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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사회교리는 ‘특별 신자’ 교리? / 서상덕 취재2팀장

서상덕 취재2팀장
입력일 2014-12-09 수정일 2014-12-09 발행일 2014-12-14 제 2923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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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존경하는 마음까지 품게 하는 한 친구가 있다. 그는 이른바 스카이(SKY)로 불리는 명문대를 나왔을 뿐 아니라 ‘고소영(고려대ㆍ소망교회ㆍ영남)’ 가운데 몇 가지에 걸치고 ‘강남’에서 잘나가는 친구다. 거기다 한때는 ‘영포라인(경북 영일·포항 출신)’이라는 배경 덕에 때마다 하마평에 오르내리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친구에게도 고민이 있다. 지인들 사이에서 그냥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몇 차례 밝혔을 뿐인데 언제부터인가 ‘종북’으로 낙인찍혔다는 것이다. 친구 말대로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친구가 주위의 평가에 신경 쓰지 않고 ‘마이 웨이’를 선언했다. 지난 8월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먼발치서 보고 나서다.

“그래, 내가 틀린 게 아냐. 다른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거지.” 간간이 만나는 친구의 표정은 한결 밝아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계기로 한국교회에 불어 닥친 사회교리(Social Doctrine) 바람이 교회 울타리를 넘어 우리 사회 곳곳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 개신교를 비롯한 이웃종교 지도자들마저 사회문제와 관련해 사회교리를 들먹일 정도니, 사회교리가 우리 사회에서 오늘날만큼 관심을 끈 적이 있었던가 싶다. 교회에서 시작된 바람이 세상에 싱그러움을 더해주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아직도 신자들 사이에서는 사회교리에 대한 오해와 몰이해가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는 것 같다. 아마 이런 현실은 ‘사회교리’라는 용어가 주는 낯섦과 선입견으로 인해 빚어지는 듯하다. 이 때문에 적지 않은 그리스도인들이 사회교리를 신앙생활이나 교리와는 무관한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회교리는 다른 어떤 것도 아닌 바로 십계명에 바탕을 둔 것이다. 그렇기에 모든 그리스도인이 ‘예외 없이’ 실천하고 지켜야 하는 가톨릭교회의 교리다.

실제 사회교리는 가톨릭교회의 공식 교리서인 「가톨릭 교회 교리서」 제3편 ‘그리스도인의 삶’(지킬 교리)에서 다뤄지고 있는 중요한 교회의 가르침이다. 어떤 특별한 이들을 위한 교리가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들을 위한 교리라는 말이다. 따라서 사회교리를 따르지 않겠다는 말은 그리스도인이길 포기하겠다는 뜻에 다름 아니다.

이러함에도 “사회교리와 우리는 상관없다”며 한사코 손사래를 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 또한 현실이다. 이 때문에 오히려 사회교리를 열심히 실천하는 형제들이 ‘종북’으로 매도당하는 비그리스도적인 일마저 벌어지기도 한다.

사회교리는 역대 교황의 문헌과 회칙, 교서, 권고 등에 담긴 사회문제에 대한 교회의 공식 가르침이다. 우리는 이 가르침을 통해 정치와 경제·노동·평화·환경·생명·인권 등 인간사의 다양한 영역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복음적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갖게 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회교리에 따르면 정치란 가장 높은 형태의 자선”이라고 밝혔다. 교황은 나아가 “능력껏 정치에 참여함으로써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한다. 내 친구 지인들의 관점에 따르자면, 한국에서는 교황마저 종북몰이의 대상이 될지 모를 일이다.

교회는 종종 ‘세상이라는 바다를 항해하는 배’에 비유된다. 거친 바다를 헤쳐 나가는 데 있어 나침반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사회교리는 나침반처럼, 복잡다단한 세상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합당하게 살아갈 방향과 지침을 제시해 준다. 나아가 세상을 하느님께로 인도하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사회교리를 배척하고 모르쇠 하는 것은 반쪽뿐인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그리고 그것을 신앙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서상덕 취재2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