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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주일 특집]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20년 - 성과와 과제

이우현 기자
입력일 2014-07-15 수정일 2014-07-15 발행일 2014-07-20 제 2904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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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유기농 생명농업 정착 큰 공헌
창조질서보전으로 농촌에 ‘활력’
가치관 개선 등 농업 중요성 일깨워
도-농 공동체 공존의 길 모색
농업 정책·제도 개선활동 비롯
적극적 평신도 활동가 양성 등 생명공동체 건설 노력 배가돼야
1994년 6월 29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우리농촌살리기운동 천주교본부 창립대회 모습. 한국교회는 당시 무너져가는 농업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를 설립, 창조질서보전을 위한 생명농업 활성화에 힘써왔다.
위기는 새로운 기회를 얻는 계기라고들 말한다. 1994년, 우리 교회가 우리농촌살리기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시기 역시 그러했다.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이 20년간 일궈온 땅은 우리 농촌, 농업에 희망을 심는 토대가 돼왔다.

경제 성장의 시장 논리에 치우친 농업정책으로 지쳐가던 우리 농업, 농민들은 1994년 당시 우루과이라운드(이하 UR) 협상 타결과 함께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을 앞두고 더욱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농촌을 떠나는 농민들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등 사회문제로까지 번져가고 있었다. UR 협상에 따른 쌀 시장 개방에 대한 논란도 혼란을 가중시켰다.

상황을 인지한 교회는 물론, 전 사회적으로 무너져가는 농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가톨릭농민회도 대안 마련을 고민하게 됐다. 농산물 직거래 운동을 더욱 활성화 하는 것과 함께 전담 기구 설립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 이에 1994년 춘계 주교회의의 지원 결정을 통해 같은 해 6월 29일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가 공식 출범했다.

이후 20년 동안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은 도시와 농촌, 즉 소비자와 생산자가 서로 힘을 합해 창조질서보전을 위한 생명농업을 활성화하고, 도-농 공동체의 단단한 유대관계를 만들어나가는데 지향을 두고 전개돼왔다. 도시와 농촌이 같은 생명공동체로서 공생, 공존의 방안을 찾는 책임과 실천의식을 바탕으로 가치관, 생활양식, 의식, 제도, 정책 등의 변화가 중심이 됐다.

우리농촌살리기운동 전국본부 본부장 이영선 신부는 “우리농촌살리기운동 20년 중 가장 두드러진 성과는 우리 농촌에 친환경 유기농업의 생명농업이 정착됐다는 것과 더불어, 도시생활공동체가 전국적으로 퍼져나가면서 농업의 중요성을 더욱 널리 알리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내에는 전국 가톨릭농민회 생산 공동체(분회) 70여 개, 도시생활공동체 190여 개(2013년 기준)가 운영되고 있다. 도-농 농산물 직거래 규모도 8억 원 정도(2012년 기준)에 이른다.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 농업, 농촌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참여를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다. 교육을 통해 활동가를 양성하는 것은 물론, 각 본당 공동체와 신자 구성원 등의 실천 의지를 다지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또, 이를 대 사회적으로 실현하는데도 앞장서왔다.

아울러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은 생명의 먹거리 생산과 나눔을 통해 농업, 농촌, 자연생태계를 살리는 실천적 대안 구축과 도-농 공동체 운동의 인적, 물적 교류의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시기별 농업의 현안을 반영한 지속적인 연구와 토론, 자료 발간도 이뤄졌다.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의 또 다른 성과는 생태사도직 실천을 위한 농민주일의 제정이다. 교회 내 우리 땅과 밥상, 농촌을 지키는 구체적인 활동의 장을 마련하고자 하는 목소리를 담아, 매년 7월 셋째 주를 농민주일로 제정하는데 일조했으며, 1996년부터 매년 농민주일 행사를 진행해오고 있다. 올해도 20일 오전 9시부터 서울 광장동성당에서 기념미사와 떡메치기, 우리농촌살리기운동 홍보, 농산물 직거래 장터 등 행사가 마련된다.

이밖에도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은 가족농 사랑기금, 소 입식운동, 귀농운동 등을 통해 우리 농촌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 넣고 있으며, 생명농업의 가치를 되살리는데도 힘을 보태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 농업, 농촌의 현실은 여전히 위기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은 앞으로도 풀어가야 할 많은 과제들을 안고 있다.

가장 먼저 이뤄져야할 것은 목표와 이념의 재점검이다. 신자들 스스로가 자발성과 책임성, 목적의식을 찾도록 이끌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수원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 본부장 서북원 신부는 “교회 내에는 아직까지 적극적이고,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평신도 활동가들이 부족한 것 같다”며 “많은 이들이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하느님 나라 생명공동체 건설을 위한 주체의식을 가졌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지속 가능한 농업의 형태로서 생명농업의 목표를 상기하고, 생산 공동체 안에서 이를 온전히 지속해나가기 위한 교육과 독려의 방안을 찾는데도 함께 나서야 할 것이다. 도시에서도 생활공동체를 더욱 확산시켜나가는 한편, 이미 마련된 곳 역시 더욱 튼튼하게 뿌리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지원책이 필요하다.

더불어, 농업, 농촌을 위한 정책과 제도 개선활동도 요구된다. 영세소농의 증가, 쌀 전면 개방 등 우리 농업에 닥친 현실을 반영한 정책과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

이영선 신부는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이 앞으로 찾아가야 하는 방향은 사라져 가는, 이미 사라져 버린 우리 농촌, 농업을 되살리는 방안을 찾는 것”이라며 “이는 농업이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인간의 기본이라는 인식을 갖는 것부터 시작한다”고 말했다.

‘우리농’ 운동본부는 농촌 문제를 도·농이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한다는 인식에서 도-농 공동체의 유대를 통해 공존의 방향을 찾고 농업의 중요성을 알리는데 앞장서왔다. 사진은 서울 우리농 회원들이 2011년 10월 전주 가톨릭농민회 지리산분회에서 농사일을 돕는 모습.

이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