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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교회의 가르침] (46) 베네딕토 16세 교황 권고 「사랑의 성사」 (상)

손희송 신부
입력일 2015-01-13 수정일 2015-01-13 발행일 2015-01-18 제 2928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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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딕토 16세(1927~)의 교황 권고 「사랑의 성사」는 2005년 10월 2일에서 23일까지 성체성사를 주제로 개최된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11차 정기 총회의 결실이다. 이 총회가 제출한 건의안에 대한 응답으로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2007년 2월에 「사랑의 성사」를 발표하였던 것이다.

이 문헌은 “교회 안에서 성찬례에 대한 뜨거운 열의를 새롭게 다짐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방향을 제시”(5항)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총 97개 항목으로 구성된 본문은 성찬례를 믿고, 거행하며, 실천해야 하는 신비로 규정하면서, 성찬 신앙 안에서 신자 각자와 교회 전체가 진정으로 새롭게 변화되는 길로 나아가자고 촉구한다.

I. 성찬례, 믿어야 할 신비

성찬례는 삼위 하느님의 무상 선물

성부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세상의 구원을 위하여 당신의 외아들을 생명의 빵으로 보내주셨다(요한 3,16-17). 성자는 성부의 뜻에 따라 십자가에서 당신의 몸을 내어주시고 당신의 피를 쏟아 부어 주시어 당신 생명을 우리에게 주셨다. 아울러 그분은 성체성사를 통해서 “십자가 희생과 부활의 승리를 선취하시고 또 현존하게 하신다.”(10항)

교회는 “나를 기념하여 이를 행하여라.”는 성자의 명령에 따라 날마다 성찬례를 거행하면서 그분의 십자가상 희생제사가 성사적으로 현존하게 하는데, 여기서 성령께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신다. “그리스도께서 교회의 가장 중요한 중심인 성찬례부터 시작하여 당신 교회 안에서 계속 현존하시며 활동하실 수 있는 것은 성령의 활동으로 말미암은 것이다.”(12항)

성찬례는 교회 시작의 원리이며 친교의 토대

성찬례는 “교회가 시작된 원리”, 곧 “교회의 기원 자체에 영향을 미친 원인”(14항)이다. 십자가 위에서 창에 찔리신 그리스도의 옆구리에서 흘러나온 피와 물(요한 19,34)은 성체와 세례성사를 상징하고, 이 두 성사와 함께 교회가 시작되었다. 이렇게 그리스도께서 먼저 십자가에서 교회에 당신 자신을 주셨기 때문에 교회는 성찬례 안에서 그리스도의 신비를 거행할 수 있다.

또한 성찬례는 교회의 친교와 일치의 토대다. 성체성사는 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화되는 것만이 아니라 성찬을 받아 모신 신자들이 성령 안에서 한 몸을 이루는 것도 목표로 한다. 성찬례의 힘으로 교회는 친교의 공동체가 되는데, 개별 신자들 간의 친교만이 아니라 개별 교회들 간의 친교가 실현되어 보편적 친교가 가능하게 된다(15항).

베네딕토 16세 교황 권고 「사랑의 성사」는 성찬례를, ‘믿고 거행하며 실천해야 하는 신비’로 규정하면서, 성찬 신앙 안에서 교회 전체가 진정으로 새롭게 변화되는 길로 나아갈 것을 촉구한다. 수도자에게 성체를 분배하고 있는 베네딕토 16세 교황.【CNS 자료 사진】

성찬례는 성사들의 중심

교회가 거행하는 일곱 성사의 중심은 성체성사로서, “다른 여러 성사들은 성찬례와 연결되어 있고 성찬례를 지향하고 있다.”(16항) 세례와 견진, 성체성사는 그리스도교 입문의 성사인데, 그 절정은 성체성사다. 따라서 “세례성사와 견진성사를 받는 것은 성체성사를 위한 것임”(17항)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합당한 영성체를 위해서는 하느님 은총 안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성체성사와 고해성사는 본질적인 관계를 이루고 있고, 따라서 “성찬례의 의미를 가르치는 참된 교리 교육에는 참회의 길을 추구하라는 촉구가 포함되어야 한다.”(20항) 또한 성체성사를 통해 어떻게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고통과 죽음을 사랑으로 받아들이셨는지를 이해하게 된다면, 병자성사를 통해 병자들은 “모든 이의 구원을 위하여 당신을 내어 놓으신 그리스도의 봉헌에 일치”하여 “성인들의 통공의 신비 안에서 세상 구원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22항).

예수님께서는 최후만찬에서 성체성사를 세우시는 동시 새 계약의 사제직도 제정하셨기 때문에 성체성사와 성품성사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성찬례 거행에서 주교나 사제는 머리이신 그리스도를 대신하며 온 교회의 이름으로 행동한다(23항). 또한 혼인성사로 결합된 남녀의 유대는 그리스도와 그분의 신부인 교회가 이루는 일치에 본질적으로 연결되고(에페 5,31-32), 이 일치는 성찬례를 통해 성사적으로 표현된다. 그러므로 “성찬례는 모든 그리스도교 혼인의 불가해소적인 일치와 사랑을 끝없이 강화해 준다.”(27항)

성찬례는 순례하는 교회를 위한 선물

성찬례는 “성인들과 이루는 통공의 기쁨 안에 거행될 마지막 잔치를 실제로 선취하는 것”(31항)으로서, 순례하는 교회가 종말의 잔치를 미리 맛보도록 해준다. 이렇게 종말의 완성을 미리 맛보여주는 성찬례는 “우리 육신 또한 영광스럽게 될 미래의 영광에 대한 약속”으로서, “우리보다 앞서 간 이들을 다시 만날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키워준다.”(32항) 우리는 그 희망을 간직하면서 성찬례 중에 죽은 이들을 위하여 기도한다.

II. 성찬례, 거행하여야 할 신비

성찬의 신비가 올바로 체험되고, 그 고유한 광채가 발하기 위해서는 성찬례가 합당하게 거행되고, 신자들은 거기에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합당한 성찬례 거행

그리스도께서는 성찬례 안에 현존하시며 우리에게 당신의 몸과 피를 주심으로써 우리를 당신과 일치시키신다. 이렇게 성찬례의 본래 집전자는 그리스도이기에 “그 기본 구조는 우리 마음대로 바꾸거나 최신 경향에 얽매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37항). 따라서 성찬례의 합당한 거행 방식은 새로운 것을 추가하기 보다는 현재 사용 중인 전례서를 존중하고, 다양한 표징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몸짓의 소박함, 정해진 순서에 따라 진행되는 표징의 엄숙함은 그 어떤 인위적이고 부적절한 것을 추가할 때보다 더 많은 것을 전달하고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한다.”(40항)

합당한 성찬례 거행의 책임은 교구장 주교에게 부여된다. “탁월한 전례가”인 주교는 자신의 교구에서 “하느님 신비들의 첫째 관리자요 전례 생활 전체의 조정자이며 증진자요 보호자”로서 “사제와 부제, 그리고 평신도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항상 전례 예식과 본문의 참뜻을 온전히 이해하여 활발하고 효과 있게 성찬례 거행에 참여하도록 마음을 써야한다.”(39항)

성찬례 거행의 구조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추진한 전례 개혁이 교회 전통 안에서 충실하게 지속되기 위해서는 미사의 주요 부분을 올바로 이해하고 거행해야 한다. 이를테면 미사에서 말씀 전례와 성찬 전례는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오직 하나의 예배를 형성하는데, 이는 교리 교육은 물론 미사 거행 자체에서 분명하게 드러나야 한다. 그 외에도 미사 구조와 관련해서 다양한 주의, 요청 사항이 상세하게 언급된다(43-51항 참조).

성찬례의 능동적 참여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촉구한 신자들의 “능동적 참여”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예식을 합당한 방식으로 거행하는 것으로서, “거행 방식은 풍요로운 전례 규범을 충실히 따르는 데에서 비롯된다.”(38항) 아울러 규범에 따라 “거행되는 신비, 그리고 이 신비와 일상생활의 관계를 더 잘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다(52항). 또한 성찬례의 능동적 참여에는 지속적인 회개의 정신도 포함된다. 이는 자신의 생활을 진지하게 반성하는 내적 태도로서, “예를 들어 전례 시작 전에 잠시라도 묵상과 침묵의 시간을 가지거나 단식을 통하여, 그리고 필요한 경우에는 고해성사를 통하여 촉진될 수 있다. 하느님과 화해를 이룬 마음이 진정한 참여를 가능하게 한다.”(55항)

손희송 신부는 1986년에 서울대교구 사제로 서품됐다.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한 후에 용산 본당 주임,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서울대교구 사목국장으로 재직 중이다.

손희송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