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천주가사 하느님을 노래하다] (6) 삼세대의

강영애 교수(데레사·한양대),
입력일 2014-12-02 수정일 2014-12-02 발행일 2014-12-07 제 2922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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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심 북돋우기 위해 기도모임 하며 불러

1830년대 민극가 성인에 의해 제작
삼세는 천당 지옥 현세(십계) 의미
가사(정악) 같은 평조·계면조 창법 특징
‘전능하신 하느님’ ‘신자의 본분’ 등 주 내용
악보 ‘삼세대의’.
‘삼세대의’는 1830년대 민극가 성인에 의해 만들어진 천주가사이다(강영애, 2011). 삼세란 천당, 지옥, 현세(십계)를 의미하며, 신구약성경의 내용에 따라 묵상할 수 있게 엮은 노래이다. 4.4조 4음보 271구(차기진설) 혹은 287구(김형숙설)의 긴 사설을 지닌 장형가사이다. 구성은 서사(1구~12구), 본사(13구~261구), 결사(262구~287구)로 이루어진다. 서사는 죽음 앞에 선 인간의 무력한 모습과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을 노래하였고, 본사는 창세기와 예수그리스도의 구원사 등 신구약 성경내용이며, 결사는 신자로서의 본분에 대한 권고내용이다.

지금까지 발굴된 ‘삼세대의’의 가사집은 「시복자료본」, 「김동욱본」, 「김약슬본」, 「김문규본」, 「한국교회사연구본 삼세대의1」, 「한국교회사연구본 삼세대의2」, 「홍방지거 가첩」, 「구산최씨본 가첩」, 「김지완본」, 「김후영본」, 「호남 삼세대의본」, 「김보록본」, 「배티 김팰릭스」 등 13종이다. 이렇게 많은 이본이 전하는 것은 그만큼 많은 신자들에게 향수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저작자 민극가(1787~1840, 스테파노) 성인은 한국 천주교 103위성인 중 한 분이다. 인천의 양반가문에서 태어나 성년이 된 후에 입교하였지만,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여 깊은 교리지식으로 교우들을 가르쳤다. 자선사업과 외교인들을 위한 전교활동으로 인천, 수원, 부평 등을 순회하였고, 1836년 전교회장으로 임명되었으며, 1840년 53세의 나이에 교수형을 받으셨다.

가창자는 이수례, 조중환, 박기석이다. 이수례는 충청남도 보령에서 출생한 후 경기도 용인에서 성장하였고, 출가한 후에는 수원에서 거주했다. 어린 시절 미리내성지에서 사제에게 천주가사를 배웠다고 했다. 조중환은 충청남도 서산의 독실한 구교집안에서 태어났음을 앞의 ‘천주공경가’에서 밝힌 바 있다. 박기석은 1930년대에 경기도 성남에서 태어나 30대에 천주교 신자가 되었다. 몇 번 들은 천주가사가 좋아서 책을 보며 곡조를 창작한 후, 1980년대 20여 곡을 녹음하여 천주가사 전문가들에게 배포한 바 있다.

앞부분의 가사와 이수례 가창의 악보는 다음과 같다.

남녀교우 형님네야 이내말씀 들어보소 / 역여같은 이세상에 초로같이 스러지네

죽음에는 노소없고 죽는기한 모르나니 / 보배같은 이세상을 어찌하여 허송하나

만물중에 으뜸되어 알본분이 없단말가 / 하늘내어 덮으시고 땅을내어 실으시며

일월내어 조림하고 만물내어 양육하니 / 어찌하여 주재없고 우리상벌 없을소냐

투미할사 사람이여 아득히도 모르도다 / 무시무종 천주께서 무형무상 순신으로

전능전지 연선이오 고상고시 하옵시니 / 무삼일을 못하시며 무삼권이 없을소냐

…(후략)…

‘삼세대의’를 지은 민극가 성인.(탁희성 작)

이수례 가창

이수례 가창의 ‘삼세대의’는 구성음이 솔 라 도 레 미의 5음이다. 선율의 특징은 대부분 순차 하행(도-라-솔, 미-레-도)이며, 종지음은 솔과 도 이다. 주요 리듬은 ♪♪♪♩. 이지만, 매구마다 가창자의 호흡에 차이가 나는 것은 절충하여 쉼표로 표기하였다. 선율형태는 크게 4가지 선율로 구별된다. A형태는 라-솔의 하행선율과 변화형(A+), B형태는 미-(레)-도-라-솔의 하행선율과 변화형(B+), C형태는 도-라-솔의 하행선율과 변화형(C+), D형태는 도음으로만 낭송되는 선율과 변화형(D+)으로 구별된다.

조중환 가창

조중환 가창의 ‘삼세대의’는 솔 라 도 레 미의 5음으로 구성되었다. 선율의 특징은 앞의 노래와 같이 하행을 하지만, 중간 중간에 3도, 4도의 도약진행과 3도 상행종지형태가 나타난다. 주요 리듬은 ♪♩♪♩으로 연도의 리듬과 일치하며 반복되는 선율은 시김새로 변화를 준다. 선율형태는 두 마디를 한 단위로 하여 2가지 선율로 구별되는데, A형태는 미-레-도-라-솔의 순차 하행선율과 변화형(A+), B형태는 미-솔-레-도-레-미-솔-레-라-도의 상행종지선율과 변화형(B+)이다.

박기석 가창

박기석 가창의 ‘삼세대의’는 라 도 레 미 솔의 5음으로 구성되었다. 선율은 앞의 노래들과 같이 하행선율이 두드러진다. 주요 리듬은 ♪♪♪♩. 과 ♪♪♩♩♪♪♪♩. 이다. 선율형태는 앞의 곡처럼 2가지 선율로 구별되는데, A형태는 라-솔-미-레-도-라의 하행선율이고, B형태는 라-레-미-레-솔-미-레-도의 선율이다. 박기석은 한 소절 단위로 A형태와 B형태를 교대로 반복한다. 반복되는 선율은 리듬으로 변화를 주어 이수례창에서 보이던 리듬뿐만 아니라 다양한 리듬형을 보인다. 이러한 리듬은 가사의 낭송방법이나 위의 두 가창자와는 변별되는 특성이다.

지금까지 살펴 본 ‘삼세대의’는 1830년대의 작품이며, 저작자는 민극가 성인이다. 신앙심을 북돋기 위해 신자들이 기도모임을 하면서 부르던 노래이다. 가창방법에서는 가사(정악)와 같은 평조와 계면조 특징이 나타난다. 즉, 경기도의 이수례와 충청도의 조중환은 평조, 경기도의 박기석은 계면조로 부른다. 세 가창자는 음역과 구성음이 유사하며, 전통적인 음조직을 유지하지만, 리듬과 선율진행에서는 가창자별로 차이를 보인다.

>>> 음원은 가톨릭신문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조중환 가창

♬ 박기석 가창

강영애 교수는 음악인류학 박사로, 한양대와 교회음악대학원 강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대전교구, 마산교구 가톨릭상장례봉사자교육 전문강사로도 활동중이다.

강영애 교수(데레사·한양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