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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프란치스코 인플루언스 (Francis Influence) / 김성제 박사

김성제 박사 (베드로)
입력일 2014-08-19 수정일 2014-08-19 발행일 2014-08-24 제 2909호 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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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의 8월 한국 방문이 남기는 의미는 한국 가톨릭 교회는 물론 종교를 초월한 한국 사회 전체에 ‘프란치스코 영향’(Francis Influence)으로 오래 남겨질 것이다. ‘프란치스코 효과’(Francis Effect)가 아니라 굳이 ‘프란치스코 인플루언스’라 일컫는 이유는 서울공항의 트랩을 내리고 오를 때까지 교황의 행동과 말씀들의 진정성과 무게감 때문이다. “가난한 이들이 교회에 들어가는 것이 부끄럽게 만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교들에게 한 충고와 “청빈 서원을 하지만 부자로 살아가는 봉헌된 사람들의 위선이 신자들의 영혼에 상처를 입히고 교회를 해칩니다”고 수도자에게 한 일침은 한국 가톨릭 교회 지도자들의 쇄신을 강구한 다른 표현이었다. 세월호 유가족, 음성 꽃동네의 힘든 어린이들, 아시아 청년대회에서 청년들, 명동성당에서 위안부 할머니들과의 만남은 진지한 사랑과 포용, 환한 입맞춤, 눈맞춤 그것은 교황의 진정한 소통 모습들이었다. 한마디로 살아있는 ‘예수’였다.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이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정신적 쇄신을 가져오는 풍성한 힘이 되고 올바른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짓누르는 물질주의의 유혹에 맞서 또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경쟁의 사조와 맞서 싸우기를 빈다”는 강론은 우리의 현실을 직시한 정의의 실행을 강조한 내용이었다. 교황의 취임 직후, 전 세계 가톨릭 신자가 급증했다는 데서 이탈리아 사회학자가 이를 ‘프란치스코 효과’라 하였으나 필자가 ‘Francis Influence’라 하는 것은 우리가 그의 방한에서 직접 귀로 듣고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꼈듯이 그의 모든 말씀과 행동을 프란치스코 효과라는 가벼운 그릇에 담는 것은 균형이 어긋나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인플루언스는 전통적으로 교황에게 주어진 권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프란치스코 교황 자신의 실천적 행위에서 나오기 때문에 힘이 있는 것이고 그래서 전 세계인들이 그의 말과 행동에 감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겉으로 보면 진보적이라 할 수 있겠지만 그의 정의와 진실은 진정한 ‘예수’의 모습으로 교회가 제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전통적 가치와 원칙적 가치를 추구하는 진정한 의미의 예수적 보수주의자라 할 수 있다. 교황은 취임 첫 미사에서 “예수를 증거하지 않으면 우리는 교회가 아니라 동정심 많은 NGO에 불과하다”는 강론으로부터 ‘예수’를 실행해오고 있다.

침체된 바티칸과 가톨릭 교회 쇄신을 위해서 세계적 경영 컨설팅 회사 맥킨지, KPMG와 컨설팅 계약을 맺어 성역의 잘못을 세속의 도구로 도려내는 그의 용단, “불평 등에 무감각한 사회에서 결코 평화와 행복이 오지 않는다”는 호소, “규제 없는 자본주의는 새로운 독재다”라고 현대 자본주의의 병폐를 질타한 그의 담대함, 마피아 파문 선언 등은 교회의 쇄신을 넘어 하느님의 뜻과 괴리되어가고 있는 현대사회의 쇄신을 갈구하는 그의 웅변이었다. 50달러짜리 플라스틱 손목시계, 낡고 오래된 구두, 방탄차를 거절하고 가장 서민적인 한국산 1600cc의 쏘울 승용차, “기억하고 있다”고 하면서 세월호 유족의 아픔을 공유해 주던 모습들이 프란치스코 교황이다. 바로 이러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참모습들이 프란치스코 인플루언스의 원천이며 동시에 가톨릭이 세계 최강의 종교브랜드가 될 수 있는 요인이다. 우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 가톨릭 교회와 한국 사회에 뿌리내릴 ‘프란치스코 인플루언스’를 다음과 같이 예측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한국 가톨릭 지도자들의 변화촉구다. 교황의 ‘교회쇄신’은 솔직하고 공개적이기 때문에 모든 가톨릭 신자와 잠재 신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까지 감화되어 변화될 것이다. 그래서 교회 지도자들이 주춤거릴 시간이 없다. 교황은 전 세계를 향해 말과 행동으로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어 신자와 일반 국민들의 변화보다 교회 지도자들이 앞서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므로 이들에 대한 변화가 크게 촉구될 것이다.

둘째, 정치·사회·경제계의 지도자들의 동반 변화다. 오늘의 우리 사회는 사회적으로나 종교적으로나 선뜻 떠오르는 존경모델이 없고 ‘옳음’의 기준과 시스템이 부실한 것이 특징이다. 보수는 언제나 옳고 진보는 언제나 틀린 것이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여당은 옳고 야당은 틀린 것이다. 힘 있고 가진 자가 옳고 그렇지 못한 자는 틀린 것이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양극단만이 존재할 뿐 공유가치나 공감지대가 없는 공허한 시공간이다. 이것들은 소통의 부재, 관용의 부재, 정의의 부재, 사랑의 부재, 용서의 부재가 낳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다. 교황은 4박5일간 소통, 용서, 정의, 용기, 평화, 사랑의 메시지를 온 몸으로 우리 사회에 던져 놓았다. 그리고 소통은 평화와 사랑의 플랫폼임을 각계 지도자들에게 울림으로 남겼다. 국민은 변화하는데 변화되지 못하는 지도자는 생존하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함께 변화될 것이다.

셋째 한국 가톨릭교 브랜드와 코리아 국가 브랜드의 시너지 창출이다. 국내 언론매체는 물론 세계 유명매체와 70여 명의 외신기자들이 매일 뿜어내는 뉴스는 교황의 일거수일투족과 함께 한국 가톨릭의 발전사, 순교 복자들의 힘, 한국인들의 삶 그리고 한국에 초점을 맞췄다. 100만의 운집과 10만의 외국인 방한, 서울, 대전, 해미, 음성으로의 교황 이동활동은 그 자체가 초특급 가톨릭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이었다. 대통령의 공항영접, 청와대 행사 그리고 명동성당 미사 참석은 ‘프란치스코 인플루언스’의 좋은 시작이 아닌가 한다.

중국 영공을 지나면서 중국 지도자에게 축복의 메시지를, 한국을 떠나면서 한국 국민 모두와 대통령에게 감사를 남기는 자상하고 따듯하고 그러나 메시지가 있는 모습은 가톨릭 신자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들에게 큰 자랑으로 남겨질 것이다. 교황은 환한 미소와 진지한 모습으로 예의를 갖췄지만 예리한 충고를 모두에게 전했다. 그의 복음적 선교(宣敎)로 많은 사람들이 가톨릭을 선교(選敎) 할 것이다. 한국 가톨릭 브랜드 파워와 코리아 브랜드 파워의 오버랩이 ‘프란치스코 인플루언스’의 대미로 예측해 본다.

김성제 박사 (베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