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이세상 책세상] (17) 습관이 인격

김용은 수녀
입력일 2014-11-04 수정일 2014-11-04 발행일 2014-11-09 제 2918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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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바꾸는 작은 습관 ‘책읽기’ 
독서에 익숙해지는 과정 필요
잠시라도 집중하는 연습부터 시작 
읽고 배우는 것 외에 인내도 훈련
“10년 이상의 감옥 생활을 버티게 하는 힘이 독서하는 습관”이라고 한 어느 칼럼니스트의 말이 생각난다. 좋은 습관만이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시켜준다. 습관이란 일상의 풍경이며 동시에 인격이다. 신경학적으로도 매일 어떤 생각을 반복적으로 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격이 결정된다고 한다. 책읽기는 지식을 얻어낼 뿐 아니라 책 읽는 행위를 통해 인내하며 견디는 지고의 수련이다. 깊이 읽을수록 더 깊이 생각하고 깊이 생각한 그만큼 인격으로 드러난다.

요즘 청소년은 물론이고 대학생이나 어른들도 책 읽는 습관을 지닌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 대학생들의 토론만 들어도 얼마나 책을 읽지 않는지 알 수 있다. 게다가 멋쩍고 부끄러워 자신없어하는 태도, 산고의 고통만큼 힘들어 하는 글쓰기, 연체동물처럼 흐느적거리며 쓰러질 듯 앉아있는 자세, 눈빛도 태도도 의욕이 좀처럼 보이지 않아 가끔은 영혼없는 좀비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상으로 문구류나 생활필수품을 주면 ‘와!’하고 함성을 지르지만 그보다 훨씬 비싼 ‘책’을 주면 ‘에~’하고 실망한다. 이들에게 책은 단지 스트레스와 중압감을 가져다주는 반갑지 않은 ‘교과서’와 다름없는 것 같다. 그러니 다시 책과의 관계를 회복해야한다.

책읽기가 즐거워 습관이 되기도 하지만 습관을 길들이면 즐거운 법이다. 습관이 되기 위해서는 집중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조금 익숙해지면 어느 순간 깊어진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사색할 능력이 없는 사람은 스트레스나 신경증에 취약하다고 하지 않는가? 내면의 실재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마음의 고요함이 교란에 빠지기 때문이다. 반면에 깊이 읽고 깊이 생각하다보면 육체적인 쾌락과 견줄 수 없는 거대한 지적 쾌감으로 벅찬 기쁨과 환희를 느끼게 된다.

하버드대 비즈니스 논문을 보면 ‘네트워크 중독’에 빠진 현대인들이 3분마다 무언가에 의해 방해를 받는다고 한다. 이는 마리화나를 피우는 것보다 지능에 더 악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그러니 우선 잘못된 습관부터 버리자. 언제? 바로 지금. 아이건 어른이건 빠를수록 좋다. 생각없이 스마트폰 만지작거리는 습관, 집에만 들어서면 컴퓨터나 텔레비전 켜는 습관, 잠시의 여백도 즐기지 못하고 가십에 빠지는 습관, 10분 이상 책이나 강의에 몰입하지 못하고 오만가지 망상에 빠지는 습관, 외로워서 못살겠다며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습관 등에서 과감하게 벗어나자.

책을 펴자. 어떤 책이라도. 우물쭈물 할 시간이 없다. 지금까지도 문제없이 살아왔다고? 아니다. 지금부터가 문제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습관을 들이자. 어느 시기이건 책을 읽어야 한다. 책은 평생 해야 할 수련이다. 눈이 보이지 않고 침침해질 때까지 읽자. 백발의 노인도 책을 읽는다. 아름답지 않은가? 그럼 나이 들어 할 일 없을 때 읽겠다고? 젊었을 때 하지 않은 것을 나이 들어 할 수 있을까? 체력을 키우기 위해 운동을 하듯, 정신과 뇌력을 키우기 위해 책을 읽자. 책 읽기는 순간의 만족을 느끼게 하는 디지털문화에서 뇌를 살리기 위한 최후의 보루이다.

우선 주머니를 털어 동네 서점에 가서 책 한 권 사는 습관부터 기르면 어떨까?

김용은 제오르지아 수녀(살레시오수녀회)는 미국 뉴욕대(NYU) 대학원에서 미디어생태학(Media Ecology)을 전공하고, 버클리 신학대학원(GTU Graduate Theological Union)의 살레시오영성센터(ISS)에서 살레시오 영성을 수학했다. 현재 부산 ‘살레시오 영성의 집’ 관장을 맡고 있다.

김용은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