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김인호 신부의 건강한 그리스도인 되기] 술꾼 남편 때문에 지칩니다 (하)

입력일 2014-10-21 수정일 2014-10-21 발행일 2014-10-26 제 2916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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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당사자보다 주변 사람 역할이 중요합니다
궁금해요

지난 호에서 이어집니다. 남편의 반복된 음주로 인해서 오랜 시간 힘들어 했던 부인이 남편이 변하지 않는 것에 많이 지치고 힘들어 한다. 과연 이런 남편이 변하기를 더 기다려야 하는가?

이렇게 해보세요

제가 보기에 술 문제에 있어서 변하지 않는 남편에게 수없이 많이 참아주고 때로는 잔소리하고 싸우기도 하면서 지내신 자매님이 지치는 까닭은 늘 한결같은 ‘제자리 걸음’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제자리 걸음’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도 늘 ‘제자리’는 아니신지요? 상담을 하다보면 실제로 어려움을 지닌 사람보다 그 주변에 계신 분들을 훨씬 더 많이 만나게 됩니다. 그래서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보다 그것 때문에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더 많은 역할을 요구하게 됩니다. 참으로 역설적인 일이지만 그것은 매우 효과 있고 의미 있는 일입니다. 어느 성공회 주교님의 묘비에 이런 글이 적혀 있답니다. “어릴 때에는 세상을 바꾸려 했지, 허나 잘 되지 않더군 그래서 우리나라를 바꾸려했다네,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 지역이라도, 우리 가족이라도 바꾸려 했으나 안 되더군. 늦게서야 이런 생각이 들더군. 내가 먼저 변했다면 어떠했을까? 혹시 아는가 나로 인해 가족이 변하고, 가족으로 인해 지역이 변하고, 세상이 변했을지….”

평행선은 한결같은 한쪽의 선만이 문제가 아니라 다른 한쪽 역시 한결같기 때문입니다. 남편의 말이나 행동이 30년간 늘 같았다면 자매님의 반응 역시 같았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변화는 반응의 방식을 바꾸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늘 익숙한 방식 말고 새롭게 학습된 방식으로 상대의 행동에 반응하기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때로는 미성숙한 행동에 대한 성숙한 반응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고 반대로 성숙한 행동과 미성숙한 행동에 대한 미성숙한 반응이 파멸의 결과를 가져 올 수도 있습니다. 미성숙한 행동과 이에 대한 미성숙한 반응이 몰고 온 파멸의 실제 사건을 소개합니다.

어느 날 남편이 텔레비전에서 젊은 여자 연예인들을 보면서 “예쁘다”는 감탄사를 연발했습니다. 질투가 난 부인이 “좋은데 어쩌냐, 이제 나이 먹어서?”하고 말을 받았습니다. 이어서 남편은 “아직도 나 좋다는 여자들 많아. 당신 때문에 이렇게 살지!”라고 응답했고 부인 역시 이에 뒤지지 않고 말을 받았습니다. “으이그, 나나 되니까 살아주지!” 이렇게 티격 태격하던 그들은 결국 서로가 얼마나 잘 사는지 보자며 헤어지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들은 몇 주 후에 실제로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자매님, 우리는 어쩌면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만한 성숙한 반응을 잘 배우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주변에서 좋은 반응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배우는 작업도 매우 필요합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 이러한 배움의 근원은 예수님이신 것 같습니다. “원수를 사랑하라”, “오른뺨을 치거든 왼뺨 마저 돌려대라”, “누가 억지로 오 리를 가자고 하거든 십리를 같이 가주어라”고, “속옷을 가지려고 하거든 겉옷까지도 내주어라”, “첫째가 되려거든 꼴찌가 되어라”는 것은 바로 복음에 의한 새로운 반응의 방식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리스도인들에게 회개란, 지금까지 해오던 묵은 반응의 방식, 복음과 일치하지 않는 방식을 바꾸는 것입니다. 늘 회개한다고 하면서 묵은 방식을 사용하는 우리는 여전히 예수님의 길과 평행선을 긋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자매님 변화는 “내가 변화하기 위해서 그동안 사용해온 변화의 방식을 변화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남편 눈에 하늘이 번쩍이고, 잠자다가 정신이 바짝 들 정도의 꿈을 꾸는 일로 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 변화는 자매님에게서만 가능 할 수 있는 것입니다.

※ 문의 : 이메일 info@catimes.kr로 김인호 신부님과 상담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