟁 싸우다가 승전하고 돌아왔네 / 개가한번 불러볼까 알렐루야 알렐루야

四. 지옥

세상에서 있을때에 지옥말만 들었더니 / 흉참하다 이영혼이 지옥중에 정말왔다

지옥학왕 높이앉어 저를보고 하는말이 / 네이마에 박힌인호 볼수없는 원수로다

박엄정 가창

박엄정 가창의 ‘사말추론가’는 구성음이 미 솔 라 도로 되었으며, 미가 종지음이다. 앞서 소개했던 ‘통회사’와 거의 일치하며, 마디와 박자표기가 난해한 동일 리듬의 ♪♪♪♪를 반복하고 있다. 이는 우리말의 음절이나 발음을 살리지 못하는 리듬으로eoc, 가창자가 부른 3곡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다.

악보 ‘사말추론가’ 가창자 박엄정.

서선이 가창

가창자 서선이는 가야본당 소속이며, 1970년대 경남 밀양군 명례공소에서 천주가사를 많이 듣고 불렀다고 한다. 서선이에 의해 가창된 노래는 ‘사말추론가’를 비롯하여, ‘소경자탄가’, ‘십자풀이가(서)’가 있다.

서선이 가창의 ‘사말추론가’는 12/8박자 8마디이며, 주요리듬은 ♪♩♪♩이다. 솔 라 도 레 미의 5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5음을 고루 사용하여 순차 진행을 하는 평조로 볼 수 있다. 미-레-도-라-솔-도-미-레와 미-솔-미-레-도-미-레-도가 반복된다.

악보 ‘사말추론가’ 가창자 서선이.

이상에서 살펴본 ‘사말추론가’는 천주가사가 소멸되어가는 1930년대에 박제원에 의해 제작된 작품이다. 두 노래의 공통점은 규칙적인 4·4조의 사설과 경상도 지역에서 채집된 점이지만, 사설내용, 구성음, 박자, 리듬 등 노랫말과 가창법에서는 차별성이 나타난다.

{{img4}}강영애 교수는 음악인류학 박사로, 한양대와 교회음악대학원 강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대전교구, 마산교구 가톨릭상장례봉사자교육 전문강사로도 활동중이다.

강영애 교수(데레사·한양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