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가톨릭신문-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특별기획] ‘가정사목과 복음화’ - 총론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4-12-30 수정일 2014-12-30 발행일 2015-01-04 제 2926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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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과 올해 두 차례 주교시노드, 가정사목 현실을 제대로 본다
오늘날 가정은 심각한 도전, 그리고 그 도전에 기인한 위기의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이 가톨릭교회의 우려이다.

2014년 10월과 2015년 10월 두 차례에 걸쳐서 마련된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시노드)가 연속으로 가정과 가정사목, 복음화 문제를 다루는 이유 역시 이러한 인식에 바탕을 둔다. 그래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주교시노드 임시총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보편교회 전체가 가정과 가정 사목에 대한 보다 깊은 성찰을 올해 정기총회까지 이어가기를 청했다.

이러한 보편교회의 가정과 가정사목에 대한 깊은 우려와 함께, 그럼에도 여전히 갖고 있는 희망 섞인 전망을 내다보면서, 가톨릭신문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는 올 한 해 동안 프란치스코 교황의 당부대로 오늘날 가정의 현실을 다시 한 번 짚어보고 가능한 사목적 대안과 전망들을 모색한다. 이 기획은 향후 1년 동안 격주로 이어져 약 20회 분량이 될 것이다.

주교시노드, 가정 문제에 새 접근

이번 세계주교시노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끄는 가톨릭교회 안에서 제기된, 가정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 나타난 장이었다. 그것은 사목적 대응이 요구되는 환경과 현실에 대한 솔직하고 용감한 이해의 노력과, 교회의 가르침에 대한 훈육보다는 ‘자비’에 바탕을 둔 돌봄과 배려의 사목적 노력이다.

이번 시노드는 교황 스스로 여러 차례에 걸쳐 공식적으로 당부했듯이, 모든 견해와 의견들이 전혀 아무런 거리낌없이 표출된 열린 마당이었다. 즉, 교회의 어떤 기존의 입장과 가르침도 새로운 견해와 의견들을 피력하는데 있어서 강제적인 억압 요인이 되지 않았다.

교황의 표현대로 누구도 교황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염두에 둘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이번 시노드에서는 다양하고 현실적인 견해들이 표명됐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자유로운 의견 표시를 두고 교회 내의 ‘분열’을 우려했지만 교황은 오히려 이러한 다양한 의견 표명을 바람직한, 교회 본연의 모습으로 평가했다.

가정 현실에 대한 솔직한 고백

주교시노드에서 표명된 의견들의 스펙트럼은 매우 폭넓다. 서구교회를 중심으로 자주 논의된 이혼 후 재혼 신자들의 영성체 문제라든가, 동성애 결합 문제 등 몇 가지 뜨거운 이슈들 외에 저개발국의 빈곤 가정 문제나 이주로 인한 가정 파괴 문제 등은 오히려 더 근본적이고 사회 경제적인 이슈로 지적됐다.

고위 성직자들이나 보편교회의 최고위 정책 결정자들이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가정과 가정 사목 문제는 광범위하게 복잡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요인들로 가득했다. 따라서 어떠한 획일적이거나 지엽적인 사목적 대책만으로는 커버할 수 없는 전방위적인 사목적 대안들의 모색이 절실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정과 관련한 사목적 대안 모색에 앞서서 전세계의 가정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것 역시 현대 세계와 사회 안에서 가정의 복잡한 현실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파악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10월 5일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봉헌된 주교시노드 개막미사에서 한 가족이 예물 봉헌을 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CNS 자료사진】

‘자비’에 바탕을 둔 사목적 배려

그래서 보편교회의 가정과 가정사목에 대한 현재의 관심은, 다만 교회의 가정과 생명에 대한 윤리적 가르침이나 교리의 준수라는 시각이 앞서기보다는, 오늘날 가정이 어떤 어려움과 고통에 처해 있는지에 대한 공감을 먼저 고려하려는 자세를 보여준다.

이러한 시각은 곧 ‘하느님의 자비’라는 관점이 하느님 백성들의 가정을 돌보는 사목적 배려에 있어서 최우선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가장 첨예한 논란거리였던 동성애자들에 대한 사목적 배려에서도 교황과 주교들은 비록 최종 문서에서는 삭제됐지만, 중간보고서에서는 동성애자들에 대한 ‘환대’라는 용어가 사용될 정도로 열린 자세를 보였다.

또한 이혼 후 재혼한 이들에 대한 영성체 허용 역시 임시총회에서 긍정적으로 결론이 나지는 않았지만 향후의 논의에서는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보일 정도로 열려 있는 상황이다. 이는 곧 이혼은 교회의 가르침을 거스르는 ‘반신앙적이고 비윤리적인 행위’라는 단죄보다는 이혼을 할 수밖에 없는 고통스러운 체험에 대한 공감과 배려의 자세이다. 혼인무효소송의 절차를 간소화하고 비용도 들지 않게 해야 한다는 주교시노드에서의 논의 역시 같은 맥락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주교시노드 마지막 회기날인 지난해 10월 18일 회의를 모두 마치고 연설을 통해 전통의 수호 또는 진보의 추구에서 극단주의적인 입장을 주의하라고 권고했다. 교황은 회기 중 분열과 격렬한 토론이 있었음을 인정했지만, 논쟁이 있다고 해서 교회 안의 조화와 일치를 보증하는 성령의 존재 조차 의심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교황의 존재 자체가 어떠한 논쟁 속에서도 교회의 일치를 드러낸다고 말했다.

교황은 특히 ‘적대적인 엄격주의자’나 ‘파괴적인 자선가’의 유혹을 거스르라고 권고하면서, 주교들에게 교회를 보존하고 교회에 봉사할 의무와 책무를 “스승처럼” 하지 말고 “종처럼” 하라고 권고했다. 즉, 상처를 그저 싸매기만 하고 치료를 하지 않아 증상만 치료하고 병의 원인과 뿌리를 도외시하는 행위를 경계했다. 다시 말해서 교황은 가정과 가정사목에 대한 논의와 사목적 대안의 모색에 있어서도 근본적인 원인과 고통의 뿌리를 드러내고 근원적인 치료를 할 수 있는 고민을 해주기를 당부했다.

따라서 올해 10월 지난해 시노드의 성과를 이어받아 창조적이고 현실적인 가정사목의 대안을 모색할 주교시노드 정기총회의 개최를 내다보며 보편교회의 고민은 한 해 동안 계속 이어질 것이다.

■ 10월 주교시노드 총회를 준비하며

가톨릭신문이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와 함께 공동으로 추진하는 특별기획 ‘가정사목과 복음화’는 세계주교시노드 임시총회의 성과를 바탕으로 하되, 한국 사회와 문화 안에서 가정의 현실을 좀 더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사목적 대안의 모색을 시도함으로써, 올해 10월 열리는 주교시노드 정기총회를 준비하는 의미를 갖는다.

특별히 이 기획은 완성된 결론을 지향하기보다는 가정과 가정사목의 여러 현안들에 대한 대응을 다양한 시각과 입장에 열어둠으로써 보다 현실적인 대안 모색을 도모한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과 주교시노드의 기본 노선인 ‘하느님의 자비’를 충분히 유념한다.

■ 기획 주요 내용은

특별기획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선 오늘날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 야기된 혼인과 가정제도의 변화를 정치와 사회 경제적 요인, 이념과 문화의 변화라는 시각에서 정밀하게 분석해본다. 이어 생명의 전수라는 입장에서 교회의 생명윤리적 가르침들에서 중심이 되는 피임과 낙태, 출산, 성에 대한 가르침들과 현실들을 비교 분석하고 신자들 사이에서도 교회 가르침이 준수되지 않는 현실의 원인을 살펴본다.

자연법은 교회의 생명윤리, 혼인과 가정에 대한 가르침들에서 핵심적인 개념이다. 하지만 주교시노드에서는 자연법 개념에 바탕을 둔 설명이 현대인들에게 과연 얼마나 설득력을 지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시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자연법 개념을 다시 한 번 살펴보면서 다른 대안적 설명의 가능성은 없는지 살펴본다. 아울러 동성애와 관련해 한국의 실태와 교회의 사목적 관심이 이제는 더욱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점을 성찰한다.

사목적 관심과 배려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는 부분은 교회법적 조치들이다. 가정과 교회법의 상관 관계를 나타내는 많은 영역들을 살펴보는 동시에 이혼 후 재혼 가정의 문제를, 혼인 무효 소송의 간소화 문제를 포함해, 폭넓게 다뤄본다. 최종적으로 한국교회의 가정사목 실태와 현실, 전망을 깊이 있게 점검한다. 아울러 가정 안에서의 신앙 전수를 위한 교육과 기도 생활 등을 점검하고 특별히 가정 문제들을 지원하기 위한 상담 기회의 확충을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