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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칭찬’, ‘감사’의 힘 / 이주연 편집부장

이주연 편집부장
입력일 2014-09-24 수정일 2014-09-24 발행일 2014-09-28 제 2912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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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사순 시기를 맞아 참여했던 주말 피정에서의 일이다. 지도를 맡았던 신부님께서 강의 끝에 미션을 안겨 주셨다. “피정 기간 동안 내 인생의 감사할 일 100가지를 적어보라”는 것이었다.

“그것쯤이야”라는 생각으로 펜을 쥐고 노트를 마주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쉬운 일이 아니었다. 수월하게 10가지, 20가지 감사 말을 넘어 서는가 했는데 어느 순간 쓰는 속도가 느려지면서, “또 뭐가 있지? 뭐가 있지?”라는 말만 되뇌어졌다. 그만큼 일상과 주변의 수많은 감사함을 의식하지 못했다는 표시였다. 100가지를 적어가면서 잊고 지냈던 ‘나’의 모습을 마주했다. 그로인해 ‘감사’에 대해 새롭게, 나름의 묵상 시간을 가졌던 기억이 난다.

최근 흥미로운 책을 접했다. 미국의 한 정신치료 전문가가 쓴 내용이었는데 ‘감사하는 마음’이 몸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 자료들을 제시하면서 강조한 것이었다. 주목을 끌었던 부분은 미국의 저명 임상 신경과학자이자 정신과 전문의 다니엘 G. 에이멘(Daniel G. Amen) 박사의 SPECT 방사선 단층 촬영을 통한 인간의 감정과 뇌의 혈액 흐름 사이 연관성 조사다.

에이멘 박사는 연구를 통해 우리의 생각 감정 행동이 뇌 기능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혔다. 특히 ‘감사’, ‘칭찬’ 같은 긍정적 말들이 뇌 기능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SPECT 방사선 단층 촬영을 통해 인간의 감정과 뇌의 혈액 흐름 사이 연관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감사한 기분’을 느낄 때, 뇌의 혈류량이 부정적 생각을 할 때보다 크게 증가한다는 사실을 입체 영상으로 확인시켰다.

특히 소뇌의 혈류량이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고 했다. 적응력과 순발력을 관장하는 대상회 전부와 좌 뇌간 신경질 부분에도 ‘감사’한 느낌을 가졌을 때 혈류량이 늘었다는 것이다. 이곳의 활동이 원활해지면 적응력 증대와 의욕 증가로 신체기관들이 활발하게 상호 협력해 나갈 수 있단다. 긍정적 사고 칭찬 감사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우치게 한 내용이었다.

에이맨 박사의 검사결과가 아니더라도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입니다”(1 테살로니카 5, 16-18)구절처럼, ‘감사’는 신앙인들에게 누구보다 앞서 실천해야할 생활 덕목일 것이다.

‘칭찬’의 말들 역시 모든 일에 감사하는 마음에서 출발하는 것이지 싶다. 그런 면에서, 경주의 한 본당이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는 ‘칭찬 릴레이’가 눈길을 끈다. 지난 3월 시작한 이래 매주 한 명씩 칭찬 받을 이를 선정, 주보에 게재하면서 공동체가 함께 칭찬에 나서는 이벤트다.

“주일학교 봉사를 10년 넘게 해주셔 칭찬 합니다”, “성당 행사 때 마다 힘든일에 솔선수범하는 모습이 자랑스럽습니다” 등등 선정된 신자들에 대한 본당 신자들의 깨알 칭찬이 정겹다.

방한 한달 여가 지났지만 한국교회와 한국 국민들에게 여전히 사랑과 베품의 잔향을 남기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세상에 내 것은 하나도 없다’는 글에서 “양보하고 배려하고 덜 챙긴 공간에서 생긴 여유와 인심이 불우한 이웃과 다른 생명체들의 희망 공간이 된다”고 했다. 그리고 “나와 인연을 맺은 모든 사람들이 눈물겹도록 고맙고,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 세상은 정말 고마움과 감사함의 연속”이라고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그런 당부는 가족과 주변 이웃, 동료들에 대한 ‘칭찬’과 ‘감사’의 일상에서도 비롯될 것이다. 한번 더 내 주위 모든 것에 ‘감사’와 ‘칭찬’의 마음을 가져본다. 그 역시 ‘실천’이 우선이다.

이주연 편집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