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깨지는 가정, 사목적 대안은 없나

이지연 기자
입력일 2014-05-13 수정일 2014-05-13 발행일 2014-05-18 제 2895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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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기획
“신자들도 세속화, 사랑 개념부터 일깨워야”
신자 이혼율 증가 추세 
이혼·재혼 가정 늘면서
사목 방향 전환 요청도
이기주의 사회 현상 속
부부 의식 재정립 필요
우리나라 이혼율이 아시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3월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배포한 분석자료 ‘한국의 이혼율 연구Ⅳ(2000~2010)’에 따르면 2000~2010년 한국 평균 조(粗) 이혼율(인구 1천 명당 이혼 건수)은 2.72건으로, 1951~1959년의 0.20건보다 무려 13.6배나 증가했다.

이 수치는 아시아 각국과 비교해도 최고 수준이다. 유엔 인구통계연감을 살펴보면 한국의 조이혼율이 1996년부터 매년 일본을 앞지르고 있다. 2005년 협의 이혼 전 상담과 이혼숙려기간 제도가 도입된 이후 이혼율이 다소 감소하긴 했다. 하지만 통계청은 최근 발표한 ‘2013 혼인 이혼 통계’를 통해 이혼 건수가 11만5300건으로 전년대비 0.9% 증가했다고 밝혔다. 반면 혼인은 1.3% 감소해 가장 작은 교회인 ‘가정’에 교회의 관심과 사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혼의 원인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3년 내놓은 연구보고서 ‘혼인실태와 가족주기의 변화’를 보면, 경제문제와 성격차이, 배우자의 외도 등이 주요 원인으로 드러났다. 교회 전문가들은 여기에 다문화 가정의 확산, 평균 초혼연령의 상승도 이혼율 상승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신자들의 이혼율도 일반적인 통계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직 관련 연구나 통계 자료는 부족한 실정이지만 가정 사목 담당 사제들은 사목 현장에서 이혼 혹은 재혼한 신자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고 고백했다.

수원교구 가정사목연구소장 송영오 신부는 “이기주의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지면서 이혼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가정과 생명윤리에 대해 변화된 사회의 의식이 교회 안으로 들어와, 교회 역시 세속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제 이혼 문제는 더이상 교회가 외면할 수 없는 사목적 과제이다. 한국교회는 지난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가정사목에 관심을 가져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가정사목의 획기적인 전환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교회가 관계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부들에게 사랑의 원천을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가대 혼인과 가정대학 신학원 교수 김혜숙 선교사는 “가정이 문제가 아니라 함께 살고 있는 사람 간의 관계가 문제”라며 “관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회가 부부들에게 원천에서 시작되는 사랑을 일깨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랑은 감정, 느낌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진리 안에서 사랑에 대해 올바르게 배울 수 있는 교육과 영성적 접근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속화의 거센 물결에 도전 받고 있는 가정을 위해 교회는 부부와 혼인 생활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사목 프로그램들을 마련하고 있다. 종교와 관계없이 혼인생활에 위기를 겪는 부부들을 돕는 ‘르트루바이 주말’ 프로그램이 그 한 가지 예이다. 하지만 보다 다각적인 시선으로 ‘이혼’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특별히 예비부부와 기혼자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늘어나고 있는 이혼자들을 위한 사목적 배려도 조심스럽게 논의가 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송영오 신부는 “젊은이들에게 사랑이 무엇인지 또 그 안에서 어떻게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 알려줄 필요가 있다”며 “더불어 이혼자들의 아픔을 공유하고 치유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