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254) 성소담당자의 기도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입력일 2014-09-30 수정일 2014-09-30 발행일 2014-10-05 제 2913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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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방식대로
다른 수도회 소속이면서, 평소에 잘 알고 지내는 젊은 수사 신부님이 있습니다. 그 수사 신부님은 성소담당을 맡고 있었습니다. 성격이 좋아서 그런지, 많은 젊은이들이 그 수사 신부님을 통해 예수님을 만나고, 예수님 안에서 자신의 성소를 깊이 고민도 하였습니다. 그 수사신부님이 몇 일 전, 성소자를 만나러 온 김에 내가 있는 수도원에 찾아왔습니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차를 대접하며, 근황을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겉으로는 늘 행복해 보이지만, 본인 스스로는 힘든 시간도 많다는 말을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이야기 하나를 들려주었습니다.

“형, 예전에 부산 지역 성소자를 만나러 간 적이 있었어. 그 날 따라 날씨도 더웠지만, 마음 또한 스트레스가 심해서 기분이 좀 가라앉더라. 사실, 젊은이들을 만나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피곤할 때 사람을 만나면 몸과 마음이 축–처지긴 해. 암튼 성소자를 만난 후 KTX를 타러 부산역에 갔는데, 표를 사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어. 특히 늘씬하고, 예쁜 젊은 아가씨들이 유난히 많더라구! 나는 표를 예매했기에, 기차 타러 바로 갔어지. 그런데 기차 타러 가면서 양 옆으로 짧은 치마를 입고 수다를 떠는 여자들과 함께 걷게 되니, 나도 모르게 ‘아, 서울까지 가면서 저 분들과 자리를 같이 앉아서 가면 좋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 시간이 되어, 기차에 오르려는데, 정말이지, 기도를 하게 되더라! ‘예수님, 정말 저를 사랑하신다면, 제 마음에 꼭 드는 분이랑 함께 자리에 앉아 서울까지 가게 해 주세요.’”

나는 예쁜 마음이 담긴 기도 내용을 들으며, 환히 웃으며 물었습니다.

“마음 약한 우리 수사님, 젊은 아가씨랑 앉을 생각에 마음이 얼마나 쿵쿵거렸을까!”

“형, 실제로 그 날은 그랬다니까! 그 전 날, 성소자를 만나 ‘수도 생활의 즐거움’, ‘정결에 대한 가치’에 대해 이야기는 나누었지만, 정말 내 자신은 그날따라 이성에 대한 유혹에 빠지고 싶더라니까! 암튼 6호차가 내가 타는 칸인데, 잠시 착각해서 7호차에 올라, 다시 6호차 쪽으로 가니 자동문이 열리더라. 순간, 그 아가씨들이 다들 내 자리 주변에 다 앉아 있는 것 같았어. 나는 심호흡을 한 후, 태연하게 내 자리를 찾아갔지. 그리고 내 자리를 발견하는 순간, 그만 가슴이 멈칫하면서, ‘하느님, 감사합니다’를 외쳐 부른 거 있지!”

“왜? 드디어 미모의 자매님이랑 같은 자리에 함께 앉게 된거야?”

“응, 정말 내가 지금까지 본 최고의 미모를 가진 분이 있었어. 곱디고우신 할머니 수녀님 한 분이, 고요히 몸을 숙인 채, 묵주기도를 하며 앉아 계시더라. 그런데 그 모습이!”

“그럼, 할머니 수녀님이랑 서울까지 간 거야?”

“응. 그 날 나는 사복을 입고 있어서, 수녀님은 내가 청년처럼 보였는지, 나를 한번 쳐다보시더니, 다시 기도를 하시더라. 그런데 형, 나는 그 자리에 앉자마자 너무나도 편안하게 잠이 든 거야. 그리고 눈을 떠 보니, 서울역에 도착했는데, 옆 자리에는 아무도 없고! 암튼 하느님은 내 기도를 들어주셨어. 음, 내 마음에 드는 사람이 아니라, 하느님 마음에 드는 분을 바로 내 옆 자리에 앉게 하셨지. 그리고 수녀님 기도에 힘입어 단잠을 푹 자게 되었고!”

하느님은 진정, 당신을 따르는 이들의 기도를 언제나 즐겨 들어주십니다. 그런데 우리 방식이 아니라, 하느님의 방식대로 말입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