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김인호 신부의 건강한 그리스도인 되기] 술을 잘 조절하지 못합니다 (하)

김인호 신부 (대전가톨릭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 교수)
입력일 2014-11-11 수정일 2014-11-11 발행일 2014-11-16 제 2919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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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요 : 술을 잘 조절하지 못합니다

지난 호 내용에 이어집니다. 술 문제로 고민하는 50대 초반 남성, 알코올 중독 여부에 대해 걱정하고 좀처럼 조절하지 못하는 자신의 현 상황에 대해 불안을 느끼고 있는데요….

이렇게 해보세요 : 정확한 진단이 우선인 듯합니다

사목을 하는 가운데 종종 알코올 의존과 관련되어 본인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힘들어하는 가족들을 간혹 보게 됩니다. 좀처럼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알코올과 관련된 문제를 지니고 있는 당사자 역시 문제가 일어났을 때에는 일시적으로 상담이나 치료에 임하겠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임시방편일 뿐 시간이 흐르면서 다시 본래의 상태로 돌아가기를 반복함으로써 가족들을 지치게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신앙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굳게 믿으면서 전문적인 도움을 거부하기도 합니다. 사실 형제님의 경우처럼 본인 스스로가 도움을 청하는 경우는 참으로 드문 경우이고 이는 치료에 있어서 아주 좋은 예측을 하게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아는 것보다 알코올 의존에서 벗어나는 것은 참으로 힘겨운 여정입니다.

알코올 의존은 하나의 정신질환과 연결되기에 단순히 의지적인 차원이나 신앙의 차원, 그리고 자신의 문제를 아는 차원에 의해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상대적으로 알코올 의존이 심하지 않고 자신 스스로가 극복하려는 의지가 있고 가족들과 주변 동료들이 열심히 도와줄 때 치료의 효과는 더 클 수 있는 것이지만 일단은 전문적이고 종합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요즘 많은 정신과 병원들이 알코올 의존 환자 치료센터들을 마련해서 올바른 진단과 약물치료 그리고 상담과 여러 서비스들을 병행함으로써 양질의 치료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양질의 치료라 할지라도 알코올 의존이 한번 생기면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돈, 에너지를 할애해야 합니다. 그 뿐만 아니라 생활습관이 바뀌지 않을 경우에 재발할 확률도 상당히 많은 것이 알코올 의존 치료입니다. 또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기회를 줄이고 금단 현상을 잘 돕기 위해서 대부분 입원치료를 하게 되는 치료과정 때문에 형제님과 같이 심하지 않다고 여기는 분들은 문제가 있더라도 그대로 방치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제가 보기에 형제님께서 지금 즉시 전문적인 치료 단계로 들어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형제님의 현재 상태가 정확히 어떤지를 알아보기 위한 진단은 반드시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정확한 진단이 내려져야 어떤 부분에 원인이 있고 이를 위해 어떤 치료가 필요할 수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 보시면 주변에 있는 전문 병원이나 상담소를 알 수 있습니다. 특별히 교회 안에서도 수도원에서 운영하는 전문 병원과 상담소 및 알코올 사목센터도 있으니 참고 하실 수 있겠습니다.

형제님, 술에 대한 자제력을 자주 잃으셨다면 우선 술을 조절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술 마시고 있었던 일들을 덮으려는 습관보다는 그것이 지금까지 내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명하게 바라보는 차원도 필요합니다. 아울러 자신이 술을 통해 해소하려는 것이 진정으로 무엇인지를 찾고 주변 분들에게 솔직하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술자리를 피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하느님께서 주시는 행복한 삶에 대한 희망을 품게 하는 신앙생활은 이러한 노력들을 더욱 값지고 효과 있는 것으로 만들어 줄 것임을 믿습니다.

※ 문의 : 이메일 info@catimes.kr로 김인호 신부님과 상담하실 수 있습니다.

김인호 신부 (대전가톨릭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