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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농민주일에 만난 사람] 귀농한 홍승무씨

김진영 기자
입력일 2014-07-15 수정일 2014-07-15 발행일 2014-07-20 제 2904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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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서 좌충우돌 8년 보내며 
주어진 것에 감사하는 법 알게 됐죠”
재산·건강 잃고 귀농했지만 농사는 ‘막막’
애써 수확해도 상품가치 없는 경우도 많아 
공소 교우들 도움으로 양봉 방법 등 깨우쳐
부부가 함께 귀농해 농촌에서 8년을 보낸 광주대교구 화순본당 사평공소 홍승무씨.
“농사는 노력한 만큼 나와요. 노력 안하면 얻는게 없어요. 여기 와서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지만 하느님이 도와주셔서 살고 있어요.”

홍승무(미카엘·73·광주대교구 화순본당 사평공소)·임혜자(헬레나·70) 부부가 시골로 들어와 산 지도 8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보성과 화순에서 전교회장을 하고, 중흥동과 두암동본당 사무장으로 근무하며 32년간을 살아온 홍씨는 아들의 사업 실패로 가세가 기울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장암까지 걸리는 불운을 겪었다.

수술 후 도시를 떠나 조용하고 공기 좋은 곳으로 옮겨가길 원했던 홍씨 부부는 별다른 준비없이 시골로 들어갔다.

“맨주먹으로 시작하려니까 막막했죠. 아들이 아버지 건강이 안좋으시니까 블루베리를 한 번 키워보라고 해서 시작했는데 잘 모르다보니 수확을 했어도 상품가치가 없고 그랬죠.”

귀농 후 처음 마주한 어려움은 ‘텃세’였다. 범죄 없는 마을이란 수식어가 붙을 만큼 착한 마을 주민들이었지만 외지인에게 먼저 다가오는 일은 거의 없었다.

“마을 주민들이 다른 마을의 귀농인은 뭐를 해줬다더라 이런 이야기를 들은 터라 은연 중에 기대를 좀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저희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태라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죠.”

집도 길도 홍씨가 혼자의 힘으로 만들었다. 농사 지을 땅은 선산 벌초를 해주는 대가로 마련했고, 거기에 녹차와 블루베리를 심고 가꿨다. 열심히 일한 결과로 200주였던 블루베리는 1000주로 늘어났고, 녹차밭도 800평 규모가 됐다.

농사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던 홍씨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가뭄의 단비처럼 다가온 사평공소 교우들의 도움 덕분이었다.

“우리 공소로 양봉 전문가가 왔어요. 평소에 양봉을 하다가 실패를 많이 겪은 터라 많이 배우고 있죠. 겨울에 벌들을 다 얼려죽이기도 했고, 일주일간 자리를 비운 사이에 왕벌이 와서 벌들을 다 죽인 것을 보고나서야 망을 씌우기도 했거든요.”

얼마 전에도 홍씨는 벌통을 확인하러 가기 전 쑥불을 피워 벌들을 순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무시하고 갔다가 고생을 하기도 했다. 아직도 배워야할 게 산더미 같다고 느끼는 홍씨에게 사평공소 신자들은 든든한 지원군이다.

“답답한 것은 농사를 지어도 팔 곳이 마땅치 않다는 거예요. 판로를 계속 생각해보고 있지만 딱히 답이 나오지 않네요. 자식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홍보하고 주문받아서 팔아주고 있지만 한계가 있죠.”

무농약 인증도 받았고, 먹어본 사람들의 평가도 좋아서 꾸준히 판매되고는 있지만 수익은 본전치기에 가깝다. 그래도 홍씨 부부는 현재 주어진 삶에 늘 감사하며 살고 있다.

“2008년에 주일미사에 참례하고 오는 밤길에 술에 취해 길 가운데에 있는 사람을 발견하고 피하려다 사고가 났어요. 안전모랑 다 쓰고 있었는데도 머리가 반으로 쪼개져버렸어요. 의사가 아내에게 갈 사람이라고 희망이 없는 사람이라고 했는데 지금 이렇게 살아있죠. 하느님께서 특별히 봐주셔서 그런 거예요.”

귀농해서 살면서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다. 올해에도 설날에 황달이 생겨 병원을 찾았는데 뜻밖에도 췌장암을 발견해 목숨을 건지게 됐다.

“예수님의 말씀이 제게 힘을 줘요.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 나를 믿는 사람은 죽더라도 살고, 또 살아서 나를 믿는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는 말씀을 기억하며 공소 교우분들과 함께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김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