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천주가사 하느님을 노래하다] (10) 문답권학가

강영애 교수(데레사·한양대)
입력일 2015-01-27 수정일 2015-01-27 발행일 2015-02-01 제 2930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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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고리오 성가 본떠 교리문답을 노래로
‘균등박’ 사용 방식 특징적
미 솔 라 도 레 5음으로 구성
‘정악’ 리듬 형태로 음 조절
‘문답권학가’는 1917년 9월 15일 경향잡지에 발표된 천주가사이다(하성래, 1985). 경향잡지는 1911년부터 종교지로 간행되었고, 1945년 폐간되었다가 1946년에 다시 복간되었다.(김영수, 2000) 순 한글판 24면인 경향잡지는 격월간으로 간행되었으며, 주로 천주교 내부의 문제에 비중을 두었다. 경향잡지에는 1911년부터 1930년대까지 개화기 단형가사들이 발표되었는데, 총115편 정도의 천주가사가 김영수의 자료집에 소개되었다. 내용은 대부분 교훈적이며, 주교나 신부의 은경축, 신부의 부임을 축하하는 경축가류가 상당수를 차지한다.

‘문답권학가’의 가창자 박엄정은 안동교구 사목국장 조창래(빈첸시오) 신부의 친할머니이며, 경남 상주 서문동 본당의 50주년 기념행사에서 ‘문답권학가’를 비롯하여 ‘통회사’, ‘사말추론가’ 등 3곡을 불렀다. 세 곡 모두 균등박을 사용하는 특징이 다른 가창자들과의 차별성이다.

‘문답권학가’는 4·4조 4음보 42구로 된 천주가사이다. 문답공부를 권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어화우리 교형님네 나도물과 성신으로 / 성교회에 자녀되고 제형들의 동생이오

반갑기가 한없으나 두루찾아 못뵈옵고 / 알편권고 드리오니 인자로이 들으소서

바라나니 형님네야 육신결박 풀린후에 / 우리본향 올라가서 주모대전 뵈옵시다

그동안에 문답공부 부지런히 하옵소서 / 저본향을 잃지말고 우리형제 잃지말세

외오면서 뜻모르면 안배우나 일반이니 / 문리없는 자녀에게 항상묻고 대답하세

넓다문답 교훈이여 부세만민 으뜸조향 / 천지신인 만물근본 어느것이 빠질소냐

사본문답 적은책이 광대망망 오묘하다 / 천세무궁 후만세에 밝히비친 거울일세

최필선은 그의 논문에서 그레고리오 성가의 제4선법인 히포프리기아와 같다고 했으며, 이후 논문에서는 언어적 음악으로 분류 한 바 있다.(최필선,1992) 히포프리기아 선법은 교회선법 중 7음음계로 구성된 변격선법을 말한다.

문답권학가는 미 솔 라 도 레 의 5음으로 구성되었고, 그중 라와 도가 낭송음이며 솔이 중심음이다. 주요리듬은 ♪♪♪♪이고, 순차진행을 한다. 음조직은 히포프리기아 선법을 모방하긴 했으나 정악에 비중을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구성음은 메나리토리(미 솔 라 도 레)와 일치하지만, 종지음과 선율은 순차진행을 보인다. 라와 도의 읊조리는 형태에서 레-도-라, 도-라-솔, 라-솔-미 등의 순차 하행(A형)이 나타나고, 종지음은 솔(16회)이다. 구성음과 종지음, 선율 진행 등이 히포프리기아, 메나리토리, 정악의 특징을 적당히 혼합해 놓은 것이다. 리듬 역시 우리 언어의 특징에서 벗어난 동일한 시가로 나타난다. 이렇듯 낭송음과 리듬, 음조직이 기존 천주가사와는 달리 그레고리오 성가와 유사성을 갖게 된다. 이는 1795년 중국인 주문모 신부가 들어온 이래 외국인 선교사나 한국인 사제들에 의해 교회의 전통성가인 그레고리오 성가가 불리며 신자들에게도 교육이 실시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 악보 ‘문답권학가’(위). ‘문답권학가’는 구성음과 리듬, 음조직에서 우리 음악의 특징보다는 그레고리오 성가(아래)에 비중을 두었다.

우리나라 음악의 두드러진 특징은 장단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우리 언어의 특징인 길고 짧은(장단) 것이 잘 표현될 수 있도록 일정한 리듬형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전통성가에 해당하는 연도의 예를 들면, 1음절은 긴 음표(♩), 2음절은 짧고 긴 음표(♪♩), 3음절은 1음절+2음절의 길고 짧고 긴 음표(♩♪♩), 4음절은 2음절의 반복(♪♩♪♩), 5음절은 2음절+3음절(♪♩♩♪♩), 6음절은 2음절의 반복(♪♩♪♩♪♩)으로 되어있다. 연도는 말씀이 중요시되기 때문에 일정한 장단형은 없지만 음절에 따른 반복이 곡 전체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리듬형태는 한국 사람에게 가장 친숙한 자장가에서도 보인다. ‘자장자장(♪♩♪♩) 우리아기(♪♩♪♩)’와 같은 리듬인 것이다. 이러한 리듬은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끼게 되므로 죽음을 편안한 안식으로 생각한 선조들은 죽음의 순간부터 자장가와 같은 반복적인 리듬의 연도를 불러왔던 것이다. 그러나 가창자 박엄정이 부른 ‘문답권학가’, ‘통회사’, ‘사말추론가’ 등 3곡은 모두 동일한 리듬(♪♪♪♪)으로 부르고 있다.

‘문답권학가’는 작자미상의 1917년 작품이며, 가창자는 박엄정이다. 구성음과 리듬, 음조직에서 우리 음악의 특징보다는 그레고리오 성가에 비중을 두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로써 천주가사는 제작 시기나 제작자, 채집지역에 상관없이 가창자에 의해서 그 특징이 구별됨을 알 수 있다.

강영애 교수는 음악인류학 박사로, 한양대와 교회음악대학원 강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대전교구, 마산교구 가톨릭상장례봉사자교육 전문강사로도 활동중이다.

강영애 교수(데레사·한양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