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수원 수도회 이야기 (35)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이우현 기자
입력일 2014-04-22 수정일 2014-04-22 발행일 2014-04-27 제 2892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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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8년 한국에 첫 발 … 고아원 사업 시작
1912년 안성 진출 교구와의 인연도 시작
본당 중심으로 교육 사도직 활동에 매진
생태·다문화·종교 등 다양한 교육 실시
창립 초기, 작은 공동체부터 시작해 이삭 줍는 여인들이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서울관구장 신정애 수녀)는 1888년 한국 진출 이후에도 우리 가까이에서 머물며 주변으로 복음의 이삭을 퍼뜨리는데 열중했다.

■ 이삭 줍는 여인들

정치, 경제 등 급격한 변화를 겪어내던 17세기 프랑스는 정신적인 사상이 난무하는 가운데서도 독창적이며 명확한 그리스도 중심적인 신학과 뱅상 드 폴의 실제적이며 사목정신이 담긴 충실한 영성적 흐름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러한 정신적 영향 속에서 1696년 프랑스 샬트르시 밀밭 속의 작은 마을 러베빌 라셔날의 본당 신부였던 루이쇼베는 몇몇의 처녀들을 모아 본당 주변의 어린이 교육과 병자들을 돌보기 위한 공동체를 만들고자 했다. 정확한 이름도 없이 오직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단순하게 자신을 봉헌하는 소박한 공동체를 이루고자 한 것이다. 이 작은 공동체 일원들은 다른 커다란 공동체가 할 수 없는 작은 일들을 돕는 이삭 줍는 여인들이 되고자 했다.

초창기, 창설자와 두 원장이 일찍 선종하는 어려운 상황을 맞이한 공동체는 샬트르시 폴 고데 데 마레 주교에게 위탁되면서 샬트르로 이전, 수도회 성장에 새로운 계기를 맞게 된다.

이후 수녀회는 ‘샬트르성바오로회수녀회’ 라는 공식 명칭으로 프랑스 각처에 분원을 신설해 나갔고, 1727년 프랑스 식민지였던 남아메리카 주에 있는 기아나로 선교수녀들을 파견하게 됐다. 이는 프랑스 교회 안에서 수도회 이름으로 해외선교의 뜻을 품은 첫 선교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 같은 이상은 1888년 수녀회 수녀들을 조선 땅으로 향하게 했다.

교구에 진출한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는 학교를 중심으로 사도직 활동을 시작했다. 사진은 1950년대 소화초등학교 모습.

■ 이삭 뿌리는 여인들

한국 진출과 함께 고아원 사업을 시작한 수녀회는 1899년 인천 답동본당으로 수녀들을 파견했다. 많은 수녀들이 전염병으로 선종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수녀회 총원에서 수녀들의 휴양지 조성을 위해 마련한 돈을 통해 인천교구에서 본당과 수녀원을 짓고 수녀들을 불러들인 것이다. 무엇보다 본당에 학교가 설립되면서 수녀들이 본당으로 나가게 된 것이다. 이삭을 줍던 여인들은 이제 복음의 이삭을 뿌리는 이들이 됐다.

계속해서 수녀들은 서울의 명동본당과 죽림동약현본당 등으로 퍼져나갔다. 이후 점차 학교, 병원 등을 통한 선교에 뜻을 두기 시작한 한국 사제들에 의해 한국교회 내 각 본당 안에 학교들이 적극적으로 들어서기 시작했고, 수녀들은 평안도, 황해도,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선교를 떠나게 됐다.

이를 바탕으로 수녀들은 1912년 서울 근교인 경기도 안성에 정착하게 됐다. 이것이 교구로의 첫 발걸음이었다.

수녀들은 교구에서도 본당에 들어선 학교를 중심으로 사도직 활동을 시작했다. 안성의 안법국민학교, 왕림의 광성초등학교, 북수동의 소화학술강습소가 그 시작이었다. 세월이 흘러, 안법국민학교는 중고등학교의 필요성에 따라 안법고등학교로 변모했으며, 광성초등학교 자리에는 지금의 수원가톨릭대학교가 들어섰다. 또한, 소화학술강습소는 소화초등학교가 됐다.

이러한 교구 안에서의 사도직 활동은 수녀회의 창설 초기 형태와 닮아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각 본당을 중심으로 그 주변의 산재한 일을 돌보는 것이 바로 그 모습이라는 것.

이중 안성본당에서는 현재도 본당 사목을 지원함과 동시에 안법유치원을 운영하고, 안법고등학교로 파견을 나가는 등 그 특징을 그대로 살리고 있다.

1963년 설립된 안법유치원은 몬테소리, 생태교육과 같은 잘 알려진 교육 외에 외국인 선생님을 직접 초청해 그 나라 문화를 배우고, 스스로의 편견을 무너뜨리는 다문화 교육과 렉시오디비나를 바탕으로 한 종교교육을 실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현재, 수녀회는 교구 내 안성본당을 포함 광주, 발안, 고등동, 북수동 등 5개 본당에 수녀들을 파견하고 있으며, 수녀회 내 건강 등을 이유로 사도직 활동이 어려운 수녀들을 위해 여주 지역에 너싱홈을 세우고, 수녀들을 돌보고 있다. 아울러, 여주에는 수련소가 함께 마련돼 있는데, 초기 젊은 수녀들과 너싱홈에 머무르는 어르신 수녀들의 어울림의 장 역할을 하기도 한다.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는 안법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유치원 원생들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는 유치원 담당 수녀.

이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