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김인호 신부의 건강한 그리스도인 되기] 술을 잘 조절하지 못합니다 (상)

김인호 신부 (대전가톨릭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 교수)
입력일 2014-11-04 수정일 2014-11-04 발행일 2014-11-09 제 2918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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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요 : 술을 잘 조절하지 못합니다 (상)

저는 50대 초반의 남성으로 술로 인한 어려움이 있습니다. 알코올 중독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 한번 술을 마시면 통제력이 많이 떨어져서 폭음을 하면서 다른 사람과 다투거나 무례를 범하는 등 실수를 하게 됩니다. 평상시에는 말도 없고 조용한 편인데 술을 마시면 자꾸 다른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 직장 일에 특별히 문제가 있거나 가정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아내와 자녀들에게서 걱정하는 소리도 자주 듣게 되고 실수도 조금씩 하다 보니 불안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신부님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렇게 해보세요 : 자신이 지닌 문제, 회피말고 바르게 대면하세요

어릴 때 ‘두 얼굴의 사나이’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참 재미있게 보던 영화인데 가끔씩은 그 영화의 주인공을 우리 주변에서 자주 보게 됩니다. 가정이나 직장, 그리고 성당에서 반듯하게 생활하시던 분이 술만 마시면 종전과는 아주 다른 사람, 곧 ‘두 얼굴의 사나이’가 되기 때문입니다. 성경에 의하면 술은 하느님께서 주신 큰 축복 가운데 하나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그것을 잘 사용하지 못함으로써 많은 이들에게 축복이 아니라 본인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도 재앙이 되기도 합니다. 하느님께 시선을 두지 못하도록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형제님, 알코올 중독은 단순히 술 마시는 양을 기준으로 진단하는 것이 아닙니다. 양이 적더라도 지속적으로 마시면서 그 의존성이 깊어질 때도 중독으로 판단됩니다. 일반적으로 알코올 중독을 판단하는 기준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술에 대한 자제력 유무, 음주로 인한 영향결핍이나 간기능의 문제, 기억력 상실과 같은 신체적인 문제 유무, 또는 주폭, 직업상실, 음주운전 등과 같은 사회적, 가족적, 직업적인 활동의 문제 유무 등. 많은 음주자들 가운데는 여러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술에 대한 조절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술로 인해서 어려움에 있는 사목자나 신자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신앙선조들은 특별히 예수님의 제자된 이들이 “술취함을 삼가야 하고 절제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가르쳤습니다. 왜냐하면 술로 인해서 신앙인들이 다른 수많은 죄들에 저항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본당 사목을 하다보면 술자리에서의 실수 하나로 냉담을 할 수 밖에 없는 경우도 많고 신앙은 언제나 뒷전인 채 술자리 신앙에 머무르는 경우도 많이 보게 됩니다. 이는 신자들만이 아니라 사목자들 역시 한 번의 술 실수로 인해 자신들이 전하는 복음의 메시지를 진정성 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은 물론, 사제직 자체가 흔들리는 경우까지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술에 중독되는 원인은 사회 문화적 원인과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고 유전적이고 환경적인 영향 또한 큽니다. 심리적인 차원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는데 요약하면 다음의 네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우선 술은 다른 섭식장애에서 나타나듯 내적인 공허함과 연결됩니다. 이러한 공허함을 일시적인 쾌락을 통해 잊게 되는 것입니다. 둘째 술은 하나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지나치다 보면 그 탈출구가 오히려 파멸의 입구가 되기도 합니다. 셋째로 술은 두려움을 약화시켜줍니다. 그래서 평상시에 소심하거나 자기표현을 잘 못하는 사람들이 술을 통해 그 두려움을 벗어나려고 하기도 합니다. 넷째로 술은 잠시 현실을 잊고 다른 인생을 맛보게 해줍니다. 어린이들에게 만화 속 세상이 있다면 어른들은 술을 통해 ‘환상의 세계’를 일시적이고 아주 손쉽게 만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환상에서 깨어난 뒤 치러야 하는 대가는 아주 클 수 있습니다. 많은 경우 알코올에 의존하는 사람들에게는 단순히 술을 마시는 것 이면에 많은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깔려 있습니다. 그래서 알코올에 의존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지닌 여러 문제들을 올바르게 대면하고 극복하려는 시도보다는 그것을 회피하게 함으로써 자기 문제를 극복하는데 있어서 능력을 상실하게 합니다.

※ 문의 : 이메일 info@catimes.kr로 김인호 신부님과 상담하실 수 있습니다.

김인호 신부 (대전가톨릭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