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천주가사 하느님을 노래하다] (4) 천주가사 ‘천당노래’

강영애 교수(데레사·한양대)
입력일 2014-11-04 수정일 2014-11-04 발행일 2014-11-09 제 2918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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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실둥실 걷는 걸음 천당문을 열고 본다”
전라도 ‘베틀노래’서 채보, 작자 미상
다블뤼 주교 번역한 ‘천당직로’ 참고한 듯
천당에 가기 위한 희망 염원 담겨져
‘천당직로’를 번역한 다블뤼 주교
천주가사에 대한 연구는 단행본, 학위논문, 학술지 논문 등 270여 편에 이를 정도로 많이 있다. 대부분의 연구는 문학 면에 치중되었으며, 음악 관련 연구는 10여 편에 불과하다. 음악관련 연구가 적은 이유는 천주가사의 가락을 기억하고 있는 연령층이 거의 사라져 채보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채보된 노래조차 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천주가사에 관한 음악적인 연구는 오숙영(1971)을 시작으로 홍민자(1982), 최필선(1989, 1992), 조선우(1995), 전정임(2001), 최현영(2003), 김수정(2005), 지아임(2010), 그리고 필자(1999, 2005, 2011, 2012)에 의해 이루어졌다.

연구 자료들이 세상에 알려지기 위해서는 대중매체의 힘이 절실히 필요한데, 가톨릭신문이 바로 그러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가톨릭신문은 1980년대부터 천주가사에 대한 기사를 20여 회 이상 보도한 바 있으며, 교회관련서적 출판 보급은 물론 문화 학술사업까지 전개하는 훌륭한 미디어이다. 1920년대 창간된 이래 교회의 발전과 민족복음화를 위한 성실한 임무수행과, 1년 동안 <천주가사, 하느님을 노래하다>의 연재를 기획한 의도에 감사드린다.

천주가사는 악보없이 구전 전승되는 노래이기 때문에 지역, 가창자, 연구자별로 차별화된다. 예를 들면 3명의 가창자가 부른 <사향가>의 음악적인 특징이 서로 다르며, <십자풀이가>를 부른 9명의 버전도 모두 다르다. 한사람이 그 노래를 만들었을지라도 전승되는 과정에서 개개인의 취향과 환경, 또는 해석에 따라 달라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제부터는 음악적으로 연구된 천주가사 23종을 한 곡씩 차례대로 살펴볼 것이다. 그 순서는 <천당노래>, <천주공경가>, <삼세대의>, <사향가>, <이신부이별가>, <사랑가>, <문답권학가>, <통회사>, <사말추론가>, <소경자탄가>, <성탄가>, <폐헌가>, <성모매괴>, <문베드로 자탄가>, <경세가>, <사말의 노래>, <주일가>, <신덕가>, <복자현양가>, <이별가>, <자탄가>, <진복팔단>, <십자풀이가> 이다. 긴 곡, 짧은 곡의 구분 없이 편의상 악보는 2단, 가사는 20구 이내로 제시할 것이다. 악보가 두 단일지라도 그 곡의 특성을 파악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홍민자 채보의 <천당노래>는 전라도에서 채집된 베틀노래이다. 부녀자들이 길쌈을 하면서 자주 부르던 이 노래는 신앙과 생활의 일치 속에 깊숙이 토착화된 참회와 묵상의 곡이다. <천당노래>는 1973년 전라도 정읍군에서 가창자 고판례가 부른 노래를 김진소 신부가 채록하고, 홍민자가 채보·연구한 것이다.

저자는 본문에서 「천당직로」의 ‘천당길이라’는 항목을 노래한 것으로 밝혔다. 그러므로 <천당노래>는 ‘천당직로’를 참고하여 천당에 가기 위한 염원과 희망을 노래한 작가미상의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천당직로」는 선교사인 모예(J.M.Moye, 1730∼1793) 신부에 의해 프랑스어로 저술되었던 ‘은총론(1776)’이 ‘천당직로(天堂直路)’(1780)라는 한문으로 번역 된 후, 다블뤼(M. N. Antoine Daveluy, 安敦伊) 주교에 의해 한글로 번역된(1864) 책이다. 최근(2006)에는 수원교회사연구소 정종득 신부에 의해 역주된 「천당직로」도 있다.

한글로 번역한 다블뤼(Daveluy, 1818~1866)는 조선 천주교의 교구장을 지낸 프랑스 신부이다. 1856년 충청도 제천의 배론에 한국 최초의 신학교를 세웠으며, 병인박해 때 베르뇌 주교가 참수되자 그 후임으로 제5대 조선교구장이 되었다. 베르뇌 주교가 참수된 지 3일 후에 체포되었고, 20일 후에는 그도 참수되었다. 다블뤼 주교는 「신명초행」 「회죄직지」 「영세대의」 「성찰기략」을 썼으며, 「성교요리문답」 「천주성교예규」 「천당직로」를 한글로 번역하였다.

정종득 신부는 천당직로에 대해 “천 번 읽으면 천당에 갈 수 있는 책”, “그만큼 이 책은 우리가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삶으로 이끌고 있습니다”라고 하였다.(가톨릭신문 제2522호, 2006.10.29.)

“짜사이다 짜사이다 비단공단 짜사이다 / 성덕으로 틀을놓고 애덕으로 침노내며

거룩하올 데레살레 유덕하올 누시알래 / 성녀밭에 나아서고 국화밭에 마련하면

성모님은 가세를 틀고앉아 각색옷을 마련하매 / 희고도 곤비단은 동정자나 주사일래

붉고서도 곤비단은 치명자(致命者, 순교자(殉敎者)를 뜻하는 말)나 주사일래 / 푸르고도 곤비단은 수절자나 주사일래

주고주고 다주고보니 소경하나 남았고나 / 넘어질라 넘어질라 소경으로 넘어질라

어플거플 걷는걸음 지옥문을 열고보니 / 애처롭게 쇠방망치들고 웅크리고 찡그리니

둥실둥실 걷는걸음 천당문을 열고본다 / 성인성녀 반겨하며 오주예수 심근나무

12종도 물을주어 주교탁덕(鐸德, 덕을 행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사람으로 신부) 열매로다”

「천당직로」는 선교사 모예 신부에 의해 프랑스어로 저술, 한문으로 번역된 후 다블뤼 주교에 의해 한글로 번역됐다.

천당노래

<천당노래>는 15구의 가사를 읊조리듯이 부르는 12/8박자 30마디의 노래이다.

4·4조의 규칙적인 율격은 5구에서 4·7조로 크게 벗어난 후 부분적으로 불규칙적인 율격을 보인다. 주요리듬은 따따따따-안(♪♪♪♩.)으로, 4글자(짜사이다) 중 끝글자(다)를 길게 끄는 형태이다.

미 솔 라 도의 4음으로 된 단순한 가락은 라음으로 읊조리고, 도나 솔음으로 변화를 주며, 미음으로 종지된다. 선율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A형과 B형이 있다.

A형은 라-도-라-미의 기본 선율형(20회)과 변화형(A+)이 있으며, B형은 라-도-라-솔(2회)의 기본 선율형이 있다.

강영애 교수는 음악인류학 박사로, 한양대와 교회음악대학원 강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대전교구, 마산교구 가톨릭상장례봉사자교육 전문강사로도 활동중이다.

강영애 교수(데레사·한양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