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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 그러나… / 장병일 편집국장

장병일 편집국장
입력일 2014-12-02 수정일 2014-12-02 발행일 2014-12-07 제 2922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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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실수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 실수 한 번 정도는 ‘너그럽게 봐주자’란 의미다. 물론 실수할 수 있다. 실수하며 살아가는게 인간의 삶이라지만 때로는 한 번의 실수가 큰 어려움에 빠지게 한다.

스피드스케이팅의 거목 이상화 선수. 2014-201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스피드스케이팅 2차 서울대회 여자 500m 경기에 출전한 그는 준우승에 만족해야만 했다. 기록은 38초05. 일본선수보다 0.13초 뒤진 기록이다. 그전까지 10회 연속 우승. 11회 우승 실패 원인은 첫 코너에서 왼발이 살짝 미끄러지는 작은 실수 때문이었다.

타이타닉호 침몰. 에드워드 스미스 선장이 일곱차례에 걸친 ‘빙산주의’ 경고에 단 한번이라도 주의를 기울였다면 참사는 없었을 것이다. 세월호도 그렇다.

‘나에게 불가능은 없다’던 나폴레옹. 그도 ‘러시아 원정’이라는 실수를 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비참하게 몰락하진 않았을 것이다. 한가지 더, 미 국무장관 애치슨은 1950년 미국보호를 받는 나라를 언급하며 남한을 빠트리는 실수를 저질렀다. 착각한 스탈린과 김일성은 6월 25일 남침을 강행했다. 이렇게 우리 민족 최대 아픔인 한국전쟁은 미 국무장관의 작은 말 실수에서 비롯된 것이다.

예에서 보듯, 우리의 일상 가운데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들이 존재한다. 신앙도 마찬가지다.

구약시대 선지자며 ‘땅 위에 사는 사람 가운데 가장 겸손한 사람’이라던 모세. 이집트에서 종살이 하던 이스라엘백성들을 가나안 땅으로 이끈 그였지만, 결과는?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땅에 들어가지 못하고 멀리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던 그의 마음을 어떻게 헤아릴까. 아흔아홉번 순명했지만 한번의 실수. 그 누구보다도 하느님께 충실했던 모세였지만, 므리바 샘터에서 하느님 비위를 거스른 한 번의 잘못으로 인해 크나 큰 아픔을 겪게 된다.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바위에서 ‘물이 터져 나오라’고 말을 하라했지, 바위를 두 번이나 내리치라고 하진 않았는데. 백성들 요구에 무척 화가 난 모세의 실수다. 평생 기다려 왔던 꿈이 산산조각났다. 참으로 안타깝고 큰 비극이 발생했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 성경 학자들간 약간의 해석 차이는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모세가 하느님 지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 행동이 중요하다. 실수를 뉘우치고 개선하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자기로 인해 고통받은 이에게 먼저 사과를 하고 용서를 청해야 한다. 야훼 하느님께서는 이런 우리의 모습을 더욱 사랑하신다.

대림시기다. 우리는 겸손하지 못해 하느님 마음을 아프게 한 적은 없는지, 인간적인 욕심으로 하느님 영광을 가리지는 않았는지, 내 자신의 이익과 목적을 위해 하느님을 이용하지는 않았는지, 하느님의 관용과 자비에만 기대는 멍청한 신앙을 갖고 있는 건 아닌지 곰곰이 성찰해 볼 때다.

우리의 잘못을 용서해 주시는 하느님의 사랑에 감사드리며 그분을 경외하는 길에서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할 때 하느님은 축복을 내려 주신다.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님이신 너희 하느님을 사랑하라’(마태오 22,37)는 말씀을 잊지 말자.

다시 오시는 주님을 기쁘게 맞이하기 위해 우리 자신을 새롭게 하는 은총을 청하도록 하자.

장병일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