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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 30년 일기 엮어 「바보 마음」 펴낸 정말지 수녀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4-07-15 수정일 2014-07-15 발행일 2014-07-20 제 2904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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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처럼 비우세요, 사랑이 채워집니다”
멕시코서 17년간 무료 교육 펼치고
한국서도 버림받은 아이들 곁 지켜
정 수녀 직접 그린 꽃·사람 수록 눈길
정말지 수녀 지음 / 312쪽 / 1만4000원 / 쌤앤파커스

정말지 수녀(한국 마리아수녀회 대표 겸 학교법인 소년의집학원 대표)는 매주 두세 번 부산 알로이시오 초·중·고등학생들과 학교법인 소년의집학원 직원들을 위해 밥상을 차린다. 아이들은 어느새 이 밥상을 마주하는 시간을 ‘꿈을 이야기하는 날’로 부른다.

서넛씩 짝을 지어 정 수녀와 맛있는 음식을 먹다보면,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깊은 속내까지 내보인다. 부모와 함께 살지 못하는 현실의 아픔, 자신이 버려졌다고 생각하면서 쌓여간 응어리들도 거짓말처럼 풀리는 시간이다. 몇 년 전까지는 멕시코 찰코시 ‘소녀의 집’에서 ‘가난한 사람도 최고의 시설에서 최고의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헌신했었다. 멕시코에서 무료 교육을 펼친 17년 동안 1만 3000여 명의 딸이 생겼고, 찰코 소녀의 집은 멕시코 사회에 큰 힘이 되는 교육시설로 자리 잡았다.

더욱 가난한 이들을 찾아 멕시코로 향했던 발걸음, 빈손으로 갔다 빈손으로 돌아온 그 여정을 돌아보니 가슴 먹먹하게 저리고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선물로 쌓여있었다. 정 수녀의 말에 의하면 “거칠고 울퉁불퉁한 글이지만 후회 없는 시간을 보내며 충만하게 살았던 고마운 기억들”이다. 지금까지 30여 년간 쌓아온 기록들, 그 영적 기록들을 엮어 저서 「바보 마음」을 펴냈다.

“수도자로 살아오면서 제가 무엇을 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바보 마음’을 배우고 실천하려고 애쓴 시간이 꽤 길었습니다.”

정말지 수녀는 ‘바보 마음’이란 “사랑을 받으려고만 하고 자기 것만 영악하게 챙기는 세상에서, 어리석도록 용서하고 어리석도록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더 많이 퍼주고, 더 많이 용서하고, 더 손해 보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채워가려는 뜻에서 길어 올린 표현이다.

「바보 마음」은 멕시코에서 보낸 시간을 포함, 지난 30여 년간 쓴 이 일기장에서 깨달음과 성찰의 글 114편을 뽑아 엮은 책이다.

정 수녀에게 일기를 쓰는 행위는 기도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여느 일기처럼 하루 일과 또는 개인의 상념을 쓰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과 대화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글로써 봉헌한 시간이다.

“매일 점 하나를 찍어 나가듯 하느님과 나눈 대화가 책으로 엮어진 것 또한 하느님의 선물이라 생각합니다.”

맑은 기도와 잔잔한 웃음, 따뜻한 눈물이 뚝뚝 묻어나는 정 수녀의 글은, 참 열심히 살았는데도 고통이 주어져 원망의 마음이 차오를 때 꼭 붙들고 싶은 이야기들이다. 수도자의 기도시간은 ‘주제 파악’을 하는 시간임을 고백하는 말이고, 내 영혼부터 잘 관리해나가는 ‘영적 이기주의자’가 되는 길이기도 하다. ‘버려졌는지’ ‘길을 잃었는지’ 그저 부모 없이 자랐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낙인’을 찍는 그릇된 사회행태에 일침을 가하는 말도 만나볼 수 있다. 무엇보다 친자식처럼 키운 ‘우리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뚝뚝 묻어나는 글이다.

각 글은 정 수녀가 직접 그린 꽃과 사람 등의 그림으로 꾸며져 누구나 한 권쯤 갖고 싶은 마음이 들게도 한다.

“하루하루 정성껏 최선을 다해 한 점이라도 찍으면, 언젠가는 멋진 그림 한 점이 완성될 것입니다. ‘지금 여기에서 정성껏’ 사랑하고 싶은 마음을 나눕니다.”

주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