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나는 예비신자입니다] (36·끝) 마귀를 끊어버립니다

정리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3-12-17 수정일 2013-12-17 발행일 2013-12-25 제 2875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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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하느님 자녀가 되었습니다”
6개월의 교리 교육 후 세례성사 … 성숙한 신앙인 다짐
“환하게 밝힌 초 건네받고는 하느님 향한 믿음에 가슴 설레”
예수성탄대축일을 앞둔 14일, 서울 가락동본당에서 44명의 예비신자들이 신앙을 고백한 후 본당 주임 정광웅 신부로부터 부활초에서 불을 옮겨 밝힌 초를 받고 있다.
“소원을 이뤘습니다. 외짝교우로 신앙생활을 해온 지난 30년, 부부가 나란히 성당 문을 들어서는 모습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는데요. 이제 우리 부부도 언제든 둘이 하나 된 마음으로 하느님 앞에 갈 수 있게 됐습니다.”

“드디어 혼인준비 중 가장 중요한 일을 해냈습니다. 세례를 받았으니, 부모님 앞에서도 그리스도인으로 떳떳이 서서 혼인성사를 받겠다는 말을 할 수 있습니다.”

“성당유치원을 다녔던 기억을 움켜쥐고, 오랜 시간 성당에 가고 싶어 목말랐습니다. 다시 성당에 설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이 마음을 다시 오래 기억하고 싶습니다.”

“이 많은 사람들이 다 나의 형제자매가 된 것이지요? 사실 대부님 권유로 얼떨결에 성당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세례성사가 진행되는 내내 저도 모르게 벅차오르는 기쁨을 가눌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나는 세례성사와 미사전례, 기념촬영까지 끝나고도 한참 후에야 긴장을 풀 수 있었다. 함께 세례성사를 받은 이들도 다들 비슷한 마음인 듯했다. 그래도 저마다 새 신자가 된 소감은 다양했다.

6개월, 첫 교리시간엔 6개월을 언제 다 보내나 싶을 정도로 길게 느껴졌던 그 시간이 한순간에 지나간 듯하다. 이제 그리스도인으로 하느님 앞에 섰다.

“마귀를 끊어버립니다.”

물로써 죄를 씻고 깨끗해졌다. 견진성사도 받으며 더욱 성숙한 신앙을 실천하리라 다짐했다. 성령께서 나에게 어떤 은혜를 주실지 많은 기대가 있었다. 신부님께서 성유를 발라주시는 순간, 나는 마음속으로 용기를 청했다. 어떤 유혹에도 의연하게, 잘못은 잘못이라고 고백할 수 있는 용기가 나에겐 가장 절실하지 않을까 묵상해왔기 때문이다. 환하게 불 밝혀진 초를 건네받자, 이제 내 앞에는 하느님을 향해 갈 수 있는 빛이 늘 밝혀져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 가슴이 설레었다.

평소 아이들을 키우면서 더욱 절실히 들었던 생각은 ‘유혹에 빠지지 않고, 착하게 살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저 착하게 사는 것만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사는 삶에 대해 새로 눈뜨게 되어 기쁠 따름이다. 너무 오랜 시간 나를 위해서만 제멋대로 살다 너무 늦게 하느님 집을 찾은 게 아닌지 늘 마음 한켠이 무거웠지만, 오늘부터는 하느님 앞에서 좀 더 떳떳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새롭게 주어진 과제는 남편과 둘째 아이가 예비신자교리를 받을 수 있도록 기도하는 것이다.

예비신자교리를 받으면서 또 한 가지 깨달은 게 있었다. 신앙은 혼자서 노력한다고 키워지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세례받은 이들이라고 해서 모두가 완전하게 착하거나 모범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서로가 같은 하느님을 바라보며, 사랑하며 살려고 노력할 때 매 순간 내 삶에 어떤 은총이 새로 주어질지 기대가 된다. 늘 하느님 보시기 좋은 모습으로 살려는 뜻을 놓치지 않길 이 순간 기도하고 기도한다.

또 다르게 머릿속을 스쳐가는 생각. 연말 보너스를 받으면 일 년 치 교무금을 한번에 내려고 했던 마음도 바꿔먹었다. 하루하루 하느님을 생각하며 절약하고 희생해, 정기적으로 하느님께 봉헌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아직도 예수님의 몸과 피를 모셨을 때의 떨림이 남아있다. 매일의 삶 안에서 내 영혼을 위해 더욱 많은 시간을 보낼 것도 다짐해본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정리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