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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목 현장을 가다] 분당 국군수도병원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5-01-13 수정일 2015-01-13 발행일 2015-01-18 제 2928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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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뿐 아니라 신앙 회복의 공간 돼야죠”
군종교구 성요셉본당서 사목… 병사 봉성체 큰 일과 
영적·내적 상처 방지 위한 상담 활동도 병행
전역 후 신앙 돕기 위한 민간 본당 도움 지원 필요 
국군수도병원 사목을 담당하는 군종교구 성요셉본당 이윤섭 주임신부가 봉성체를 거행하며 원목실을 찾은 환자 병사들에게 안수하고 있다.
약할 때 강한 하느님을 찾고 의지하는 것은 사람의 속성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 국군수도병원의 환자 장병들 중에도 육체적 고통을 계기로 의지할 곳은 하느님 한 분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신앙을 회복하는 사례가 적잖게 있다. 국군수도병원은 의료적으로는 치유의 공간이지만 신앙적으로는 신앙 회복의 공간이기도 하다.

국군의무사령부 소속으로 국군수도병원 사목을 담당하는 군종교구 성요셉본당 이윤섭 주임신부는 봉성체로 주일 일과를 시작한다. 1월 11일 주일 오전 9시30분에도 본당 이인옥 수녀와 신연주(이사벨) 성모회장의 안내로 이 신부는 병원 6층 원목실에서 봉성체를 거행했다. 원목실에 찾아온 병사들은 성당까지 움직이기에는 몸 상태가 좋지 않지만 목발을 짚거나 휠체어를 타고 혼자 거동이 가능한 환자들이다. 그 이상의 중환자나 화상 환자처럼 외부 이동이 제한되는 경우는 이 신부가 직접 병실로 찾아간다.

이날 원목실에서 성체를 영한 병사는 모두 4명이었다. 군복을 입어야 할 청년들이 환자복을 입은 모습이 애처롭긴 하지만 이 신부가 봉성체 예식을 거행하며 “이들이 하루 빨리 건강을 회복해 일터와 교회에서 열심히 일하게 하소서”라고 기도할 때는 건강을 되찾겠다는 병사들의 뜨거운 의지가 원목실에 뿜어져 나오는 느낌이었다.

심한 다리 통증으로 국군수도병원에 입원 중인 장세훈(대건 안드레아) 일병은 “걷는 것이 부자연스러운 데다 정확한 병명을 진단 받지 못해 답답한 심정이고 성당에 못 나가 아쉽지만 신부님이 찾아와 주시니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라며 “병원에 와서야 기도생활을 성실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신부는 원목실에서 봉성체를 거행한 후 불의의 화상 사고를 당한 양원재(가브리엘) 예비역 병장을 찾아갔다. 양 병장은 지난해 5월 전역을 불과 한 달도 남겨놓지 않고 시너에서 불이 몸에 옮겨 붙어 얼굴과 손 등에 심한 화상을 입었다. 국군수도병원에서 치료 중 지난해 12월 21일에야 전역 조치돼 현재는 민간인 신분으로 2월까지는 국군수도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양 병장은 화상 치료를 위해 햇볕을 피해야 하는 관계로 주일 오전 10시30분 교중미사에는 참례하지 못하지만 해가 진 이후 시간인 목요일 저녁 7시 미사에는 꼭 참례할 정도로 열심한 신자가 됐다.

봉성체에 동행한 이인옥 수녀는 “양원재 병장이 입원 초기 화상 상태가 심해 심리적으로도 힘들어하던 걸 생각하면 지금의 긍정적인 변화는 놀랍기만 하다”며 “하느님은 축복 받을 이들에게 축복을 주신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봉성체가 끝나면 이 신부는 성요셉성당에서 오전 10시30분 주일 교중미사를 봉헌한다. 성요셉성당에는 국군수도병원과 의무사령부에 근무하는 기간병과 직업군인, 인근 육군부대에서 찾아오는 신자들이 더 많다. 환자복을 입은 장병 수는 입퇴원 상황에 따라 매주 달라진다.

1월 11일 주일미사에서 영성체 후 유독 간절히 기도하는 장병이 눈에 띄었다. 학사장교 55기 출신의 현역 중대장인 김현태(가명, 마르코) 대위로 권총 사격 훈련 중 오발 사고로 다리에 관통상을 당해 한 달 전 국군수도병원에 입원했다. 김 대위는 “천만다행으로 뼈만 관통했을 뿐 신경을 건드리지 않아 완쾌가 가능한데, 어서 중대 지휘관으로 복귀하고 싶다”면서 “사고를 당하기 전에도 신앙생활을 했지만 병원에 입원하고 보니 신앙의 힘이 무엇보다 크게 다가온다”고 고백했다.

이 신부는 군병원 사목의 특징에 대해 “육체의 약함이 영적·내적 상처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어 환자 장병들의 요청이 있으면 병실로 찾아가 병자성사를 집전하거나 대화를 나누곤 한다”고 설명했다. 이 신부는 이어 “군병원은 일반부대와 달리 민간 신자들의 출입이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어서 민간 본당 성가대나 레지오 마리애, 빈첸시오회 단원들이 성요셉본당 사목에 도움을 준다면 환자 병사들이 원 부대에 복귀하거나 전역한 후에도 신앙생활을 이어가도록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국군의무사령부 연혁·현황

‘국군장병 건강수호’ 위해 1954년 창설

군종교구 성요셉본당 이윤섭 주임신부가 소속돼 있는 국군의무사령부(사령관 황일웅 준장, 이하 의무사)는 ‘국군장병 건강수호’를 사명으로 하는 부대다. 전투 임무를 수행하는 일반 부대와 달리 의무사는 군부대이면서도 일반인들에게는 ‘국군병원’이라는 보다 익숙한 명칭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의무사의 역사는 한국전쟁 휴전 이듬해인 1954년 3월 경남 마산에 ‘육군 의무기지사령부’가 창설된 것에서 출발한다. 이후 1963년 8월에는 제1육군병원과 국군의학연구소, 중앙 치과기공소가 예속됐고 의무사 사령부가 마산에서 대구로 이동했다. 1968년 6월 의무사는 제2군사령부에 예속된 후 1971년 1월 현재의 명칭인 국군의무사령부로 명칭이 변경되며 국방부로 예속됐다. 1984년 9월에는 병원부대 현대화 추진과 함께 사령부 소재지가 서울시 강서구 등촌동으로 이동했다. 의무사가 현재 위치인 경기도 성남시 분당으로 부대이전을 단행한 것은 1999년 12월이다.

전국 각지에 14개 군병원과 의무학교, 의학연구소 등 20개 부대가 소속돼 있는 의무사는 군의료기관으로서 군의관과 간호장교 등 전문 의료인력, 첨단화된 장비와 시설을 구비하고 있다. 질병 치료는 물론 질병 예방연구·전문 인력 양성 등에도 노력을 다하고 있다.

박지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