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1965년 반포한 ‘수도 생활의 쇄신 적응에 관한 교령’과 봉헌생활의 해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4-11-25 수정일 2014-11-25 발행일 2014-11-30 제 2921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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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의회 이후 50년간 수도회에 쇄신 원칙 제시
올해 말부터 2016년 초까지 1년 조금 넘게 이어지는 ‘봉헌생활의 해’는 특별히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발표한 수도자와 수도 생활에 대한 교령 ‘수도 생활의 쇄신 적응에 관한 교령’ 반포 50주년에 즈음해 기념된다. 공의회 정신, 즉 ‘쇄신과 적응’을 봉헌생활의 영역에서 구현하기 위한 지침을 담은 이 교령은 비록 구체적인 방안과 실천들은 각 수도회에 맡기고 있으나 중요한 일반적 원칙들을 담고 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개최 후 설립된 10개 위원회 중 하나인 ‘수도자위원회’는 1962년 10월부터 1965년 10월까지 매년 2개월간 4차 회기에 걸쳐 회의를 가졌다. 1965년 10월 28일 교황 바오로 6세가 참석한 가운데 상정된 수도자 의안은 표결을 거쳐 통과된 뒤 교황의 재가를 받아 교령으로 공포됐다.

교령에 담긴 주요 주제와 개념들은 쇄신 적응의 원칙과 실제적인 기준, 권한, 그리고 수도생활의 공통 요소, 영성 생활의 우위성, 수도회의 형태, 복음삼덕, 공동 생활, 수도자의 양성 등이다. 그 중에서도 쇄신과 적응의 원칙과 기준 등에 대한 원칙은 공의회 이후 지금까지 50년 동안 중요한 수도회 쇄신의 원칙으로 각 지역의 수도회들의 쇄신 기준이 되어왔다.

‘쇄신 적응’이라는 표현은 “쇄신은 필연적으로 적응으로 연결되고 완성된다”는 의미이다. 먼저 ‘쇄신’은 “수도생활의 원천으로 되돌아가 그 부르심에 충실함으로써 수도 생활을 새롭게 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항상 때와 장소에서 실현되어야 하는 수도 생활의 원천으로 되돌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시대와 장소에 ‘적응’해야 한다. 결국 참된 쇄신은 올바른 적응으로서만 가능하며, 이는 시대적 징표, 시대의 요청에 대한 예민성을 간직할 것을 요청한다.

교령은 여기에서 2개의 원천으로 되돌아갈 것을 권고한다.

첫째는, 그리스도교적 생활의 여러 원천들, 즉, 예수 그리스도, 성경, 전례, 교회의 가르침 등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수도자는 예수 그리스도에게로 끊임없이 되돌아갈 줄 알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원천은 복음서에 제시된 그리스도이며, 복음서는 모든 수도회의 최고의 회헌이다.

둘째, 수도회 창립자의 정신, 수도회의 고유한 카리스마와 건전한 전통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이러한 원천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단지 과거로 돌아가거나 무조건적으로 전통과 규율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대와 장소에 따라 의미를 상실한 전통과 규율을 폐지하고 의미 있는 그것들을 살려내는 것이다. 적응의 대상은 생활, 기도, 활동의 양식이다. 교령은 공의회 이전까지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고, 시대의 변화를 무시하며, 초월주의적으로 살았던 자세를 벗어나 세상과 사회를 긍정하고 관심을 가짐으로써 적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령은 또한 적응의 기준을 첫째, ‘사도직의 필요성’ 둘째,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상태 및 요구로 꼽는다. 따라서 수도회는 창립자의 정신과 카리스마를 따라 고유한 사도직을 실행하되, 수도회가 사는 시간과 장소의 조건에 부응하고 적응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교령이 변함없이 가르치는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영성생활의 우위성’이다. 수도자는 무엇보다도 먼저 영성을 연마해야 한다고 교령은 강조한다. 공의회는 특히 두 가지 차원, 즉 ‘사랑으로 인한 영성 생활’과 ‘사랑으로 인한 복음적 권고의 실천’을 강조한다. 수도자는 하느님 사랑과 인간 사랑이 하나이며, 하느님 안에서 인간을, 인간 안에서 하느님을 사랑한 그리스도의 사랑을 수도자는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기도하는 삶이 있다.

교령은 “모든 수도자는 교회의 풍요로운 생명을 표현하는 사람들”이며 “그리스도를 보고 싶은 사람에게 그분을 보여 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말로 끝맺는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