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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강우일 주교 세계주교시노드 참가 후 가정사목 제언 (하) 사목적 대처 전망

강우일 주교(제주교구장·전 주교회의 의장)
입력일 2014-12-16 수정일 2014-12-16 발행일 2014-12-25 제 2924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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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법 밖 재혼·동거 가정에도 자비의 시선을

교회는 오늘의 가치관과 세계관의 급격한 변화 속에 도전받는 가정 현실을 직시하고, 복음적 전망에서 아량과 자비와 연민의 시선으로 백성들을 감싸 안으며 과감한 사목적 배려를 추진해 나갈 것을 다짐하였다.

① 많은 사회적, 경제적 어려움 가운데서도 세계 곳곳에서 많은 부부들이 가톨릭적인 가정을 꾸리며, 비록 삶의 여러 순간에 우여곡절은 있어도 부부로서의 사랑과 존중과 연민을 바탕으로 평생을 함께하며 자녀들을 올곧게 양육하고 성장시켜 온 사실을 평가하고, 이들에 대한 교회의 존경과 감사와 평가를 분명히 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② 가정이 위기를 겪는 것도 결국은 믿음의 부족에서 기인하는 것이므로, 먼저 가정에서 자녀들에게 믿음이 올바로 전수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믿음의 전수가 올바로 이루어질 때, 혼인 전의 양성도 올바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③ 신앙의 여정에서 올바른 양성 과정을 거칠 때, 혼인성사는 의무가 아니라 부부가 하느님께 받는 새로운 부르심임을 깨달을 수 있다.

④ 교회는 생명의 잉태와 출산과 관련하여 ‘자연법’에 입각한 실천을 가르치지만, 현대인들 중에 ‘자연법’의 개념을 온전히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극히 적다. 교회는 혼인과 성생활, 출산과 가족계획 등 생명과 관련한 가르침을 전할 때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새로운 언어와 논리를 찾아야 한다.

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상이 버리고 차별하고 억압하는 모든 이의 보호자요 동반자로 활동하신 것을 상기하며, 교회법적 혼인의 테두리 밖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 이혼한 이들, 이혼하고 재혼한 이들, 혼인 없이 동거하는 이들, 동성애적 성향을 띠는 사람들에 대해 이들을 차별하거나 편견을 불러일으키는 모든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⑥ 교회는 교회법적 정당성을 얻지 못하는 부부들이 성사 생활을 지속할 수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한 남자와 한 여자의 단일, 불가해소적 혼인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이들도 성사적 은총 안에 초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고자 신학적, 성서학적, 교회법적 연구를 지속하자는 의견이 다수 제시되었다.

⑦ 교회법원의 절차와 수속이 너무 오래 걸리므로 2심제를 그만하고, 되도록 빨리 판결을 받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동유럽 지역에서는 정교회의 혼인 규정이 관대한 편이어서 가톨릭 신자와 정교회 신자가 혼인하는 경우 가톨릭보다 정교회 쪽으로 옮아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하였다.

⑧ 교회는 가정이야말로 교회의 가장 작은 단위이고 세포임을 확인하고, 가정에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과 보호와 가르침 안에 자녀가 성장하며 인간관계를 배우며 인격이 성숙되고,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딛는 사회의 못자리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널리 확산시키고 가르쳐야 함을 강조하였다.

⑨ 교회는 가정이야말로 인간 생명의 전수가 온전히 이루어질 수 있는 현장이고, 가정을 지켜야 인류의 생명과 미래를 확보할 수 있음을 끊임없이 선포하고 알려야 함을 재확인하였다.

⑩ 교회는 혼인과 가정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신장을 위하여 청소년기부터 통합적인 교육과 양성이 필요함을 절감하고 이를 위한 전문적 소양을 갖춘 봉사자(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부부)를 배출해 나가야 함을 강조하였다.

⑪ 혼인 초기 몇 년이 가정의 먼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민감한 기간이므로, 혼인성사 이후에 혼인의 은총을 체험하도록 혼인생활의 오랜 경험과 소양을 갖춘 평신도 지도자가 지속적으로 동반해 줄 필요가 있음이 지적되었다.

⑫ 지역교회의 각 교구와 본당 등에서 결혼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고충을 듣고 도움을 주거나 화해에 이르도록 보조하는 사목적 동반 시스템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⑬ 결혼생활에 실패하고 고통 받는 이들을 심리적, 사회적으로 도울 수 있도록, 오랜 결혼생활을 통하여 많은 경험과 지식을 두루 갖춘 부부들이 증언과 교육에 적극 동참하도록 권유하고 이들을 멘토로 양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

⑭ 부모의 이혼을 겪은 자녀들이 심리적, 사회적 어려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교회가 동반하고 도움을 주는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⑮ 재혼자(교회법상 조당의 상태)들에게 일반적으로 다 성체를 영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어려우나, 돌이키기 어려운 경우, 특히 재혼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들이 부당하게 고통당하는 경우 등에는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교구 주교의 책임 아래 사안별로 조사하고, 참회의 과정 등을 거친 뒤 이들을 받아들이는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시노드를 마치면서 교종께서는 참석자 주교들에게 ‘제3차 특별세계주교대의원회의보고서’(주교회의 누리집 www.cbck.or.kr ‘소식’ 난에 전문이 실려있다.)를 내년도 정규 주교대의원회의의 예비문서로 주신다고 말씀하였다. 각 지역교회에서는 이 자료를 검토하고 충분한 논의와 숙고의 과정과 영적 식별을 통하여 더욱 발전시켜 내년도 세계주교대의원회의를 위한 의견을 모아 주도록 당부하셨다. 한국의 각 교구는 이 예비문서를 토대로 적절한 방법을 통하여 혼인에 대한 좀 더 깊이 있는 성찰을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본다. 특히 한국의 가정이 마주해야 하는 많은 어려움과 도전들에 대한 사목적인 방향과 대안을 모색하고, 가정을 에워싸고 있는 여러 장애와 난관으로부터 하느님 백성을 해방하고 예수님의 연민과 자비의 시선으로 이들을 보듬을 수 있는 길을 찾아나가면 좋겠다.

강우일 주교(제주교구장·전 주교회의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