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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주일 기획] 문화의 복음화, 어떻게 할까?

이지연 기자
입력일 2014-05-27 수정일 2014-05-27 발행일 2014-06-01 제 2897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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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목 언급 수십 년째… 제대로 된 내용 찾기 힘들어
장기적 전망으로 접근 신학교서부터 관련 과목 개설을
2012년 가수 한 명이 몰고 온 문화 폭풍은 엄청났다.

아이튠즈와 유튜브에 이어 빌보드 차트까지 세계 음악시장을 석권한 가수 싸이는 전 세계에 ‘한국’을 알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지구 반대편에서도 서투른 한국말로 “강남스타일”을 외치며 말춤을 추는 사람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노래의 배경이 된 ‘강남’ 지역은 외국인들의 필수 관광코스가 됐고 한국의 국가 브랜드 순위는 2013년 당시 11위로 전년 대비 두 단계나 상승했다.

싸이가 가져온 문화적 파급효과는 경제적인 결실에만 평가할 수 없다. 문화라는 매개체로 한국을 알리고, 문화를 전파하는 콘텐츠의 힘을 보여 줬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문화를 듣고, 보고, 입고, 먹는 문화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삶의 일부이자 삶 자체인 문화는 더는 외면할 수 없는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제48차 홍보주일 담화에서 “교회는 커뮤니케이션 세상에 관심을 가지고 그 안에 현존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교회는 오늘날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그들이 예수님을 만나 뵐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행히 교회는 2000년이 넘는 역사 안에서 소중하게 간직해온 문화의 원석이 있다. 이제는 그 원석을 보석으로 가꿔, 세상에 내놓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할 때다.

■ 문화의 시대에 대처하는 교회의 자세

대한불교조계종은 자신들이 가진 문화적 원석을 잘 활용한 종교로 꼽힌다. 2001년 본격적으로 시작된 사찰체험프로그램 ‘템플스테이’는 십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도심의 생활에서 지친 심신을 달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조계종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최근에는 템플스테이 브랜드를 런칭했다. 끊임없는 노력 덕분에 템플스테이 참가자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템플스테이는 종교계에서 탐내는 문화콘텐츠다. 전문가들은 “현대인의 웰빙 욕구와 불교 생명존중사상, 치유역사 배경이 산사의 고유한 공간성과 접목돼 스토리텔링을 완성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표면적인 결과보다 더 중요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영실 박사(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연구이사·브로드콘에이치시 문화콘텐츠연구실장)는 “정책적이며 물질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템플스테이가 성공할 수 있었다”며 “종단 산하 문화사업단에 평신도 전문가를 등용하고 동국대 불교대학원의 후진 양성 등 조직적 뒷받침이 큰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가톨릭의 상황은 어떨까? 교회는 10여 년 전부터 ‘문화사목’을 펼쳐오고 있지만 아직 체계적인 사목 시스템조차 구축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후진 양성과 문화콘텐츠 개발은 요원한 상태다. 조계종의 템플스테이 못지않은 문화적 원석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빛을 발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문화사업도 대부분 재능기부에 의존하고 있어, 그 무게는 고스란히 현장에서 활동하는 제작자, 기획자들이 짊어지고 있다.

순교영성을 주제로 오페라를 기획·제작한 한 제작자는 “양질의 내용물로 문화사목 수준을 한 단계 올려야 하지만 현실은 열악하기 그지없다”며 “교회가 제공하는 것은 ‘협찬’이 전부인데 여기에는 한계가 있고, 예술가들이 무대에 오를 수 있는 터전만 마련해 줘도 상황은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고백했다.

그나마 2008년 완공된 가톨릭청년회관 ‘다리’가 무대가 필요한 예술가들에게 공간을 내줘 문화예술 분야의 공백을 메우고 있지만, 문화콘텐츠 개발을 향한 교회의 발걸음은 멀고 멀다.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 총무 김민수 신부는 “이 시대에는 ‘문화콘텐츠’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문화사목이 언급된 지 수십 년이 흘렀지만 제대로 된 콘텐츠가 마련돼 있는지 교회는 스스로 반문해 봐야한다”고 말했다.

오페라 ‘세인트 최경환’의 2010년 공연 모습.

■ 교회의 보석을 더욱 빛나게

올해 초 교회문화계에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서울대교구가 직제개편을 하면서 문화사목을 더욱 체계적으로 펼쳐나가기 위해 홍보국에 차장 신부를 임명한 것. 교구에 문화사목을 위한 전담 사제를 임명한 사례는 전국적으로 거의 드물다. 이에 전문가들은 관심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김민수 신부는 “문화가 변하면 사목 분야가 새로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문화사목도 사목의 한 분야”라며 “공연 콘텐츠를 비롯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을 서로 연계해주는 커뮤니케이션 센터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문화·신학·종교 전문가들이 소통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된다면 교회의 문화 원석을 세공해 세상에 내놓는 일은 시간문제다. 이들의 소통을 위해서 교회가 얼마나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 역시 관건이다. 전문가들은 또한 종교 문화콘텐츠를 개발하는 데 있어서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라고 강조했다.

최영실 박사는 “종교는 인류 시작부터 문화의 정수로 오랜 세월 문명사를 이끌어 왔고, 전 세계 문화유산 가운데 대다수가 종교와 관련된 것을 보면 종교야말로 가장 문화콘텐츠와 부합되는 대상”이라면서도 “무엇보다 문화콘텐츠 개발에 있어 대상 콘텐츠에 대한 깊은 이해와 관련 인문학적 지식이 선행되어야 할 우선조건이다”고 전했다.

최근 문화콘텐츠를 향한 교회의 관심은 꽤 고무적이다.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는 오는 20일 오후 2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문화콘텐츠’를 주제로 문화의 복음화 포럼을 마련하고, 콘텐츠 개발에 있어 실질적인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본격적이고 체계적으로 문화사목의 발판을 마련하는 자리이기에 교회와 전문가들의 기대감이 높다.

김민수 신부는 “장기적인 전망을 가지고 신학교에 관련 과목을 개설하고 관심을 가져간다면 ‘문화의 복음화’의 또 다른 흐름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며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는 문화의 복음화 포럼을 통해 ‘문화콘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앞으로 다양한 사목적 전망과 대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