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나는 예비신자입니다] (35) 하느님 선물인 인간의 자유

정리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3-12-10 수정일 2013-12-10 발행일 2013-12-15 제 2874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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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유혹하는 ‘뱀’은 왜 만드셨을까”
‘죄’가 세상 있게 된 것 자유의지 악용했기 때문
양심 외면 죄짓지 않도록 일깨워주시길 기도
인간이 자유로운 의지에 따라 살 수 있는 것은 하느님의 선물이다. 사진은 지난 6월 22일 워싱턴 연방의회 인근에서 열린 ‘자유를 위한 2주간’(Fortnight for Freedom) 캠페인에서 미국 도미니코수도회 소속 수사들이 기도하는 모습.【CNS】
신자답게 산다는 게 어떤 것인지에 대해 많이 고민 중이다.

최근 나의 일상에서는 식사 때마다 기도하는 모습이 생겨났다. 다른 기도도 하고 싶은데 아직은 자주 잊어버리곤 한다. 세례를 받기 전에 기도문을 다 외울 수 있을지 걱정도 태산이다.

솔직히 예비신자교리반을 시작하면서, 가장 좀 부담이 됐던 부분이 하느님의 자녀가 되면 이제 내가 잘못할 때마다 하느님께서 내리는 벌을 받아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아주 오래전 청년 시절에는, 하느님이 정말 있다면, 인간이 잘못하는 것을 아시면서도 왜 내버려 두시는지 의문도 있었다. 이 세상에 죄가 있게 한 매개인 선악과를 따먹은 행위도 하느님께선 충분히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신부님께서는 인간의 자유라는 것은 하느님의 선물이라고 설명해 주셨다. 죄가 이 세상에 있게 된 것은 이 자유를 악용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물론 강제로 시키거나 속박하지 않고 자유로운 의지에 따라 선을 행할 수 있다면 하느님 보시기에 좋으리라. 하지만 나는 하느님께서 선악과를 만들어두고, 인간의 자유를 제한하신 것이, 인간을 속박하기 위함이 아니라 인간이 더욱 행복하고 사랑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받아들이기까지 많은 묵상이 필요했다. 묵상을 하다가 왜 이렇게 세상 안에는 인간의 행동을 그릇되게 이끄는 유혹들이 많은가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됐다. 하느님께서 인간을 유혹하는 ‘뱀’을 만들지 않으셨으면 좋았을 텐데…. 돌아보니 어느 순간부터 나는 삶의 많은 부분을 내 잘못이 아니라 하느님 때문이라는 다소 어처구니없는 핑계와 이유도 찾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배운 신자로서의 해야 할 일들에 대해 부담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일 것이다. 그래도 곧 60대로 접어드는 인생을 더욱 의미 있게 하기 위해서는 더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는 조급함이 작용하기도 해서인지, 나는 가톨릭신자로서 가져야 할 자세 등을 익히는 과정이 매우 즐거웠다. 이제는 교회가 가르치는 여러 행위들이 사람이 더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끄는 이정표와 같다는 생각도 한다. 하느님의 말씀을 지키는 것은 내가 신자로서 받은 사명인 동시에 하느님께서 나를 위해 주시는 선물인 것이다. 죄를 짓는 것도 문제이지만, 죄를 짓고도 반성하지 않고 핑계만 대면서 행동을 개선하지 않는 것이 더욱 큰 잘못이라는 것도 깊이 인식하게 됐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상사라는 이유로, 집안에서는 어른이라는 이유로 남의 잘못만 지적하고 단죄하려 했던 성향에 대해서도 반성을 하고 있다.

앞으로 나는 신앙을 바탕으로 내가 더욱 양심적인 생활을 할 수 있길 바란다.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있는 이 양심은 인간이 하느님의 모상대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가진 것이라고 배웠다. 아예 죄를 짓지 않을 수 있는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모든 이들의 삶에서는 여전히 수없이 많은 유혹이 오가는 것 같다. 내가 양심을 외면하고 자유의지를 남용해 죄를 범하지 않도록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매 순간 일깨워주시길 청한다. 하느님과의 적극적인 소통이 이뤄지길 바라는 것이다.

“세례는 몸의 때를 씻어 내는 일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에 힘입어 하느님께 바른 양심을 청하는 일입니다.”(1베드 3,21)

정리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